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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재 회원기자: 관객 사이에서 <앵화초> 인터넷 선행 방영은 국내외를 뜨겁게 달굴 정도로 선풍적이었습니다. 이번 <초속 5센티미터>를 전작들과 비교할 때 만족하십니까? 아울러, 지난 3월 <초속 5센티미터> 일본 개봉에 맞춰 직접 관람하러 가는 관객을 비롯해 국내에3,000여개에 달하는 감독님의 팬 카페가 생겼는데, 국내 팬의 열기를 체감하셨는지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초속 5센티미터>, 특히 1화인 <앵화초>는 적은 수의 스탭과 함께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완성도 면에서 이제껏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만족합니다. 그렇지만, 작품 전부를 통틀어서 100% 만족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 개봉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좀 더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SICAF에서 저를 불러주어서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저는 어제(5월 24일) <초속 5센티미터>의 스크리닝 토크에서 한국 팬의 열기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편이 아닌데도, 제가 한국어로 인사한 것만으로도 관객이 환호해주어서 기뻤습니다. 특히 그 이후의 사인회에서, “일본에서 <초속 5센티미터>를 직접 감상했다”며 받아온 팸플릿과 포스터에 사인해달라는 분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는 단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권용재 회원기자: <초속 5센티미터>를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한 이유와, 세 번째 이야기인 <초속 5센티미터>를 제목으로 정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 '단편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결국 세 개의 작품으로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하지만, 단지 극장에서 보는 것만이 아니라, 휴대용 플레이어에 넣어서 전차를 기다릴 때나 학교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기 전과 같이 생활하면서 생기는 짧은 시간 동안 볼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한, 극장 개봉 때문에 세 편의 단편이 모두 연결되게 했지만, 각각 따로 봐도 혹은 함께 봐도 되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생각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를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역시 세 번째 이야기가 세 편 모두를 아우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 멈춰있는 감정일지라도, 계절이 바뀌고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처럼, 느린 속도이지만 흘러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기에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자체는 특별히 도전한 것이 없지만, 제작 방식은 제게 커다란 모험이었습니다. 처음 작품인 <별의 목소리>는 홀로 집에서 만들었고,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많은 분이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함께 모였다기보다는 각자 집에서 작업하고서 연락 담당에게 연락해 인터넷으로 자료를 주고받았습니다. 반면, 이번 <초속 5센티미터>는 도쿄에 있는 제 아파트에서 매일 메인 스탭이 다니며 일 년 반에 걸쳐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다 함께 모여서 작업한 것은 처음입니다.
무엇을 위해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권용재 회원기자: <별의 목소리>까지 혼자서 만드시다가, 그 뒤부터 여러 스탭과 함께 제작하고 계십니다. 혼자서 제작하는 것과 여러 스탭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 중에서 어떤 방식이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반면, 감독께서는 아직도 개인 제작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신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별의 목소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줄곧 게임 회사에서 일했습니다만, 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어쨌든지 <별의 목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즉, 그때 당시 저의 생활이란 회사에서의 활동이었고, <별의 목소리>는 생활이 아닌 취미나 축제 같은 것입니다. 즐거운지 그렇지 않은지의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뒤로 저는 이제까지 일로만 해왔던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생활로써 만들어야 했습니다. 즉, 무엇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지, 사람 수가 많고 적고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혼자서 만들지는 않지만, 홀로 하는 작업은 꽤 많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초속 5센티미터>의 콘티나 소설화는 전부 제 개인 작업이지요. 혼자서 만드는 것과 여럿이서 만드는 것은 서로 방식이 다른데, 모두 필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도 <초속 5센티미터>를 저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로 오해해주셔도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웃음)
내가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든다
권용재 회원기자: 제작 요소 중 작품을 만들 때 비중을 두는 부분, 배경이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특별히 모델을 두거나 동기, 영감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저 자신이 정말로 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시합니다. 특히, 제가 모르는 무언가보다 제게 절실하고 심각한 것을 주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초속 5센티미터>의 경우, 모두 일본에 실재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로케이션 팀이 1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2만 장 정도를 촬영했습니다. 등장인물은 구체적인 모델이 없습니다. 다만, 저와 주변 사람의 여러 부분을 조금씩 모아 만들어보았습니다.
권용재 회원기자: 감독의 작품에서는 빛과 색채의 대담한 노출이 인상적입니다. 감독께서 이러한 빛의 연출을 고집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전철이나 편의점, 학교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거나,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설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제 작품은 대개 애달픕니다. 이번 <초속 5센티미터>도 첫사랑을 보답 받지 못하는 이야기이지요.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그려낼 때는 역시 등장인물을 둘러싼 풍경을 아름답게 하고 싶습니다. 슬픈 처지에 있더라도 광경을 대단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에 큰 격려가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관객 자신이 지금 일상을 영위하는 곳에서 느끼는 기분을 나타내고 싶었기에 실제로 존재하는 일상적인 모습을 배경으로 나타내었습니다. 전철은 누구나 타고, 학교는 누구든지 다니며, 편의점은 누구나 들르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험을 빼놓고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권용재 회원기자: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모두 하늘과 우주가 등장했고, <초속 5센티미터>의 제2화인 <코스모나우트>에도 밤하늘의 별무리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우주와 하늘이라는 소재를 자주 다루는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물론 우주와 하늘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실제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슬플 때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으므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저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시절에는 하늘을 날고 싶다거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일상이 아닌 먼 곳을 동경하는 것은 사춘기 시절이라면 누구나 겪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동경하더라도 닿을 수 없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결국 일상을 살며 편의점에 오가거나 하지요. 하늘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영화의 절반은 음악이 이룬다
권용재 회원기자: 감독님의 화려한 영상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초 단위로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리에 맞추어 영상을 만드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와 초기작부터 제작을 함께해온 텐몬 씨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의 절반은 음악이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상을 만드는 것이 더 많은 시간이 들기는 하지만, 관객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은 음악입니다. 또한, 음악은 사람의 기억에 남기 쉽습니다. 제 영화를 보고 내용을 잊어버렸더라도, 음악을 듣고서 영화를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작곡은 일단 전적으로 텐몬 씨에게 달렸기는 하지만, 인상적인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텐몬 씨에게 부탁합니다. 이런 이유로 <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의 경우, 피아노로 어레인지한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와 관객에게 인상을 남기고 나서, 마지막 3화에서 전곡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초속5센티미터> 권용재 회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만나다(2)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