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Dad Chance)
최광희 목사
요즘 뉴스를 보면 아빠 찬스, 엄마 찬스 같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SNS에는 그것을 패러디한 재미있는 표현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 같이 부정적인 내용이거나 누군가를 향한 빈정거림이 대부분입니다. 한 때 자기들의 지위와 권력을 사리사욕에 사용한 기득권자들을 향해 적폐(積弊)라고 부르며 개혁을 추구했지만 그 자리에 앉는 사람마다 새로운 적폐가 되니 사람이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일제 강점기에 소학교를 다니시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어머니의 젊은 시절에 선거 때마다이런 슬로건이 등장했다고 하셨습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갈아 봤자 별 수 없다.” 그런데 그 말은 지금도 꼭 맞는 말 같습니다. 인간은 근본이 죄인이고 지혜가 유한하니 별 수 없지요. 기회만 있으면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이고, 또 그런 사실을 폭로하고 비난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가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쓰는 것에 비난해도 우리 성도들은 그런 비난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 말은 세상의 불의와 부정에 눈을 막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우리 성도들이 가장 많은 아빠 찬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요즘은 가정예배 때마다 매일 시편을 묵상하는 중인데 가족이 둘러 앉아 시편을 읽으면서 많은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시편은 노래이고 기도이기에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눈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은혜가 된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시편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저는 서슴없이 “아빠 찬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성경에 대해 피상적으로 배울 때는 시편에는 하나님을 향한 경배와 찬양이 담겨 있다고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편을 한 편씩 읽을 때 와 닿는 느낌은 시편을 쓴 시인들은 정말로 자기중심적이고 욕심꾸러기들이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힘든 것과 괴로운 것을 호소하고, 자기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 대해 하나님께 고발할 뿐 아니라 그 원수들을 철저히 심판해 달라고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이 시편에 가득합니다. 이것이 과연 아름다운 시(詩)란 말인가 싶고 성도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그런 기도를 인정해 주시고 하나님의 강권적 역사로 그런 기도들을 성경에 담아 ‘하나님의 말씀’이 되게 해 주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편 기자들이 한 그 이기적인 기도들은 바로 하나님이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사랑하는 하나님도 아니시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대우하는 하나님도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예외 없이 죄를 지어 영원히 지옥 형벌을 받아야 하는 죄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에게 까닭 없이 은혜를 베푸시고 자녀로 선택하시고 그 사람들에게만 이유 없는 사랑을 쏟아부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들이 하나님께 욕심꾸러기 같은 기도를 하면서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혼내어 달라고 할 때 오냐 오냐 하시는 그런 하나님이십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금쪽같은 내 새끼’에 대한 사랑이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하나님이야 말로 자기 자식 사랑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크십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편애를 받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성도들이기에 우리는 가장 많은 ‘아빠 찬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부당하게 사용한다고 지적하고 비난하는 뉴스들을 보면서 우리 하나님의 아들, 딸들이 사용하는 아빠 찬스에 비하면 새 발에 피밖에 안 된다는 느낌입니다.
지금 저의 셋째 아들이 군에 가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는커녕 면회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 아들에게 제가 할 말은,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처럼 아들아, 아빠가 OO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아들에게 이 소중한 사실을 말해 주고 싶습니다. “아들아, 우리는 누구보다 더 많은 아빠 찬스를 누리고 있단다. 그 아빠를 더 꽉 붙들고 그 아빠에게 더 많이 부탁드리고 그 아빠의 찬스를 더 많이 사용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