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羿(예)는 천신이 아닌 한낱 인간일 뿐이지. 하늘에 올라갈 수도 없고 추위 타고 더위타고 무엇인가를 입으로 집어 넣어 먹어야 하고, 먹었던 것을 밑구멍으로 뽑아야 하는 그런 인간이 되고 말았네. 그러나 이런저런 무엇보다도 신과 인간의 차이는 영생과 필사(必死)라는 근본에 있다는 것이야. 인간은 제아무리 잘났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동물이거든.
졸지에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상아(嫦娥)는 남편 羿(예)를 긁었지.
"사람이 뭐야, 이딴 것이 뭐야? 다시 하늘에 올라가고 싶어. 늙을 거 아냐, 즉을 거 아냐? 그전처럼 안 죽는 거 하고 싶어!"
밤낮없이 긁어대는 바가지를 감당할 사나가 있나?
곤륜산의 서왕모(西王母)거 불사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羿(예)는 알고 있었어. 그걸 얻어 오기로 하고 길을 떠났지. 높고 추운 산 넘고, 깊고 매운 물 건너 불 토하는 화산 곁을 지나 온갖 어려움을 다 겪으며 드디어 곤륜산에 다다라 서왕모 궁에 들어가 그녀를 만나는 데 성공했지. 그런데 말이지. 서왕모의 불사약은 그 동안 다 팔리고 딱 두 알만이 남아있었대. 한 알을 먹으면 죽지 않고, 두 알을 먹으면 하늘에 오를 수 있는 명약이야. '이제 집에 돌아가 와이프 상아에게 보여주면 좋아할 테지. 둘이서 한 알씩 먹으면 부부는 죽음이라는 걸 초월한 신선이 돼.'
예상했던 대로 상아(嫦娥)는 몹시 기뻐하더라지. 이제 죽음의 공포 따위는 남의 일이 되고 말았거든. 마침 내일이 길일이라 내일 약을 먹자고 약속했어. 羿(예)는 그동안 험한 여행으로 몸이 지쳐 깊은 잠에 들었어. 그런데 상아(嫦娥)는 잠이 오지 않아요.
"한 알을 먹으면 장생불로, 두 알을 먹으면 다시 천신이 된대."
밖에 나와 알 약 두 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래오래 망설이더니 남편이 잠들어 있는 오두막집을 한 번 돌아보고는,
꼴깍!
한 번 더 꼴깍!
과연 몸이 가벼워지더니 승천이 된거야.
그러나 상제가 누구신가? 벌써 자초지종을 다 꿰뚫어보시고는 하늘 뜻을 거역하고, 남편까지 버린 죄가 크다하여 달나라 냉궁에 가두면서 이랬대.
" 너, 영원히 나오지 못하느니라."
상아(嫦娥)의 곱던 자태도 한 마리 추하게 생긴 두꺼비로 변해 지금도 잘 살펴보면 밝은 보름달 속에 엎드려 있어.
사진을 잘 봐. 보이지?
오랜 세월이 흘러 중국인들은 2014년 10월 24일, 달 탐사선을 발사했지. 달나라 냉궁에 갇힌 상아를 찾기 위해 우주선 이름도 상아호라고 불렀어. 중국발음은 창어호(號)라고 읽어. 아래 사진을 봐. 사진 오른 쪽 위에 써 놓았잖아. 상아일호(嫦娥一號, 창어이하오)
The End
옛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그런데 羿(예)는 어떻게 되었냐구? 전설에 羿(예)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 하지만 논어 헌문편에 보면 예에 대한 기록이 잠깐 나와. <예는 활을 잘 쐈고, 오는 땅위에서 배를 밀 정도로 힘이 세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제명대로 살지 못했다.> 해설을 보면 예는 태양을 쏴 맞힐 정도로 활을 잘 쏘았다. 그 재능을 반역에 사용하여 하나라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으나 자신의 심복 한착(寒浞)에 의해 피살되어 보위도 뺏기고 마누라 상아도 잃었다는 걸 보면 실존 인물이었던가봐.
첫댓글 욕심의 끝이 무언지 보여주는 것 같다..
불교에서도 모든 번뇌의 뿌리가 탐진치라고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