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여자 감독이 원더우먼 리메이크판 영화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된다 할때만 해도 별로 흥미가 없었다. DC코믹스라는게 한국 정서를 지배하는 우리문화도 아니고, 어릴적 미드로 접한 캐릭터가 다라서 이 영화가 개봉된다 했을 때 소재고갈로 인한 재탕??!! 이구나 하는게 내 심정이였다.
그런데 감독이 여성이다. 흠.
여성 액션 히어로의 이야기를 여성 감독이 만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해졌다.
적어도 액션을 보여줍네 하는걸 빌미로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로 전락시키는 우는 범하지 않을꺼란 믿음 같은게 있었다. 아니 여성을 앞세운 어떤 강렬한 전복적인 기운 같은걸 심어 놓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마저 생겼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메세지는 간결하다. 세상을 구하는건 인간의 선한의지 라는거.
평화로운 데미스키라를 떠난 다이애나 프린스(영화를 보면 다이애나는 프린스다. 프린세스가 아닌. 난 이 단어선택이 흥미로웠다)가 인간세계를 나와 실망도 하고 깨지지만 인간 고유의 특성을 발견하면서 그 안에서 공존한다는 이야기.
이야기는 한가지 중심을 잡고 우직하게 나가기에 상쾌했고(이건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있다. 우직하다는건 뒤집어 보면 단순하다란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액션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또, 좋았던건 여러 이야기가 이물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는 것.
아마존의 이상적인 여성국가 데미스키라에 덧입혀진건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현대이면서(1차대전 시절이니 꽤 이전의 역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명백한 현대다) 신화적 상상력이 무리없이 이어붙여져 있는 극의 흐름이 매끄러웠다.
또한 확실히 여성을 상품화 하지 않아 좋았다.
원더우먼 특유의 노출이 있는 옷을 입긴 했지만 이전 미드에서의 여성의 굴곡을 심하게 강조한 옷이 아닌 전투복의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와 접한 기사에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사전정보가 거의 없이 보았기에 몰랐는데 원더우먼을 연기한 갤 가돗이 이스라엘 출신이였다. 레바논에서 이 영화상영을 금지시켰다는 기사를 보고 뭔가 싶어 찾아봤다가 이 영화를 본 것 자체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쳤다.
갤 가돗이 명백한 시오니스트라고 하니 영화 속 원더우먼의 활약이 모두 거짓으로 보여(아무리 연기라 해도) 입맛이 썼다.
이미 본 영화 다시 무를 수는 없겠고, 나라의 문제를 개인에게 집약시켜 문제시 하는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것에 부딪치기는 했어도 어쨌든 전쟁(혹은 테러)으로 인해 어린아이와 여자가 죽었다고 울부짖는 이스라엘 여자를 보는건 확실히 아이러니하고 불편한 일이였다.
이 영화에서 클라이막스는 원더우먼과 전쟁의 신 아네스와의 격투씬이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원더우먼이 인간의 선한의지를 발견하는 어떤 계기같은 것이 되기 때문. 물론 공들인 액션씬은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난 오히려 초반 데미스키라의 전사들과 독일군이 맞붙는 액션 장면이 훨씬 아름답고 인상 깊게 다가왔다. 보통 액션씬은 남성들이 담당하고 여성들은 보조역할이거나 되려 어떤때는 민폐캐릭터로 전락되기 십상인데 여기서의 액션 담당은 여자들이다. 여자 하나가 아니라 심지어 여자들이다.
내가 요 몇년사이 본 액션씬중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매드맥스>의 장대에 매달려 펼치는 공중곡예 액션인데, 데미스키라 전사들이 줄을 타고 움직이면서 하는 액션은 <매드맥스>에 준하는 쾌감을 주었다.
(물론 더 나은쪽은 <매드맥스>다. 나에겐 워낙에 지존인 액션씬이라 이만한 장면은 당분간은 찾기 힘들 것 같다)
원더우먼을 연기한 갤 가돗에 대해서는 위에도 썼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참 뜨거운 감자다.
머리로는 불편한 배우라는건 알겠는데 문제는 이 배역에 참 잘 어울린다는 것. 이 배우가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미지 하나는 아주 적절하다.
또한 여성감독의 손길로 매만져진 이 캐릭터 매력있다.
일단 외모로만 따져볼 때 이전 미드에서의 원더우먼은 되려 여성을 불편하게 하는 모습이였다. 가슴골은 지나치게 강조되었고 허리는 코르셋으로 조여진 듯한 옥죄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 영화 <원더우먼>에서도 원더우먼은 간단하게 옷을 입고 나온다.
차이점이라면 영화 <원더우먼>의 다이애나 옷은 누군가에 보여지기 위한 옷이 아니라 전투복의 느낌이 강하다는 거. 노출이 있되 육체를 볼거리로 전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다이애나에게선 강인함이 느껴지는데, 의외로 웃을 때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 있다.
독일군 대장을 죽이고 나서 에네스인줄 알고 죽였는데 왜 전쟁은 끝나지 않는 거나며 징징댈땐 좀 난감하지만 이후 슈퍼히어로 로써의 자각을 하고 자신의 고결함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헌데 영화외적인 이야기를 좀 붙이자면, 다이애나는 늙지않고 살면서 여전히 지구를 지킨다는 설정인데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현재다) 다이애나는 전쟁의 신인 아네스를 1차 대전때 죽였는데(죽였다고 믿는데) 이후 벌어지는 세계를 보면 회의에 빠지지 않을 하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세계는 곳곳에서 전쟁중이고, 인간의 고결함 따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아주 많이 일어나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의 비밀이 2가지 등장한다.
갓 킬러가 다이애나 그 자신이라는 거(다이애나는 처음엔 검이 갓 킬러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다이애나가 신의 핏줄이라는 거.
사실 영화 초반, 데미스키라에 다이애나가 유일한 아이라는 것이 이상했다. 흙으로 만들어 제우스가 숨만 불어놓으면 되는 애가 왜 더 이상 없는걸까.
하하. 그런데 데미스키라 왕인 다이애나 엄마는 동정녀 마리아가 아니라는 거.
제우스는 숨만 불어넣어 준것이 아니라(신화적 상상력) 다이애나 엄마랑 섹스를 했던 것이다(오~ 현실적이얌)
제우스가 그냥 숨만 불어넣어주는 정도면 데미스키라에 애가 한달 평균 두서너명은 만들어 질 수 있는건데 제우스는 다이애나 엄마랑 섹스하는 사이였기에 바람을 필 수가 없는지라 온 동네에 애가 다이애나 하나였던 것이다.
신화적 상상력 말고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에 웬지 난 안도가 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다이아나가 왜 비행사인 스티브를 쫒아나섰을까.
솔직히 내가 생각한건 그가 남자이기 때문이였지 않았을까 싶다(세계를 구한다는건 그냥 좀 있어보이려는 명분이고)
다이애나가 스티브와의 정신없던 첫만남 이후 그를 제대로 만나 이야기 한건 스티브가 목욕을 하고 벌거벗고 나왔을 때이다. '성애'를 책으로 배운(12권인가를 읽었다고 나온다) 다이애나가 남자를 만난건도 흥분되는데 심지어 그 남자가 벗고 있기까지 하니 저 남자랑 같이 떠나자 생각이 안 들었겠나.
그러니 데미스키라를 떠나는 배에서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배에다 몸을 묶는 스티브에게 자신의 옆에 와서 누우라고 수작을 거는 이 또한 다이애나다.
그 정신 몹시 훌륭하다.
첫댓글 이 영를 보고 이렇게 긴 글을 쓰다니 놀라워요^^
저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보기전에 내용이 궁금하긴 했는데...
어쩌면 원더우먼이란 영화 자체가 유치해야 맞는 거 같아요.
액션등 나름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갤 가돗,
그녀가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은 세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보이네요.
저는 영화는 영화로만 즐깁니다.^^
긴글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직 못보아서 참 궁금했었네요.
사이 사이엔 엑박으로...^^;; 안보이네요... 궁금한걸요 ^^;;
저만 그런가 했더니... 제 컴도 배꼽만 보이네요
그래도 영화평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릴때 티비에서 미드로만 접했고.. 당시엔 참 재미있게 봤지만 ..
다 늙어서(ㅎㅎ) 별 흥미를 못 느꼈는데...
한번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원더우면 하면 옛날 린다 카터를 따라갈 자 누가 있을까요? ㅋㅋ
그래도 영화는 보고싶네요
소개 김사합니다..아직못봤는게데
보고싶네요
봐야지..
옛날생각난다그시절 로돌아갔고파
꼭 보고 싶네....
갤가돗은 21세기에 잘 어울리는 원더우먼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같은 사람에게 원더우먼은 린다카터의
이미지로 굳어있죠.
70년대 원더우먼을 연기했던 린다카터가 당시 어린 저에게는
세상 최고의 미녀였기도 하고.
원더우먼을 좋아해서
원더우먼을 방영하던 TBC도 좋아했던 나.
보려다만영화ㅡ봐야겠군요^^
생각보다 잼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