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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3) 5000Km를 넘어서... 벤츠 “동” 서다.
(제가 어렸을 적에 가지고 놀던 것 중에 “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뿔형으로 생기고 꼭지점에는 쇠구슬을 달고 옆면은 제법 길어서, 손으로 팽이를 잡아 돌린 후에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팽이의 옆면을 헝겊으로 만든 채찍으로 때리면 제법 잘 돌았습니다. 처음에 비틀거리며 돌고 있는 팽이를 채찍으로 반복해서 가격 하여 회전을 시키지요. 세게 때리면 때릴수록 팽이는 빨리 회전을 하게 되고 회전력이 높아질수록 팽이의 비틀거리는 흔들림의 정도는 약해져서 나중에는 채찍질을 하지 않아도 똑바로 서서 맹렬히 회전을 하였는데 땅바닥에서 쇠구슬을 중심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듯 한 상태에 도달하면 우리는 “동” 섰다고 표현을 했었습니다.)
사실이지 벤츠 구입 후 2개월이 좀 안되어서 5000km를 돌파 하였습니다. 평상시 내가 주행하는 거리의 약 2~3배정도의 거리를 운행하였지요. 그동안 열심히 내자신이 세워놓은 원칙에 따라 운전하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내가 알아본 바로는 길들일 때의 적절한 주행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를 않더군요. 구입 초에 너무 과로를 시킨 것은 아닌지요. 불스 원 샷으로 한번 달래주었는데 잘 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아무튼 마음속의 제한선인 5000km를 주행하고 나니 마치 손오공이 바위에서 풀려난 듯한 해방감이 느껴지더군요.
이제 너란 놈을 제대로 알아보자...
어느 토요일 정오 무렵 와이프와 함께 변산반도로 향했습니다.
사실 달포 전 토요일 오후 4시경, 변산반도에 간다고 벤츠의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변산반도 횟집”에 맞춘 후(당연히 바닷가에 있을 줄 알고) 출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벤츠 구입 초기로서 속도를 많이 내지 않을 때이고 주말이라 차도 밀려서 캄캄한 저녁에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이름만 변산반도인 정읍시내 한복판의 횟집이었거든요. 바다는 구경도 못 하구요...와이프한테 또 한소리 들었지요.
제 부주의 탓도 있지만 벤츠 내비게이션이란 참...할 말 없습니다. 불편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지도를 보고 통과할 도로이름까지 알아둔 후 좀 더 이른 시간인 정오무렵에 출발했습니다. 호남고속도로...전주군산간 자동차 전용도로...서해안 고속도로...정읍...변산반도.
호남고속도로는 예전에 만든 도로라서 굴곡이 심하고 공사구간도 있으며 차량의 소통이 많아서 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스팔트도로라서 소음은 적었으나 불규칙한 노면으로 인한 미세하고 부드러운 차체의 흔들림은 여전했구요. 전주 군산간 자동차도로에서는 이어지는 차량행렬과 군데군데 걸어놓은 과속감시카메라로 역시 100km이하로 서행...
그런 후에 나타난 동군산 톨게이트를 통해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의 서해안 고속도로... 한눈에 보기에도 반듯한 길이었고 차량도 한산했습니다. 톨게이트 통과 후 서해안 고속도로를 진입할 때에 앞서가던 에쿠우스 JS350(죄송합니다) 한 대가 나보다 먼저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에쿠우스가 먼저 튀어나가더군요. 뒤이어 진입한 나도 악셀을 밟았습니다. 네가 어떤 놈인지 보여다오.... 쿠르르르르...쓔우우우우...쐐애애애앵....속도를 높일수록 시멘트도로의 마찰음이 노래를 하듯 낮은 음으로부터 점점 매끄럽고 높은 음으로 톤이 높아졌습니다. 순식간에 에쿠우스와 거리가 좁혀지며 속도는 180km를 가리켰습니다. 주행선을 진행하고 있는 에쿠우스를 순식간에 뒤로 하고 계속하여 가속을 하였습니다. 200...210...220km....씨이이이잉...이제는 소프라노입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스피드에 귓가에 들려오는 풍절음은 이제 기분좋은 바람소리로 들립니다. 풍절음사이를 뚫고 간간이 뒤쪽 멀리서 야수의 울음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왔습니다. 바로 벤츠의 엔진음... 꺼러러러렁....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츄이의 울음소리 같았지요... 차는 이제 바닥에 찰싹 붙은 듯 노면을 진행하면서 순식간에 앞에 있는 풍경을 뒤로 몰아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x10)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속도계보며 긴장하느라 몰랐었지요. 바로 차체의 진동이 없어진 것이었어요. 어라?... 악셀페달을 통한 엔진의 진동도, 그리고 바닥을 통한 노면의 진동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야말로 “동”섰다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거 참...감탄사가 절로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법 큰 커브가 있었지만 이 끈적거리는 녀석에겐 직선도로나 마찬가지였어요. 스티어링 휠의 기울기를 따라 정확하게 차선을 읽듯이 따라가며 그냥 미끄러지듯 수평이동......아...이런 드라이빙의 경지가......악셀이 좀 남아있어서 더 밟아볼까 하는 순간에 다음 고속도로 나들목이 나타나고 앞에서 경찰차가 진입을 하더군요. 순식간에 감속...시속 100km... 모범 운전자... 진입중인 경찰차를 서서히 추월하여 뒤로 멀어지는 것을 백미러로 확인한 후에 또 한번 밟아보려 하는 데, 좀 전의 에쿠우스가 바로 뒤까지 와있더군요.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이번에도 소프라노에 맞춰 동선 팽이가 등장 하였고 그 차는 보이지 않더군요.
그 차 운전자는 아마도 나보고 미쳤다고 했을지 모르지만, 그 날 저는 E-350에 반해버렸습니다.
한구비 산자락에서 바라본 변산반도의 붉은 노을은 또 왜 그리도 아름다왔던지.....
그 후 주말이면 고속도로에 나섰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는 하나하나 늘어갔습니다. 차가 밀려도 그리 심한 칼질은 하지 않았고 (나의 운전실력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원래 벤츠란 차는 심한 칼질을 허용하는 차는 아닌 것 같더군요) 속도감시 카메라 있는 곳 마다 감속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전에서 통영까지 1시간 20분, 대전에서 대구까지 1시간, 행담도에서 동군산 TG 까지 약 1시간...... KTX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3월의 어느 주말... 부산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이 녀석을 가지고 고속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김천-대구간의 왕복 8차선 시멘트 포장 고속도로를 타고 대구까지 신나게 밟아 보았습니다. 직빨!....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이더군요. 제 경험상 드라이빙의 감이 가장 좋은 도로중 하나였습니다. 토요일 오후라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들이 많았는데, 내 차선으로 갑자기 뛰어 들을 까봐 230이상은 밟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이때가 약 4000RPM정도로(타코미터를 볼 여유가 없어서 정확치는 않습니다만 4200~4300 RPM 정도로 여겨집니다), 이녀석의 제원상 최대토크의 상한이 5000RPM인 것을 보면, 리미트속도인 시속 250km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대구를 통과할 무렵... 새로 만들어진 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발견하고 그 길로 들어섰습니다. 예전에 없었던 새로 만들어진 깨끗한 아스팔트 포장 고속도로... 은근히 기대하며 진입을 했지만, 그런데 이게 왠 일... 차가 노면을 타면서 차체에 가벼운 흔들림이 생기더군요. 벤츠 특유의 바닥에 쭈아악~늘어 붙는 느낌도 덜 하구요. 같은 속도대의 시멘트 도로에서보다 부드럽고 조용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오히려 약간 도로와의 밀착감이 떨어지는 듯하여서 드라이빙하는 감도 덜 좋았습니다. 노면마찰음이 감소하여 차가 조용해진 것 같지만 이때는 오히려 풍절음이 더욱 거세게 들리더군요. 후후우욱..후우욱...하며 불규칙하게 불어대는 차량의 풍절음 보다는, 차라리 씨이이이잉...하며 균일하게 들리는 시멘트 노면스치는 음이 훨씬 듣기 좋았습니다.
그날 이후 시멘트도로에서 왜 진동이 없어졌을까 한참 생각해보다가 다음과 같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아스팔트는 대형차들의 중량으로 도로가 눌리면 어쩔 수 없이 표면의 요철이 생기지만 시멘트 도로는 그런 요철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바닥이 단단한 벤츠로 아스팔트 도로에서 고속주행시에는 도로의 요철로 인해 미세한 차량의 흔들림이 있으나, 시멘트 도로에서는 요철이 없으므로 흔들림이 없다. 즉 매끈하게 수평주행을 한다.
둘째, 시멘트도로의 가로로 패인 가는 홈에 의한 차량의 진동과 바퀴의 마찰음도 저속에서는 거칠고 낮은 톤이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진동수(frequency)가 빨라져서 알토부터 매끄러운 소프라노까지 마찰음의 톤이 높아지고 진동도 미세해 지며, 또한 고속에서는 노면을 스치듯 지나가므로 진동과 마찰음도 작아진다. 실제로 저는 바퀴 마찰음의 톤만 들어도 차의 속도를 대략 알 수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셋째, 벤츠엔진의 정중동!! 고속으로 회전을 할수록 그 자리에서 도는 팽이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강력한 힘을 토해내는 벤츠의 엔진...저속에서 악셀페달로부터 발바닥으로 아련히 전달되어 오는 미세한 6기통 엔진의 진동감도 고속이 되니 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맞나요?)
그러나 아무리 제가 생각해보아도 알 수가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승기를 통해 지적하셨고 또한 저 역시 몸으로 직접 느낀, 노면장악력으로 표현하고들 하는... 바로 벤츠의 끈끈함. 노면을 확실히 장악하는 차가 어디 벤츠밖에 없겠습니까 만은 이 녀석은 유독 끈적거리는 접지력을 자랑합니다. 이것이 정중동 모드와 합쳐져서 벤츠 특유의 쫀득~한 쾌속주행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특성이야말로 코카콜라의 맛과 함께 풀 수없는 벤츠만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고속으로 갈수록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거지요. 제가 느끼기에 시속 150~160km이상이 되면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200이상 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요...이러한 맛을 알고 나면 저같이 차분(?)한 사람도 악셀을 밟아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벤츠의 첫 번째 부작용.
고속도로에서 예쁜 부부 기념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과속딱지...
아무튼 지금은 이해 할 것 같습니다. 벤츠라는 차는 독일의 시멘트 포장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 최적합하게 만들어진 차임을...
나는 이제는 아스팔트 도로보다 시멘트도로가 훨씬 더 좋게 느껴집니다.
감히 벤츠를 가진 여러분을 시멘트 포장 고속도로에 초대합니다.
시끄럽다구요?...아니요...이젠 물론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소프라노와 동 선 벤츠만이 있을 뿐이지요...
<계속>
첫댓글 캬~~~~감사합니다 좋은시승기^^
전군도로라면 제가 하루에 딱지 세장을 끊은 그곳이군요 ㅠㅠ
시멘트 도로에서 고속주행을 할땐 소음적은 타이어가 필수인듯합니다... 엑스타SPT는 비추입니다... 원래도 소음이 적은편은 아닌데 시멘도로에가면 작살!!!! 하지만 출력이 넘치는 차량의 경우엔 아스콘도로보다 시멘트도로가 마찰저항력이 커서 안정감이 있습니다!!! ^^
항상 낙호님 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주-군산 자동차 도로는 제가 자주 가는 길인데요. 저녁 한산할때 200으로 정속주행하며 달립니다. 이보다 좀 더 여건이 좋은 곳은 익산-군산 자동차도로인데요 차량이 한산하여 220 정속주행도 가능합니다. 다만 거리가 좀 짧아서 아쉽죠.
전 전군도로 하면 치가 떨립니다... 어릴적 군산에 살았는데...(전군 벚꽃길이 유명해지기전) 중앙초등학교앞에서부터 군산 공설운동장에서 한박자 쉬고 발산초등학교까지 왕복해서 달린기억때문에... 어린몸을 이끌고 이길을 매일매일... 줸장!!!!! 서울로 올라와서는 맨발로 한강고수부지를 ㅡ,,ㅡ;;;;;;;;;;;;;;;
우리별님께서 말씀하신 자동차도로는 새로생긴길 말씀하시는거지요?? 저도 매년 몇차례 내려가는데 호남선타고 가다가 익산톨빠져서 납골당 들렀다가 익산-군산 도로를 애용합니다... 신나게 달리다가 가끔보이는 호박참외도 사주는 센스 ㅡ,,ㅡ;;; 거기서 딱지 끊었어요 ㅠㅠ
낙호님 말씀대로 새로 생긴 도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구 도로에서 어케 200을...^^) 전주IC에서 군산산업단지까지 자동차산업도로와 익산송학동-군산IC 까지의 자동차도로 입니다. 익산-군산 도로는 거짓말 좀 보태서 저녁 11시 넘어가면 차 한대도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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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대요...
변산반도에 간다고 벤츠의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변산반도 횟집”에 맞춘 후(당연히 바닷가에 있을 줄 알고) 출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벤츠 구입 초기로서 속도를 많이 내지 않을 때이고 주말이라 차도 밀려서 캄캄한 저녁에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이름만 변산반도인 정읍시내 한복판의 횟집이었거든요. 바다는 구경도 못 하구요...와이프한테 또 한소리 들었지요. <================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시멘트 도로.......타이어의 압박.....
제가 전에 내곡길에서 벤츠 CLS시승하고나서의 느낌인것 같습니다. 저도 그 때 벤츠의 끈적임에 놀랐습니다. 고속에서 숟가락으로 조청 뜨는 끈적한 느낌. 아주 좋았습니다. 근데 C클래스는 차가 작아서 그런지 많이 끈적이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정성어린 시승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불스원샷 마니쓰시면 우염해여~ 대부분이 연마제 성분이라서, 자주 애용(?)하시다간, 인젝터노즐 다 깎여나가 없어집니다 ^^
성호군 글에서처럼 저도 읽다가 "불스원샷"에서 깜짝 놀랐답니다...오히려 해가 될뿐이라고 생각합니다..더우기 길들이기중인 신차에는 말이죠..제 포텐샤같이 10년 이상된 국산차라면 모를까 몇년안된 비싼 수입차에 넣는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불스원샷뿐 아니라 엔진 첨가제는 넣지않으시길 바랍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역시 잘한일은 아니군요. 저는 이 클럽에서 저의 차량에 대한 지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므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e200k를 처음사서 길들이기 2000km도 되기전에 230까지 밟아보고 느낀점이 180일때보다 200이 넘어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더 크다는 점이었는데 역시 같은점을 느끼셨군요..참 묘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220~230정도로 주행할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더군요..물론 요즘은 살살 다닙니다만...^^
160~200달릴땐 허둥거리고 롤링이 있는것 같은데 220으로 달리면 도로를 잡고 달리는것같은 그느낌말이죠? ㅋㅋㅋ
응...바로 그 느낌...ㅎㅎㅎㅎ
난 그리 않발아봐서 (180이하) 낙호 한테 핸들을 넘겼다는....."어이~ 나 이차 넘 휘청거려서 운전 못하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