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 복음묵상
(마태25,1-13)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열 처녀의 비유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그 비유 말씀의 줄거리는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는데 다섯은 어리석어서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여분의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섯은 슬기로워서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랑이 늦게 오자 기름을 준비해 놓았던 다섯은 혼인잔치에 들어갔고, 뒤 늦게 기름을 사러 간 다섯 처녀는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17세기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프랑켄 2세는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인 ‘열 처녀의 비유’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을 보면 혼인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옷을 잘 차려입은 젊은 여자 열 명이 다섯씩 나누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왼쪽의 다섯 명은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보석을 두르고 있으며, 경박하고 허영기가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여자들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곧 악기를 연주하며 놀고 있는 여자와, 식탁에 먹을 것을 가득 차려놓고 포도주를 마시는 여자, 탁자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여자의 모습입니다. 곧 그들은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잠을 자며 자신들의 쾌락만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처녀들의 앞바닥에 흩어져있는 여러 물건 곧 책, 술병, 가면, 카드, 주사위, 깨진 유리조각들은 정돈되지 않은 그녀들의 마음가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벽에 걸린 그림과 피아노에는 세속적인 여인의 나체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오른쪽의 다섯 명은 소박한 옷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단정하고, 절제 있으며 소박한 젊은 여자들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곧 십자고상이 놓인 탁자 앞에 앉아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고 있는 여자, 조심스럽게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있는 여자, 성실하게 바느질하고 있는 여자, 자기의 보석함을 열어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려는 여자, 예수님의 수난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의 발아래에 불이 켜진 등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림 위쪽 중앙, 구름 위에는 황금빛으로 찬란한 하느님 나라가 그려져 있습니다. 왼쪽 다섯 명은 문이 닫혀 밖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청하고 있고, 오른쪽 다섯 명은 양팔을 하늘로 올린 채 구원의 환희를 맞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그림에서 열 처녀가 기다리고 있던 신랑은 그리스도를 말하며, 혼인잔치는 하늘나라에서 펼쳐지는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의미합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이 정결한 모습으로 하느님을 맞이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면, 어리석은 처녀들은 하느님을 맞을 준비를 미루고,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비유 말씀을 들려주시고 마지막에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깨어있다는 것의 의미는 늘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곧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등잔과 기름을 충분히 준비한 다섯 슬기로운 처녀들의 모습처럼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영적인 기름. 곧 성령의 기름을 비축해 놓고 지속적으로 등잔의 불을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령의 기름을 비축할 것인가? 그것은 성사생활과 말씀과 기도의 삶을 통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채워주시게 됩니다. 그리고 등잔의 불을 밝히는 것은 바로 끊임없는 선행의 삶, 곧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처럼 끊임없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깨어 준비하는 이들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맞이하여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사진: 11월11일 천주교 정릉동 성당 성음악찬양 미사 봉헌특송~ 황수정 율리안나(2017 CPBC 창작성가제 대상곡 주 내맘에 들어오는 소리) 특별공연~김춘자 요셉 피나(고전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