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관의 제2형식은 결정론이다. 결정론은 특히 인간의 의지·행위를 결정하는 힘을 정신적인 것으로 보느냐, 물질적인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2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전자로는 그리스도교의 구제예정설이나 근세 유럽의 관념론 등이 있고, 후자로는 고대의 데모크리토스로부터 근세의 자연철학자에 이르는 유물론이나 마르크스주의로 대표되는 변증법적 논리가 있다.
원래 초기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의 교의를 계승하여, 아담의 죄를 공유하는 인간의 원죄로 인해 영원성의 소멸로 인간의 운명이 규정지어졌다고 봄으로써 구세주 예수만이 이 상태를 최종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에 있어서 구제예정설 논쟁으로 발전한 것은 사도 바울로의 서간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바울로는 구약시대에 있어서의 신의 섭리와 신약시대에 있어서의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구제를 연결시킴으로써 현세의 존재나 사건을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고 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것을 보다 철저화하여 아담에 의한 원죄를 공유하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도덕적으로 무력하여
구원은 신의 의지에 의한 일방적 선택에 맡겨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의 은혜라는 측면을 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받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깊게 논하지 않았다. 즉 구원에 대한 예정만이 언급되고 멸망에 대한 예정은 언급이 없다.
구원과 멸망이라는
이중예정설을 설파한 사람은 16세기의 종교개혁자
칼뱅이다. 그는 구원만이 아니라 멸망도 신에 의해 사전에 예정되어 있어 어떠한 선행에 의해서도 이것을 바꿀 수는 없으며 사람은 단지 신의 영광을 위해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한 예정설의 귀착점은 인간의 구원에 대한 절망이다. 그러나 칼뱅은 개인은 스스로를 선택된 자라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으며, 그러한 자기 확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각자 직업에서 끊임없이 노동을 할 것이 추천되었다. 그리하여 중세 이래의 수도원적 금욕은 세속적 금욕, 즉 세속의 직업 노동과 검약으로 대치되었다. 한편 17세기의 스페인의 신비신학자 미겔 데
몰리노스는 인간이 구원받는 것은 교회의 일이나 개인의 윤리적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신으로 향한 명상과 자기 포기에 의해 신의 섭리를 받아들인다고 하는 수동적 불활동(不活動)을 철저히 지킬 것을 역설했다. 이 사상은 1687년 이단으로 배격되었지만, 오히려 루터파의 경건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이상의 숙명론·결정론은 불교의 인과응보나 이슬람교를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죄악을 저지를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비결정론적 요소가 들어있다. 이것은 근세의 관념논리학, 특히 스피노자의 합리적 결정론, 라이프니치의 예정조화설, 칸트 및 신칸트파의 목적론적 결정론, 또 과학적 결정론 등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