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영어교육에 관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학문의 시발점이며 종착점이 사전이다. 따라서 영어교육의 기본은 ‘좋은 英韓(영한)사전’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보면 세계 10위권 국가의 사전치고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한사전은 미국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가 1890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후 제임스 스코트(1891), 조지 헤버 존스(1914)가 뒤를 이었다.
한국인으로 영한사전에 도전한 최초의 인물은 雩南(우남) 李承晩(이승만) 前(전) 대통령이었다. 우남은 수감됐을 당시 감옥에서 <新英韓辭典(신영한사전)>이란 제목으로 감옥에서 최초로 영한사전 집필을 시도(1903년 4월 20일~1904년 2월 19일)했다. 하지만 우남은 도중하차했고, 徐載弼(서재필) 박사도 시도했으나 끝을 보지는 못했다.
Tsingtao는 있고 Busan은 없는 國籍不明의 사전
필자가 알기로는 광복 이후엔 일본 영어사전을 모방하느라 아직까지 독자적으로 만든 제대로 된 영한사전이 없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탄압과 방해로 영한사전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광복 후 64년이 지났는데 왜 우리는 아직까지 믿을 만한 영한사전 한 권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2008년에 간행된 두 사전(E사전, P사전)에 초점을 맞춰 영한사전의 결함 6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영한사전에는 主體性(주체성)이 없다. 영한사전엔 한국 인명·지명이 적다. 마오쩌둥(毛澤東, Mao Ze Dong), 호치민(胡志明, Ho Chi Minh)은 수록되어 있는데,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李承晩(Lee Seung Man)은 없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었던 스카르노(Sukarno)는 있다.
뿐만이 아니다. Guam, Guadacanal, Chilung(대만 북부항구도시), Tsingtao(칭다오), Chengdu(청두)는 있는데 Inchon(Incheon), Kyoungju(Gyongju), Pusan(Busan), Cheju(Jeju)는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한사전인 E와 P 두 사전을 보면 국어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만든 것 같다. Korean이라면 ‘한국인’ ‘한국어’가 기본적인 용어다. E사전은 ‘한국사람’, ‘한국어’, P사전은 ‘한국인’, ‘한국말’이라고 非(비)대칭적 단어를 썼다. ‘한국사람’의 대칭어는 ‘한국말’이고, ‘한국인’의 대칭어는 ‘한국어’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영한사전임에도, 어떤 때는 ‘사람’ 혹은 ‘人(인)’을 써서 체계가 없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쓰는 것이 옳은가? ‘한국인, 한국어’는 공식적인 文語(문어)이고, ‘한국사람, 한국말’은 口語(구어)에 속한다. 대학에 ‘중국어학과’ ‘일본어학과’는 있어도, ‘중국말과’ ‘일본말과’는 없다. 둘 다 표기한다면 ‘한국인, 한국어’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한국사람, 한국말’이 나오는 게 순서다.
한국의 영한사전은 無政府(무정부) 상태다. 1992년판 옥스퍼드 영한사전에는 ‘hangul(한글)’ ‘kimchi(김치)’ ‘kisaeng(기생)’ ‘makkoli(막걸리)’ ‘myon(면)’ ‘ondol(온돌)’ ‘taekwondo(태권도)’ ‘yangban(양반)’ ‘kono(고누·놀이)’ 등의 12단어가 실려 있는데, 우리 영한사전에는 ‘Hangul(Hangeul)’ ‘Kimchi’ ‘Taekwondo’만 수록돼 있다.
순우리말 없는 無國籍 사전
영한사전에는 우리나라에 관한 단어들이 수록돼야 한다. Japanese(일본인, 일본어), Japanese-American(일본계 미국인), Japanism(일본적 기풍), Japanize(일본화하다), Japanization(일본화하기), Japonik(일본 특유의) 등이 나와 있다. 한국에 관한 이 단어들의 대등어인 ‘Koreanize’ ‘Koreanization’ ‘Koreanism’은 영한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한국어는 전 세계 6000여 개 언어 중 12번째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다. 한국의 국력신장과 더불어 현재 많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한사전은 이제 우리만의 사전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순우리말이 빠져 있는데, 이것은 영혼이 없는 사전이다.
hawthorn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순우리말인 ‘아가위’는 없고 ‘山査(산사)나무’만 있다. 그러니 아가위 열매로 만든 술이 ‘아가위술’이 아니라 ‘山査春(산사춘)’이다. lilac은 ‘紫丁香(자정향)’은 있고 순우리말 ‘수수꽃다리’는 없다. peony에는 ‘모란’ ‘작약’은 있어도 ‘함박꽃’은 없다.
sling은 ‘무릿매’고 성경에도 ‘무릿매’로 나와 있다. 하지만 영한사전에는 ‘投石器(투석기)’로만 표기돼 있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To be, or not to be”에 나오는 sling이란 단어는 ‘무릿매’로 번역된 것이 하나도 없다. E사전에는 king에 ‘임금’이 없고, ‘왕’ ‘국왕’ ‘군주’만 있으며, teacher에도 ‘선생’ ‘교사’는 있고 ‘스승’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I’는 광복 후 64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내가’만 있고 실제로 많이 쓰는 ‘저는’ ‘제가’가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my도 ‘저의’ ‘제’ ‘내’(E사전)가 빠져 있고 소유격인 ‘나의’만 있다. you는 ‘여러분’이란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나와 있지 않다. we의 ‘저희(들)’도 마찬가지다.
bailout은 ‘구제금융’이라고 번역되어 사용하고 있는데, E사전엔 ‘긴급원조’, P사전엔 ‘비상구제’, ‘긴급융자’로만 나와 있다. cedar는 성경 번역에 의하면 ‘柏香木(백향목)’이다. 두 사전을 보면 ‘히말라야 삼목’, ‘삼목’(E사전), ‘히말라야 삼목’(P사전)으로만 나와 있다.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은 레바논의 ‘백향목’은 어디에도 없다.
일반적으로 rape라면 맨 먼저 제주도에 활짝 핀 ‘油菜(유채)’꽃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영한사전에는 ‘유채’는 없고 ‘평지’만 있다.
간결한 漢字語 대신 긴 설명만
promptor에 ‘原稿字幕器(원고자막기)’란 말이 있음에도, ‘(배우에게) 대사를 일러주는 자’ ‘프롬프터’(E사전, P사전)만 있다. Timeline은 역사의 ‘代照年表(대조연표)’란 뜻이 있는데, P사전에는 ‘우주비행표의 스케줄’만 나와 있다. 긴 설명으로 된 번역어들이 많아 통·번역을 할 때 영한사전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예컨대, beauty spot은 ‘애교점’이란 예쁜 번역어가 있음에도 E사전엔 ‘만들어 붙인 점’이란 설명만 있다. Letter form에 ‘글꼴’, ‘字體(자체)’란 말이 있는데, P사전은 ‘활자의 디자인’이란 설명만 있다. wannabe는 ‘극성팬’이나 ‘열혈팬’을 뜻한다. E·P사전 모두 ‘동경하는 것과 같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인기가수 등에 심취하여 무엇이든 그들을 모방함)’ ‘닮고자 하는 사람’으로 번역되어 있다. 게다가 E사전은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동경하는 사람’으로 고쳐야 적합한 뜻이 된다.
exhalation은 ‘숨을 내쉬기’(E사전) ‘숨을 내쉼(P사전)’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런데 ‘숨을 내쉬기’와 ‘숨을 내쉼’은 단어가 아니라 설명이다. 이를 ‘날숨’으로 하면 간결하게 뜻이 전달된다.
swimmer는 ‘泳者(영자)’로 베이징 올림픽 수영대회 해설에도 쓰였다. 두 사전엔 이 번역어가 없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헤엄치는 사람’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caregiver는 ‘看病人(간병인)’으로 쓰고 있는데, E사전은 ‘(어린이 환자를) 돌보는 사람’ ‘양호사’ ‘간호사’, P사전은 ‘(병자·불구자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으로 나와 있다. 어느 누가 일상생활에서 ‘돌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우리 영한사전의 가장 큰 결점 중의 하나는 특히 ‘그리스어 표기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단어도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발음으로 뒤죽박죽 표기되어 있다. 독자들은 그리스어를 모르니 다 맞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E사전에서는 Hercules를 ‘헤르클레스’로 표기하지만 이는 라틴어 발음 표기다. 그리스어로는 ‘헤라클레스(Herakles)’이며 영어는 ‘허큘리즈’로 발음한다. 그리스어 人名(인명)·地名(지명)을 그리스어 발음으로 표기하려면, 일관성 있게 모두 그리스어 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
흔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호메로스’는 그리스어 발음이다. 일관성이 있으려면 ‘호머(Homer)’의 <일리아드(Iliad)>와 <오디세이(Odyssey, 정확히는 오디시)>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스어 발음으로 표기하려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와 <오뒷세이아(Odysseia)>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런데 올바르게 표기된 영한사전은 단 한 권도 없다.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Menelaus, Gk. Memelaos)의 왕비 헬렌(Helen)은 그리스어로 ‘헬레네(Helene)’인데 두 사전에서는 영어식 발음 ‘헬렌’으로 표기되어 있다. 왕은 그리스어 발음으로, 왕비는 영어 발음으로 표기하니 코미디 중 코미디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Cronus는 그리스어인 ‘크로노스(Kronos)’로 표기했다. 아버지인 Uranus는 라틴어 발음인 ‘우라누스’로 해 놓았다. 아버지는 라틴어 발음으로, 아들은 그리스어 발음으로 표기해 놓았으니, 외국인들이 알면 웃을 일이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Herodotus(Gk. Herodotos. 헤르도토스)는 두 사전 다 ‘헤로도투스’라는 라틴어 식으로 표기했다. 그의 <역사>가 한국어로 출간되었을 적에 저자명이 ‘헤로도투스’라고 돼 있었다. 이는 역자가 원전 그리스어에서 번역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Siren(영어 발음: 사이렌)은 그리스어로 ‘세이렌(Seiren)’인데 두 사전 다 ‘사이렌’으로 표기했다. 영한사전은 각 언어의 발음표기가 뒤섞여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Czech(체크)공화국이 1993년 사라진 ‘Czecho(체코)’로
Athens는 그리스어 발음으로는 ‘아테나이(Athenai)’, Thebes는 ‘테바이(thebai)인데, 둘 다 ‘아테네’ ‘테베’라고 틀리게 표기되어 있다. ‘아테네’와 ‘테베’는 영어 발음도 아니고 어느 나라 발음인지 수수께끼다. 이것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Corinth는 그리스어 발음으로 ‘코린토스(Korinthos)’, 성경 표기는 ‘고린도’인데, 두 사전에는 ‘코린트’밖에 없다. 영어 발음은 ‘코린스’다.
새해가 되면 출판사들은 최신 단어들을 수록했다고 광고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다. 또 최신 단어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단어들이 많이 누락되어 있음을 본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 Czech(체크)공화국과 slovakia(슬로바키아)로 분리 독립했다. 그런데 아직도 Czech(체크)는 ‘체코’로 표기되어 있다.
인도 제2무역항 Calcutta는 1999년 7월부터 Kolkatta(콜카타)로 바뀌었는데도 E·P 두 사전에는 나와 있지도 않다. ‘생활습관병’으로 번역되고 있는 ‘Life style disease’가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뜻하는, ‘butterfly effect(나비효과)’가 E사전에는 없다.
심혈관계 질환이 늘어남에 따라 ‘stent(스텐트)’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혈관이 좁아졌을 때 확장시켜 주는 ‘철사망’이 stent인데 영한사전에 없다. E 사전에는 한참 민감한 문제가 됐던 transfat(전이지방)가 없다. P사전에는 ‘트랜스지방’이란 번역어만 있는데, 일반 독자들은 ‘트랜스’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contraposto(콘트라포스토)’는 후기 르네상스 회화·조각에서 인체의 正中線(정중선)이 약간 S자 모양을 그리고, 허리·어깨·머리가 다른 방향으로 가리킴을 말한다. 이는 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표제어에 빠져 있다. 콘트라포스토의 大家(대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像(상)’을 보라. <르네상스 화가들>을 쓴 이탈리아 화가·건축가 바자리(Giorgio Vasari·1511~74)도 빠져 있다. 문제는 번역자가 ‘바사리’로 표기하기 쉽다는 것이다.
‘Octopus’에 문어그림 삽입하고 표기는 ‘낙지’
영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의 하나인 헨리 8세(Henry Ⅷ)도 두 영한사전에는 표제어로 없다.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Anne Boleyn이 사전에 안 나와 있으니, 번역할 때 어떻게 발음 표기를 해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동양철학자 김용옥 교수가 ‘볼렌’으로 표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볼레인’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진짜 발음 표기는 ‘불린’[b쮨lin]이다. 만일 Anne Boleyn이 영한사전에 들어있었더라면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영문학의 중세(Middle Ages)문학에는 Old English 문학과 Middle English 문학이 수록되어 있다. Middle English의 Middle은 Middle Ages(중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Old English와 Modern English의 ‘중간’이라는 뜻이다. 즉 Middle Ages English가 아니고 Middle English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Old English와 Middle English가 모두 서양의 시대 구분으로는 중세에 속한다. 그러므로 Old English는 ‘古期(고기)영어’, Middle English는 ‘中期(중기)영어’, Modern English는 ‘近代(근대)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엘리자베스 1세(1558~1603)나 셰익스피어(1564~1616) 시대의 영어는 근대영어에 해당된다. 하지만 국내 E사전은 이를 ‘중세’라고 하여 혼동을 주고 있다.
Octopus는 E 사전엔 ‘낙지’밖에 없다. 낙지도 다리가 여덟 개니까 틀리지는 않았지만, 영미 사람들이 octopus란 단어를 보고 맨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文魚(문어)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적 영한사전에는 ‘문어’가 없다. 다른 영한사전 세 권에도 ‘낙지, 문어’로 나와 있는데 이건 主客(주객)이 거꾸로 바뀐 것이다.
영화 ‘007 옥토퍼시(Octopussy)’에서도 큰 어항에 커다란 문어가 들어 있고, 여주인공은 커다란 문어가 디자인된 가운을 입고 있다. 다른 영한사전들에도 ‘낙지, 문어’로 순서가 거꾸로 나와 있는 사전이 셋(H사전, E사전, S사전)이나 있었다. 1987년에 간행된 컬러판 <삼성옥스퍼드영한대사전(전 2권)>에는 문어 그림이 두 개나 있는데도 문어는 없고 낙지로 돼 있다. 이런 사전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영어공부를 해 온 것이다.
Kidney는 한자어로는 ‘腎臟(신장)’이지만 순우리말로는 ‘콩팥’인데 영한사전에는 ‘양 따위의 콩팥(식용)’(E사전), ‘(식품으로서의 소·양·돼지 등의) 콩팥’(P사전)으로 나와 있어, 사람의 신장은 ‘콩팥’이 아니고, 동물의 것만 ‘콩팥’이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Gandhara는 파키스탄 동북부 쪽 페샤와르에 있는데, E사전에는 ‘간다라(파키스탄의 북서부, 페샤와르 지방의 옛 이름)’이라고 되어 있다. 파키스탄이 독립하기 前(전) 영국령 인도의 일부였을 적에는 ‘북서부’였겠지만, 지금은 ‘동북부’다. 역사가 바뀔 때마다 改訂(개정)이 필요하다. E사전은 제11판(edition)임에도 불구하고 스튜(stew)를 ‘스투’라 하는 誤字(오자)가 존재한다.
自力 영한사전 없는 것은 國恥
Law school은 ‘법학대학원’인데, E 사전은 ‘법과대학’으로 나와 있다. P 사전은 ‘로스쿨(미국의 대학원 레벨의 법률가 양성기관)’로 발음만 표기되어 있다. Philosopher’s stone은 ‘鍊金術師(연금술사)의 돌’인데, 영한사전에서는 모두 일본 영어사전의 ‘賢者の石’을 그대로 번역하여 ‘현자의 돌’로 번역해 놓았다.
문제는 여기서 현자는 소크라테스 같은 賢者(현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연금술사(natural philosopher)’를 말한다. philosopher에는 古語(고어)로 ‘연금술사(alchemist)’란 뜻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영한사전에는 이 정의마저 빠져 있다.
日本(일본) 겐큐샤(硏究社)의 <리더스 英和大?典(영화대사전, 초판 1984, 제2판 1999)>은 편집대표 1명, 감수 1명, 편집 4명, 편집참여 6명, 집필 60명(모두 교수), 편집부 직원 9명이 참여하여 만든 사전이다. 한국에는 이런 사전이 없다. 상기 영어 사전의 바탕이 된 겐큐샤 <新英和大?典(신영화대사전, 초판 1927, 제6판 2002)>은 編者(편자) 6명, 편집고문 3명(모두 외국인), 편집협력 4명(일본인 2명, 외국인 2명), 편집자 56명(외국인 2명 포함), 집필 조사 협력 25명, 삽화 8명이 참여하여 만든 사전이다.
일본 사전은 版權(판권)을 사전과 동시에 인쇄하기 때문에 출판일자를 변경할 수가 없다. 별지판권을 붙이는 영한사전들은 새해가 되면 모두 1월 10일에 찍은 걸로 나와 있다. 이것은 기한이 지난 식품에 날짜를 지우고 새로 날짜를 찍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화의 원동력이 될 영한사전·국어사전 등의 투자에 인색하면서도 국가에서 낭비하는 血稅(혈세)는 천문학적이다. “전국 4곳 ‘테크노파크’ 첨단장비 대부분 낮잠, 세금 10조 쏟고 애물단지로”(2007년 5월 2일 중앙), 조선일보 사설 “개점휴업 공항에 8800억 세금 털어 넣은 도둑 명단 공개하다”(2008년 11월 3일) 등에서 보듯이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사업에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
지자체의 건물들은 대기업 빌딩들을 압도한다. 세계경제 십수 위의 한국은 國策(국책)으로 좋은 영한사전·국어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지원이 필수적이다.
영한사전이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간행된 지 119년째이고, 광복이 된 지 64년이 지났다. 제대로 된 영한사전 하나 自力(자력)으로 못 만들었다는 것은 국치다. 국고를 함부로 탕진하면서도 세계에서 1등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국어사전’ 없다는 것도 ‘국치’다.
작년에 건국 60주년을 기념한 여러 행사가 있었다. 대한민국 60년은 ‘위대한 국민 기적의 역사’이고 자랑할 만한 역사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구호만 요란하게 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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