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있는 연합오순절교회는 일요일마다 사람들로 들어찬다. 예배당은 꽉 차고, 입구에는 유모차가 가득이다. 밴드가 마루를 울리는 디스코 리듬을 쏟아 내는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목사가 “주님은 위대하시도다”라고 노래하는 가운데, 여러 대의 텔레비전 화면에는 제단의 움직임이 뒷좌석에 늦게 온 신자들에게 중계된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다함께 손을 높이 들고 흔드는데, 예닐곱 살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한 소년이 커다란 북 더미를 두들기며 콩가 리듬을 연주하고 있다.
남미에서 종교 혁명이라고 할 만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1900-60년 사이에는 남미 인구의 90퍼센트가 가톨릭인이었다. 그러나 지난 50년 사이에 이 수치는 69퍼센트로 떨어졌다.(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자료에 의거. 이 글에 나오는 수치의 대부분은 이 센터의 자료에 따른 것이다) 남미는 여전히 가톨릭 신자가 4억 2500만 명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바티칸의 장악력은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가톨릭 신자가 교회를 떠났다. 현재 남미 인구의 거의 1/5이 개신교 신자다. 단 한 세대가 지나면서 종교 지형이 크게 변했다. 콜롬비아에서는 현재 개신교인인 사람의 3/4은 가톨릭 신자로 양육된 사람이었으며, 85퍼센트는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제도 종교 자체에서 벗어나는 가톨릭 신자들도 있다. 특정 교회에 속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난 남미인은 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데, 지금은 그 두 배인 사람이 특정 교회에 속하지 않는다.
남미 전역에서 새로운 종교 경제가 활발히 뿌리내렸다. 종교를 갖고 싶은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종교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오순절교회, 모르몬교, 여호와의 증인 등이 새 신자들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종교들도 브라질에서는 칸동블레교가, 아이티에서는 부두교가 융성하고 있고, 뉴에이지도 지금은 미국보다는 남미에서 더 인기가 많다. 오순절운동의 밀물
남미에 오순절파 선교사들이 처음 온 것은 20세기 초였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의 앤드루 체스넛 가톨릭연구소장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가톨릭에서 오순절파로) 첫 개종자들은 나환자들이었는데, 이들은 오순절파가 신앙으로 치유된다고 강조하는 데에 끌렸다. 그 뒤 수십년이 지나면서 오순절교회는 종교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됐다. 현재 남미 개신교인 가운데 2/3는 오순절파다. 체스넛은 “남미에서 활동한지 겨우 한 세기만에 오순절파는 가톨릭이 5세기에 걸쳐 이룬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오순절파는 지역 전통과 관습을 차용하고 채택했다. 가톨릭에 비해 오순절파 목사들은 현지인이 더 많아서 신자들과 더 잘 어울린다고 체스넛은 지적한다. 오순절교회는 특히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이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는데, 이들은 고향에 가족을 남겨 두고 온 이들이 많다. 미국 버몬트 주에 있는 미들베리 대학 인류학과의 데이비드 스톨 교수는 집단이 모이는 종교 생활은 가족이 취약한 이들에게는 가장 매력 있다“고 지적한다. 낯선 도시에 새로 온 이들에게 교회 공동체가 사실상의 대리 가정이 된다는 것이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오순절 교회에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하느님과 더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다. 신앙의 (질병) 치유력에 대한 믿음도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이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 어려움을 겪을 때,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오순절 교회에 가기도 한다. 제국의 반격 가톨릭의 패권에 대한 오순절파의 도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70년대에도 가톨릭교회는 “이단의 침입”이라며 오순절파의 확산에 놀라 떨었다. 남미 주교들은 1978년에 날마다 2000명의 가톨릭 신자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2년에 남미 주교들에게 “분열과 불화를 자아내는” 오순절파의 “탐욕스런 늑대들”로부터 신자들을 지켜 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바티칸은 신자들의 대탈주를 막아 내기에 힘이 부쳤다. 문제를 악화시킨 것은 가톨릭 사제가 역사상 가장 모자란다는 점이다. 1999년에 바티칸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남미는 가톨릭 신자 수는 전 세계의 42퍼센트이지만 사제 수는 겨우 18퍼센트였다. 2012년에 쿠바에는 사제가 300명밖에 없어서 신자 1만 9000명 당 1명꼴이라고 한다. | | | ▲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사진 출처 = pt.wikipedia.org) |
오순절파에 맞서는 가톨릭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오순절파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었다.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은 1967년에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오순절파 복음주의 운동의 가장 성공적인 요소들 몇 가지를 복사했다. 오순절파와 마찬가지로 가톨릭 성령쇄신운동도 남미에서 번성하고 있다.
“총알 신부”로 알려진 마우리시오 케스타 신부는 자신을 따르는 신자들에게 미사 중에 살사 춤을 출 것을 권한다.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은 성령을 예배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가톨릭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오순절파 사촌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방언을 하고 신앙 치유와 구마(악령 내쫓기)를 믿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현대적 음악을 이용한다. 하지만 오순절교회와는 달리 이들은 동정녀 성모와 성인들을 크게 공경한다.
교회 당국자들은 곧 신자들의 이탈을 막는 데에는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이 최선의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986년에는 남미의 모든 나라 가톨릭교회가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을 승인했다. 현재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은 전 세계에서 3억 명이 넘는 회원이 있어서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집단이며, 오순절운동의 지속적인 인기에 효과 있게 반격하고 있다. 남미 전역에 걸쳐 각 나라마다 상당한 비율의 가톨릭 신자들이 성령쇄신파다. 브라질, 파나마,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에서는 가톨릭 신자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
이들 상당수는 유명 성령쇄신파 신부를 보고 이 운동에 가담하는데, 이런 신부들은 축구 경기장에 신자들을 꽉 채워 놓고는 성령운동 메시지를 호소하곤 한다. 브라질의 마르첼로 로시 신부는 전직 에어로빅 강사였다. 그는 수백만 장의 레코드를 팔고 수많은 군중이 모인 앞에서 공연을 한다. 콜롬비아에서 “총알 신부”(Padre Bala)로 알려진 마우리시오 케스타 신부는 신자들에게 성령쇄신 집회를 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살사 춤을 추라고 권한다. 성령쇄신파들은 또한 방송도 장악했다. 브라질의 종교 라디오방송 대부분은 성령쇄신파가 운영하고 있다.
2013년 3월에 아르헨티나 출신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가 첫 남미 출신 교황이 됐다. 베르골료는 원래는 성령쇄신 집회를 “삼바 춤 강습” 같다면서 이 운동에 회의적이었는데 집회를 보고 나서는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그는 교황이 된 뒤에는 전임 교황들보다 더 열심히 성령쇄신운동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2013년 7월에는 리우데자네이로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성령쇄신파가 연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다. 2014년에는 로마의 한 축구경기장에서 5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성령쇄신대회에서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이 “주님에게서 큰 은총”을 받았다고 믿는다고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전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 가톨릭 신자 열 명 가운데 여덟은 그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의 성공이 있음에도, 교회를 버리고 떠나는 가톨릭 신자들의 물결을 막거나 역전시키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브라질은 현재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오는 2030년이 되면 처음으로 과반수가 안 될 것이다. 앤드루 체스넛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흐르는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조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어요. 대대적 개혁이 없다면, 저는 지금으로서는 이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대대적 개혁”에는 사제의 혼인을 허용한다거나 여성사제 서품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심각한 사제 부족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고 더 많은 남미인이 교회에 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쓰면 (남미보다) 더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신자들은 안 좋아할 위험이 있고, 그러면 교회는 어느 대륙의 충성이 더 중요한지를 결정해야 하는 있을 수 없는 처지에 빠진다.
그러한 개혁 없이도 여전히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은 오순절파의 돌진을 둔화시키는 가톨릭교회의 최선의 희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다.
(잭 올드윙클, Jack Aldwinckle) 원문 http://qz.com/342810/why-the-catholic-church-is-losing-latin-america-and-how-its-trying-to-get-it-ba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