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26 높이37 너비12cm인 사천 문양석입니다.
여기서 사천은 경남의 사천시가 아니라 중국의 쓰촨성입니다.
달밤아래 기도를 하는 사람같기도 하고
뭔가를 만지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창호지에 비치는 듯 하기도 합니다.
사람, 사람...
왜 사람은 뭔가를 꾸며야 할까
정말 내가 인식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없는걸까
사람이 살지 않은 쥬라기 시기에는 정말 나무가 쓰러지고 파도가 쳐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던걸까
그런 잡스런 생각 속에서 오늘은 요술부채를 떠올려봅니다
산 속에서 한 농부가 빨간색 파란색 부채 한 쌍을 발견했답니다.
빨간 부채를 부치니 코가 늘어나고 파란 부채는 코를 줄이는 겁니다.
아마 도깨비가 갖고 놀다가 잃어버린 것이 틀림없을 듯 합니다.
참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만,
도대체 코를 늘이고 줄이는 것이 세상에 무슨 쓰임새가 있는지 농부는 알지 못합니다.
제 코를 갖고 장난하는 일에 곧 싫증이 난 농부는 마을의 다른 사람 코를 갖고 장난쳐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농부는 그 부채의 쓸모를 발견하게 되지요.
가만있는 남의 코를 슬쩍 늘린 후 다시 줄여주는 수법으로 돈을 벌면서 말입니다.
엉터리 방법으로 치부를 한 후 심심해진 농부는 다시 자기 코를 갖고 장난치게 됩니다.
농부는 점차 대담해져서, 어느날 쉼없이 부채질하여 코를 한껏 늘려서 하늘까지 닿게 합니다.
제 코가 하늘나라 마당을 뚫고 기둥에 묶일 때까지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잘못된 듯하여 코를 줄여보지만 아뿔싸, 너무 늦었습니다.
하늘에 코가 매달려 높이 끌려 올라가다가 그만 땅으로 떨어져버리고 말지요.
익히 알고 있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입니다.
하고많은 것 가운데 기껏 코 하나, 늘였다 줄였다 할 수밖에 없는 부채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코를 한껏 세워서 세상의 이목을 받는 것일까요?
코만큼 커진 콧구멍으로 온 세상에 흥, 바람을 불어내려는 것일까요?
세상의 더러운 냄새를 긴 코로 다 맡고 빨아들이려는 것일까요?
얼마든지 좋은 쓸모를 개발할 수 있건만
요즘 정치인들은 자기 코 하나 늘이고 줄이는 일에는 이제 싫증이 난 듯 합니다.
어쩌다 주운 요술 부채하나로 자부심과 욕심부리는 일은 끝이 없습니다.
공연히 엄한 사람들 코를 늘였다 줄이며 생색내고 이익얻으려 별 짓을 다합니다.
이쪽 저쪽에서 이런 일 한 두번 겪은게 아니지만
이번엔 복잡한 심정을 가진 국민들을 선동합니다.
괜히 누구 코는 늘이고 누구 코는 줄이며 편을 가르고 이간질시킵니다.
요망한 부채로 코를 늘리는 주범은 따로 있다며 덮어씌우고 헛소문도 냅니다.
코를 가지고 장난치면 뭔 큰 건 하나 건지는 건지
또뽑기대회에 이 모든 걸 겁니다.
게임이 끝나면 부채가 원래대로 돌려놓는 줄 아나봅니다.
빨간 색과 파란 색도 구별 못하는 색맹이 되어가는 줄도 모르더니
급기야 오늘 일을 냅니다.
그저 하릴없이 생각이나 모습을 부풀려
사람을 속이고 허황되게 하늘까지 닿으려는 요술부채,
요지경으로 바람을 일으키다,
아, 느닷없이 하늘에 코 꿰여,
탁 풀어지며 한없이 가슴 졸아드는 추락감을 어찌 감당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