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심리학>
<5> 협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공동의 목표 위해윈·윈을 선택하다
- 긴장·불안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강렬한 경험 추구
- ‘신체적 흥분상태 → 안정된 평형상태’로 회귀 원해
- 흡연·술 등 부정적 정서보다 긍정적 정서로 극복을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 2005년 작)’ 포스터. 전쟁 속에서 이뤄지는 적과의 제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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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해 협동적 관계·집단 형성
인간은 본디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존재라고 혹자들은 얘기한다. 이러한 본성론의 근거로 그들은 흔히 다윈의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을 꼽는다. 역설적이게도, 진화론이 상정하는 인간은 협동의 성향도 발달시켜 온 존재다. 초식동물이 무리 속에 있을 때 포식자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처럼, 미력한 인간도 거친 자연의 도전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연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누구와 연대해서 협동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때로 우리는 지금의 경쟁자와 협동적 관계나 집단을 형성한다. 물론 여기에는 이 범주에 대응하는 기존의 혹은 새로운 경쟁자가 있기 마련이다.
전쟁에서도 공존의 시스템 발달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적대적인 집단들 사이에 협동이 이뤄진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동안 프랑스와 벨기에 영토의 800㎞에 이르는 전선에서 적군과 아군이 공격을 자제하며 협력하는 일이 허다했다. 전선이 고착돼 장기간 거주하게 된 적대적 부대원들은 서로를 알게 되면서 공존의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특히 참호전과 같은 경우 지휘관들의 금지 노력이나 치열한 전투상황 혹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전쟁의 논리도 이러한 시스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상호보복보다 상호자제를 선호했다. 이와 동시에 때로 발생하는 배반행위 뒤에는 두세 배의 보복이 뒤따랐다. 결국, 협력은 협력을 불렀고 보복은 보복을 불렀다.
협력은 협력을, 보복은 보복을 불러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 2005년 작)’는 이처럼 전쟁 속에서 이뤄지는 적과의 제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독일군과 대치하고 있던 프랑스와 영국군은 각자의 참호에서 크리스마스 전야를 맞이한다. 밤이 깊어갈 무렵, 영국군이 백파이프를 연주하자 각 진영의 병사들은 향수에 젖는다. 테너 가수였던 독일군 장교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 시작하자 영국군은 백파이프 반주로 호응한다. 그러면서 각 진영의 장교들은 이날 하루를 휴전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은 총격 대신 국가 대항 축구대회를 벌인다. 심지어 폭격이 있을 때는 정보를 공유해 서로를 보호하기도 한다.
죄수 딜레마 게임- 협력할 때 이득 극대화
그러면 이와 같은 협동이 발달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기본적인 전제는 집단이라는 맥락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의 협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동이 바람직한 상황에서 관련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알아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죄수 딜레마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는 두 사람이 협력할 때 서로의 이득이 극대화되지만 각자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는 모두 손해를 본다. 가령, 두 명의 죄수가 서로 협력해서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5점을 획득하지만, 모두 배신해서 자백하면 둘 다 2점을 받는다. 어느 한쪽만 배신하면 배신한 그 사람은 8점을 받지만 협력해서 자백하지 않은 다른 사람은 0점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상대가 협력을 선택할 때 우리는 배신을 선택하면 8점이라는 가장 큰 점수를 얻는다. 상대가 배신을 선택할 경우에도 우리 역시 배신을 선택함으로써 협동을 선택할 때의 0점보다 더 큰 2점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협력보다는 배신이 항상 유리한데 문제는 상대방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은 서로 배신을 선택함으로써 각자 2점씩 얻게 된다. 이처럼 이 게임이 일회적일 때는 배신이 늘 유리하지만, 어느 정도 장기적인 관계에서 상호작용이 반복해서 일어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맞대응 전략과 All D 전략
이러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무조건 배신을 선택하는 소위 ‘All D 전략’이다. 상대가 이 전략을 채택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역시 배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은 나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략이 ‘맞대응(Tit-for-Tat) 전략’이다. 이 전략은 상대가 협력하면 계속 협력하고 배신하면 같이 배신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모두가 늘 배신하지 않을 때 합리적이지만, 어느 한쪽의 배신은 뒤이어 배신을 낳음으로써 누구도 복수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맞대응 전략은 인간만이 사용하는 전략이 아니다. 코스타리카에 거주하는 흡혈박쥐는 피를 마시지 않고 60시간 동안 있으면 죽을 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그래서 집단이 함께 살아남으려면 그들은 필요 이상의 피를 빨아두었다가 필요한 다른 박쥐에게 나눠주어야 한다. 동물학자 제럴드 윌킨슨은 박쥐들을 관찰해 그들이 맞대응 전략을 구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과거에 다른 박쥐에게 피를 나눠준 박쥐만이 그 박쥐로부터 보답을 받는다. 그들은 서로의 깃털을 정리해 줄 때 위가 위치한 부위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피를 빤 박쥐의 볼록해진 배 때문에, 흡혈박쥐는 속임수를 쓰는 동료 박쥐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공동이익 극대화하는 ‘관대한 맞대응’ 전략
한편, 죄수 딜레마 상황에서 채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 세 번째 전략이 바로 ‘관대한 맞대응 전략’이다. 이것은 상대의 처음 배신은 용서하고 계속해서 두 번 혹은 세 번 배신을 할 경우에 보복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맞대응 전략이 가지는 복수의 무한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서의 장치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연구들이 이 세 전략의 효과를 경험적으로 검증했다. 그들의 전반적인 결론은 세 번째 전략이 공동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즉, 우리는 배신하는 상대를 얼마나 용서하고 어느 정도의 관용을 그에게 베풀어야 하는가?
지난 8월 4일 파주 비무장지대에서는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보이는 지뢰가 터져 수색대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비무장지대에서 남과 북은 대치하면서도 보통은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해 왔다. 왜냐하면 한쪽의 공격 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쪽의 보복을 초래한다는 일반적 원리를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현장에 있던 한 장교는 언론과의 면담에서 “아군이 느낀 고통의 수만 배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번 북한의 도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분명히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관대한 맞대응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대할 것인가?” 군 수뇌부의 의사결정을 지켜볼 차례다.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Songs From a Secret Gard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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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Songs From a Secret Garden
Secret Garden 1995–present
No.1 - Noctur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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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Title: Songs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Studio/Live Studio Mono/Stereo Stereo Audio CD (April 16, 1996) Label: Polygram Records / PHILIPS (P) 1995 PolyGram A/S Norway (C) 1996 Philips Classics Marketed in the UK by Philips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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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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