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머는 '아내 시리즈'다. 하늘 천(天)자를 아내 처(妻)자로 바꾼 한자성어들인데 그중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명재처(人命在妻: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있다)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려라)
▶지성이면 감처(至誠感妻: 정성을 다하면 아내도 감동한다)
▶처하태평(妻下泰平: 아내 밑에 있을 때 모든 것이 평안하다)
▶순처자흥역처자망(順妻者興逆妻者亡: 아내에게 순종하면 삶이 즐겁지만, 거스르면 죽는다).
참 머리들도 좋다. 요즘 남편들의 눈물겨운 생존법을 어쩌면 이렇게 잘도 표현했을까. 하지만 씁쓸하다. 웃자고 만든 말이겠지만 속없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서글픈 유머. 대한민국 남편들의 위상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쪼그라들었을까.
예전에도 공처가(恐妻家-아내에게 쥐어 사는 남자)니 엄처시하(嚴妻侍下-엄한 아내 밑에서 꼼짝 못하고 사는 남편)니 하는 말은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였다. 여필종부(女必從夫)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안제미(擧案齊眉: 밥상을 눈썹에 맞추어 높이 들고 들어간다는 뜻으로 아내가 남편을 정성껏 받드는 모양을 말함)
▶일부종사(一夫從事: 평생 한 남편만 섬김)
▶삼종지도(三從之道: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 즉 어릴 때는 부모를, 출가해서는 남편을, 노후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말)의 가르침도 당연시 되었다.
그러나 이젠 모두 국어책에나 나오는 아득한 옛말이 됐다. 그러니 아직도 이런 한자성어에 박수치는 '간 큰 남편'이 있기나 할까. 70대 이상 노인들에게 노후를 누구와 보내고 싶은가에 대해 물었다. 대답이 기가 막혔다. 남자는 69%가 반드시 아내와 함께 보내겠다고 한 반면 여성은 66%가 절대로 지금 남편과는 안 보내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일본 얘기다.
우리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50대 이후 부부들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바깥으로 돌던 남편들은 점점 집안으로 깃들고 거꾸로 아내들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퇴직이라도 하고 나면 남편은 그야말로 아내만 찾는 '노인 아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온 말이 '삼식이(하루 세끼 꼬박 집에서 밥 먹는 보기 싫은 남편)'다. 남자가 늙어서 필요한 5가지는 마누라, 아내, 집사람, 와이프, 애들 엄마라는 우스개도 있다. 반면에 여자가 늙어서 필요한 것 5가지는 돈, 딸, 건강, 친구, 찜질방이란다. 그야말로 남성 몰락 시대다. 이런 조롱섞인 말장난 소재로까지 떨어진 남편들의 위상이라니.
바람직한 부부 사이란 어떤 것일까. 정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부부 황금률'은 있다. 상호 신뢰와 존중과 책임이다. 운명공동체여야 한다는 자각도 빼놓을 수 없다. 부부란 험난한 인생행로를 함께 걸어갈, 혹은 함께 헤쳐 나온 친구요 동지며 후원자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의 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자꾸만 둘 사이를 경쟁관계로 만들려 한다.
이혼은 더 이상 '흠'이 아니라 여성의 당연한 권리라며, 왜 그렇게 참고 사느냐며 서로를 이간질시킨다. 매년 3쌍이 결혼할 때 1쌍은 갈라서는, OECD 최고 이혼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세태는 이런 부추김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첫댓글 OECD와 관계없이 우리 동기들 작은 엄마 말 잘 들어라 따뜻한 밥 얻어 먹으려면 ............
함께 모인 친구 글 감사 모두건강 하게 5월 11일 보세나 ........
그래서 요즘 앞서가는 이들은 노후 처대행보험에 가입할것을 권고하는군......근데 재력만 가지고선.....
친구의 유익한 글들 잘 읽고 있다우~ 건강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