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한국 교육자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난 2009년 시행된 첫 주민 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김 교육감은 주민들이 직접 뽑은 교육감 중 가장 큰 자치교육단체를 통솔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산하에는 9만여 명의 교직원이 있다.
임기 4년의 반환점을 지난 1일 돈 김 교육감을 12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교육청에서 만났다. 이미 김 교육감은 임기 전환을 기념해 두 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교육문제를 넘어서 대학 정책, 부동산 정책, 남북관계, 생태문제까지 다뤘다. '교육감의 관심사가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도 많은 얘깃거리를 낳은 책의 내용과 그간 그의 업무를 평가하는 차원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 교육감은 교육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학 혁신'을 꼽았다. 초중고교를 통솔하는 교육감이 대학의 개혁을 요구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초중등 교육을 혁신하려면 대학 체제를 바꿔야 한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로 여겨지는 대학 서열화가 입시 경쟁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이제는 서열화 폐해가 고교, 중학교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이유다. 김 교육감은 이를 바꾸기 위해 서울대를 정점으로 형성된 대학 서열 구조를 과감히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근 대선 국면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국립대 통폐합 안을 정치권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요청했다.
나아가 김 교육감은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를 사실상 해체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교육 백년대계를 일관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는 현 상태로는 바람직한 교육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나아가 주민이 뽑은 교육감을 행정부가 평가하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체제의 한계도 뚜렷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이 밖에 지난 3년여 간 그의 대표적 업무 성과로 꼽히는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했다. 그는 남은 2년 간 학교를 보다 '혁신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노라고 다짐했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김 교육감은 결코 튀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차분한 말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뚝심도 느껴졌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사회 변해야 교육도 변한다
프레시안 : 경기도 교육감으로 3년 2개월째 일하고 있다. 그간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의 정책을 통해 공교육을 크게 흔들었다. 지난 교육감 활동을 총평한다면?
김상곤 : 초중등 교육 혁신을 위한 흐름을 만들었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를 얘기하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근 <더불어 행복한 민주공화국>이란 책을 펴냈다. 교육은 물론 일자리, 복지, 인권, 부동산, 생태, 남북관계 등 대한민국의 분야별 혁신전략을 다 담았더라. 김 교육감이 14명의 인문사회학자들과 지난 1년 간 세미나를 이어온 결과물이라고 들었다. 18일에는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김상곤의 교육편지>란 단독저서 출판 기념회도 연다. 교육감이 교육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뭔가?
김상곤 :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경제 발전이 더 이뤄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이 시점에서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다 고려해야 한다. 교육만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교육은 사람을 통해 사회 각 부문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새 교육도 필요하다. 그게 교육 혁신이다. 교육감이라면 교육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결국 한국을 혁신하려면 교육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사회 혁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 혁신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
김상곤 : 무상급식 도입 과정을 복기해보겠다. 제가 2009년에 이를 도입하려 하니, 당장 도교육위원회에서 여러 문제를 제기하더라.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색깔론으로 접근했다.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교육복지는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정치권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이만큼 사회·경제적인 축적을 이뤘다면, 이제는 우리 국민들에게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한 번 발전할 계기를 이뤄야 한다고 본다. 이게 좋은 발전이고, 새로운 역량을 쌓기 위한 노력이다.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
교육 혁신이 이뤄지려면 사람들의 사회인식 면에서 참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사실은 (교육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환경과 관련된 문제라고 본다.
'대학 혁신' 외치는 오지랖 넓은 교육감
프레시안 :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대학체제 혁신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제안했다. <더불어 행복한 민주공화국>에서도 첫 번째 분야별 혁신과제로 대학교육 개혁을 얘기했다. 교육감이 왜 대학체제 개혁을 요구하나? 대학체제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상곤 : 감히 교육감이 대학 혁신을 말씀드리는 건, 초중등 교육을 제대로 혁신하려면 대학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안이 있으니 함께 생각해 주십사'하고 말씀드리겠다.
초중등 교육은 대입시험을 매개로 대학교육에 종속돼 있다. 교육감 자치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중앙집권적 제도 아래에서 자율성을 지니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종속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제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에 여러 문제가 있다. 첫째로 대학은 사실상 공교육 영역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시장에 내버려져 있다. 시장주의적인 체제로의 이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립대를 법인화하려는 상황이라 더 위험해지고 있다.
둘째로 각 대학이 서열화 된 학생들을 먼저 뽑으려는 데만 몰두한다. 그러다보니 대학별 특성도 형성되지 않고, 대학교육이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된다. 적어도 이 두 가지는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 : 어떻게 바꾸면 되나?
김상곤 : 대학에 공공적인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80퍼센트(%)가 사립대고, 등록금도 개인이 부담한다. 그런데 이 등록금 수준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대학에 다니면서 드는 부대비용도 개인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잘못됐다. 이제는 국민들도 견디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
둘째로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학문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선발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야말로 대학 효과가 제대로 나도록 해야 한다. 그간 질적 교육을 위주로 한 선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입학사정관제, 수시입학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한계가 뚜렷한 걸 모두가 안다.
반값 등록금을 바로 시행하는 걸 비롯해 대학 경비를 국가 재정으로, 즉 공적 재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 중심으로 서열화 된 피라미드식 체제를 조정해야 한다. 지금껏 나온 방안이 여럿 있다. 국·공립대 통합 안, 서울대 교양대학화 방안, 대학 네트워크 안 등을 진지하게 토론할 장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지난 1일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국립대 연합체제' 방안을 내놓았다가 곧바로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반론이 불거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교육 개혁은 이번 대선 최대 화두로 꼽히는 경제민주화 못지않은, 어쩌면 보다 근본적인 개혁 과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가 부족하고 관심도도 높지 않다.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김상곤 :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으로 대표되는 학벌구조 깨트리기 시도가 나온 게 지난 대선이다. 이미 오래 논의된 방안이다. 현 서열 체제의 심각성은 많이 공유돼 있다. 그렇다면 한 발 물러설 게 아니라, 계속 논의하고 새로운 방안을 계속 제안해야 한다.
(교육감인) 제가 뭔가 새로운 제안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지금의 선거 국면에서 대학 문제를 초중등 교육 문제와 함께 중요한 대선 의제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교육관련 단체와 같이 논의할 수도 있다. 그런 논의가 확산되도록 저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싶다.
프레시안 : 가장 시급한 대학 혁신 과제는 뭔가?
김상곤 : 우선 (교육과학기술부를 폐지하거나 영역을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친다. 긴 시간 논의하고 조정해서 흔들리지 않는 교육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중장기적 정책 기조와 정책을 수립해서 기본적인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기구는 (정부에) 독립적으로 있어야 한다. 실제 대선 후보 몇 분도 진지하게 고민하신다고 들었다.
둘째로 학교 문화가 변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지자체별로 도입하려다보니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많았는데, 이는 국가차원에서 실행해야 한다. 나아가 '아동청소년인권법'을 제정하고, 이를 도입할 추진체를 만들어야 한다.
▲2012학년도 대학 수시합격자 명단.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프레시안(최형락)
시도교육청 평가 동의 못해
프레시안 : 이제 본업인 초중등 교육 문제로 넘어가보자. 초중등 교육 개혁을 위해 필요한 건 뭔가?
김상곤 : 교육 재정문제가 중요하다. 초중등학교 재학생이 전국적으로 매년 20여만 명 씩 줄어들고 있는데, 경제부처에서 이를 근거로 교부금을 줄이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교육을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지금도 우리 교육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교육 재정을 늘려야 한다).
당장 교육 관련시설도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 여건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 아직도 석면이 교실 천장에 많이 들어있다. 새로운 대한민국 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발표한 16개 시도교육청평가에서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있는 곳이 점수가 낮았다. 경기도는 3년 연속 꼴찌다.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곤 : 물론 열심히 하신 결과, 평가를 (그에 걸맞게) 잘 받은 교육청도 있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에 대한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교육 자치 시대에 (교과부의) 중앙집권적 평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평가가 개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불합리하고 반 자치적이다. 경기교육청 덩치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그러다보니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가장 낮다. 이 수준에선 뭘 하든 개량적 수치가 낮게 나오게 된다.
저로서는 이런 방식의 줄 세우기 발표가 불합리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교육감 직선 시대에 맞게 교과부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교육청을 평가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경기도는 지난 2010년 10월 5일, 학생인권조례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공포했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되는 교과부와 교육청 간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어떻게 바라보나?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김상곤 : 서울교육청과 정부가 일으키는 갈등을 참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사람이 인간적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는 세계인권선언에서 유례했다. 우리는 유엔(UN)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이기도 하다. 학생이 인권을 가진 건 당연한데도, 여전히 (정부는) 시기상조론을 이야기하고 옛 스승과 제자 관계만 상정하고 이를 반대한다.
물론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사 일선의 반발은 인식하고 있다.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부 아이들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선생님들에게 대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주신다. 지난해 상반기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는 교사 비율은 절반 정도였지만 이 조례에 맞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5% 정도가 나왔다. 감동받았다.
교사들이 가진 소명의식 속에서 학생 인권을 존중해야 하고, 아울러 교권도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교육은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 학생 인권을 더 보장할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 정부에서는 아동기본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김상곤 : 우리 정부가 아동, 청소년을 보호할 대상으로서 접근하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아동기본법이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정 목적으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는 결국 학생들이 가진 인간적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들을 시혜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겠다는 차원이다. 청소년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인권기본법은 아직 없다. 예전부터 인권기본법을 제정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아닌) 이전 정부에서도 만들지 못했다.
혁신학교 졸업생 성적 기대해
프레시안 : 올해 용인 흥덕고 등 경기도 혁신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나온다. 아이들의 성적에 여론의 관심이 쏠릴 게 당연하다. 김 교육감은 지난 7월 3일 [금천시민대학]에서 "혁신학교 아이들의 성적이 좋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뭐가 다른가?
▲김상곤 교육감에게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이 학교 졸업생이 받을 성적표에 대한 초조함도 읽혔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상곤 : 혁신학교는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를 미래지향적 학교로 만들기 위한 모형이다. 자사고, 특목고와 같은 (입시 목적의) 특별한 종류의 학교가 아니다.
경기도에는 초등학교 76개, 중학교 60개, 고등학교 18개 등 총 154개의 혁신학교가 있다. 이 학교들이 각각 자신들의 학교 모형을 만들고 있다. 교육청이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청은 각 학교의 자율성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
그간 눈물겨운 과정을 거치며 나름의 교육방법을 정착시킨 혁신 고등학교에서 졸업생이 나온다. 이 학생들이 지난 3년 간 공부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도 물론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결과를 갖고 중간 연구과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무상급식이 도입된 지 3년이 됐다. 일부에선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곤 : 경기도의 경우 무상급식으로 추가되는 재정이 약 2900억 원 정도다. 그런데 올해 경기도 교육재정은 10조5000억 원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다. 무상급식 때문에 다른 사업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초 저는 2014년까지 무상급식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일정을 한 해 앞당겨서 내년이면 중학생도 전 학년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도록 하려 한다. 이미 지난해부터는 5세 아동(유치원)도 무상급식 대상에 들어갔다.
국가권력이 교육 행정 가로막아
프레시안 : 그간 교육감으로 지내면서 교육 행정에서 느낀 벽이 있나?
김상곤 : 결국 국가권력이다. 지방교육자치를 세계적으로 드물게 이뤄냈는데, 이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태껏 행해 온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자꾸만 교육단체장을 통제하려 한다. 이건 적절치 않다.
프레시안 : 남은 임기가 2년이다. 앞으로 역점을 둔 사업은 뭔가? 일각에서는 '김 교육감이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상곤 : (그건 말도 안 된다.) 금년 대선이 향후 최소 5년의 교육 방향을 정할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에 (교육감으로서) 국민이 겪는 교육 고통을 덜어주고, 보다 행복한 교육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도록 노력하는 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다.
앞으로 제가 잡은 목표는 네 가지다. 그간 만든 혁신 교육의 큰 흐름을 지탱할 네 가지 기둥을 세워서 상호 유기적인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싶다.
그 네 기둥은 △협동·협력적인 창의·지성 교육 시스템 △평화·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 시스템 △복지국가 수준의 보편적 교육복지 시스템 △현대적 교육공동체 시스템이다. 이들이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도는 분단 상태인 한반도에서 접경지역이다. 나아가 학생의 자살 문제도 학교 평화, 인권 신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학교 내에 평화의 생활화를 이루고, 평화를 체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안착돼야 학교 폭력도 사라질 수 있다.
학교 공동체 정신도 더 높여야 한다. 우리가 그간 주문을 외듯이 '학교공동체를 만들자' '교육공동체를 만들자'고 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현대적 교육공동체가 형성된 적은 없다고 본다.
경기도는 교권, 학생인권에 이어 학부모 조례도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간 학부모는 학교에서 수동적인 조력자 수준에만 머물렀다. 이른바 '촌지', '치맛바람'으로 대표되는 이름으로 상대화되고 타자화됐을 뿐이다. 이래선 안 된다. 학부모도 교사, 학생과 마찬가지로 학교공동체에 들어와 각 공동체 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