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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구씨 집안 제사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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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손에는 '명문가', 왼손에는 '방외지사(方外之士)'를 잡고 있다. 지리산 토굴에서 칡을 캐며 사는 방외지사도 만나지만, 돈 많은 재벌가도 만난다. 한국의 재벌가 가운데 '유교적 가풍'이 남아 있는 집안은 범(汎)LG가(家)의 구씨 집안이다. 어떤 것이 유교적 가풍인가. 집안 어른의 권위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다. 어른이 있으니까 집안에 위계질서가 있다. 위계질서가 있으니까 집안 내에 싸움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구씨들은 형제간에 재산문제 가지고 법정소송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재벌가에서 돈 문제로 법정 소송하지 않으면 '양반집안'이라고 분류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LS전선 구태회(86) 명예회장과 부인 최무(87) 여사의 결혼 70주년을 맞았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부부가 70년을 해로하며 같이 살았다는 것은 머리 깎고 산에 가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 '도 닦은 삶'이라고 본다. 이 집안이 유교적 가풍을 유지하고 있는 징표 가운데 하나는 집안 제사이다. 이때 대가족이 다 모인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형님이 LG그룹 고 구인회 창업자이다. 회(會) 자 항렬이다. 그 다음이 자(滋), 본(本) 자 항렬로 나간다. 구씨 자손들의 화목을 다지게 해주는 제사음식은 무엇인가? 1.유갑 2.대구알젓 3.전복회무침이다. 구씨의 고향인 진주는 삼국시대 이래로 경상도에서 가장 물산이 풍부한 곳이고, 역대로 부자가 많았던 지역이라서 고급음식이 남아 있다. 3가지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음식이 유갑이라는 음식이었다. 제사 지낼 때 어른들이 앉는 헤드테이블에만 내놓은 음식이 유갑이라고 한다. 3월이 제철인 조개 백합을 칼로 아주 잘게 다진 다음에 방아 잎을 썰어서 버무린다. 방아는 3~4월에 나는 향신료이다. 경상도에서 보신탕에다가 주로 넣는 향신료이다. 여기에다 몇 가지 양념을 추가한 다음에 이를 다시 백합 껍질에 넣고 찐다. 백합과 방아 잎의 향내가 어우러지면 독특한 맛이 난다. 치아가 약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에겐 최고의 음식이자 구씨 집안의 별식이다. 구태회 장남인 LS전선 구자홍(63) 회장 집에서 이 유갑을 맛본 적이 있다. |
첫댓글 제사음식의 풍습. 좋은 정보 유익 하였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감사합니다~~
고마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