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을 달리다 보면, 바람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분주함이 뒤로 멀어지고, 태평양의 짙은 숨결이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그때부터 17마일 드라이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몬터레이 반도를 휘감듯 이어지는 이 해안 도로는 페블 비치와 퍼시픽 그로브를 지나며, 마치 자연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둔 장면들을 하나씩 펼쳐 보입니다. 파도에 씻긴 바위, 바람에 몸을 맡긴 사이프러스 나무들, 그리고 수평선 위로 부서지는 햇빛까지. 그중에서도 절벽 끝에 홀로 서 있는 론 사이프러스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고독한 수호자처럼, 묵묵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고급 저택들이 보이고, 세계적인 골프장의 푸른 잔디가 바다와 맞닿아 펼쳐집니다. 5,300에이커에 이르는 델 몬테 숲은 몬터레이 사이프러스의 고향이자, 이 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숨은 배경입니다.
17마일 드라이브는 페블 비치의 게이트 커뮤니티를 지나기 때문에, 비거주자는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자동차는 $11.25, 하지만 도보와 자전거는 무료입니다. 오토바이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지만, 대신 천천히 달리며 풍경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고요한 길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이곳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입장료가 환불된다는 작은 선물 같은 혜택도 있습니다.
총 17마일(27km) 길이의 이 루프는 다섯 개의 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Carmel에서든, Pacific Grove에서든, 혹은 California State Route 1에서든—어디로 들어가도 결국 같은 바다와 같은 바람이 당신을 맞아줍니다.
17마일 드라이브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바다의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길입니다. 차창을 열고 바람을 들여보내는 순간, 여행이란 결국 이런 조용한 순간들의 모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이 길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머물고 바라보고 다시 숨을 고르는 순간들에 있습니다. 17마일 드라이브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풍경에 잠겨 버립니다. 특히 맑은 날이면 태평양의 빛이 유리처럼 반짝이며,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그래서 이 길을 달리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정차하지 않고 Carmel까지 가려면 최소 20분이면 충분하지만, 그 시간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바다와 바람이 부르는 곳마다 차를 세우고, 파도 소리를 따라 걸어보고,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잠시 감상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여행자의 편이 됩니다. 이곳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으니까요.
입구에서 받은 지도는 더 아름다운 곳으로 이끌어주는 작은 안내자처럼 손에 쥐어지고, 도로 중앙에 그어진 빨간 점선은 길을 잃지 않도록 조용히 방향을 알려줍니다. 그 덕분에 인근 주택가로 잘못 들어갈 걱정 없이, 오롯이 풍경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17마일 드라이브는 결국 ‘달리는 길’이 아니라, 멈추고 바라보는 법을 다시 배우는 길입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마다 바람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여행이 조금 더 깊어집니다.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는 태평양을 따라 퍼시픽 그로브에서 페블 비치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바다와 길이 함께 만든 한 폭의 풍경화 같은 구간입니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이 길의 일부가 된 듯, 달리는 내내 경외감이 절로 밀려오는 장면들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어느 순간에는 바다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또 어느 순간에는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길을 감싸 안으며 여행자를 조용히 맞아줍니다. 이 짧지 않은 여정은 결국, 자연이 건네는 감탄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가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입구는 마치 자연이 손수 만든 초대장처럼, 나무로 단장된 산책로가 부드럽게 펼쳐집니다. 그 길을 따라 몇 걸음만 옮기면, 눈앞에는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파도 소리와 나무 향이 어우러진 이 짧은 구간은, 마치 여행자가 바다와 첫 인사를 나누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지고,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흐린 날에 찍힌 사진은 오히려 색과 명암이 더 풍부하게 살아나는 듯합니다. 햇빛이 강하게 내려앉지 않는 대신, 구름이 자연스러운 필터가 되어 풍경의 결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지요. 그래서인지 바다의 깊은 푸른빛도, 바위의 질감도, 나무의 초록도 한층 더 차분하고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색을 덜어내는 대신, 본래의 결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페블 비치(Pebble Beach)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지금처럼 세련된 휴양지의 이미지를 품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바위가 많은 만과 해변가를 가리키던 소박한 지명이었고, 1836년에는 멕시코 정부가 파비안 바레로(Fabián Barreto)에게 수여한 란초 페스카데로(Rancho Pescadero) 토지 보조금의 해안 구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이 고급스러운 해안선도, 처음에는 그저 바람과 파도가 깎아 만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었지요.
바레로가 세상을 떠난 뒤 이 땅은 여러 손을 거쳐 이동했습니다. 1850년대에는 중국 이민자들이 카멜 베이(Carmel Bay)를 따라 작은 어촌 정착지를 이루었고, 그중에는 지금의 페블 비치 바로 옆에 자리한 스틸워터 코브(Stillwater Cove)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복과 다양한 물고기를 채집하며 바다와 더불어 살아갔습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잔잔한 풍경 속에는 그들의 손길과 삶의 흔적이 조용히 스며 있습니다.
1860년, 데이비드 잭스(David Jacks)가 이 멕시코 토지를 매입했고, 다시 1880년에는 ‘Big Four’로 불리던 철도 재벌들의 컨소시엄, Pacific Improvement Company에 매각되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페블 비치의 역사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해안선 위에 인간의 손길이 더해지고,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17마일 드라이브의 풍경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지요.
길 위에서 마주한 풍경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결국 함께한 사람들과의 순간입니다. 바람이 스치는 해안 도로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바다 냄새가 묻어 있는 웃음소리,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나누던 짧은 대화까지—이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작은 헌정처럼 남습니다.
17마일 드라이브의 절경도 아름답지만, 그 풍경 속에서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억은 그보다 더 깊고 따뜻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증거가 되고,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마음의 북마크가 됩니다.
여행은 결국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완성시키는 것.
그래서 이 길에서 남긴 가족의 헌적은, 바람과 파도보다 더 오래 마음속에서 반짝입니다.
이런 바위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물개들이 장난치듯 노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망원 렌즈를 들이대면 그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또렷하게 담을 수 있는데, 바위 위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햇살을 즐기는 모습은 이 해안 풍경에 또 다른 생기를 더해 줍니다. 파도와 바람만이 주인인 줄 알았던 이곳에, 어느 순간 물개들이 등장해 풍경을 완성해 주는 셈이지요. 자연이 준비한 작은 보너스 같은 순간입니다.
17마일 드라이브의 북쪽 끝은 Pacific Grove를 지나며 조용히 시작됩니다. 초기 경로의 흔적은 Del Monte Blvd와 Esplanade Street가 만나는 지점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몇 마일 더 내려가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마치 여행자가 조금 더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길은 천천히 그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Highway 68, 즉 Holman Highway와 Sunset Drive가 만나는 교차점은 페블 비치의 공식적인 입구를 알리는 문턱 같은 곳입니다. 이 지점을 지나면 길은 곧 Sunset Drive/Pacific Grove 게이트로 이어지고, 그 순간부터 드라이브는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Spanish Bay를 스치듯 지나며 바다와 모래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여주다가, 다시 내륙 쪽으로 부드럽게 몸을 틀어 숲과 언덕 사이를 누비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길은 다시 해변 가까이 다가가고, 이어지는 해안 언덕 위에서는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집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지점, 바람이 길을 따라 흐르는 소리,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여행자—이 모든 것이 한 장의 풍경처럼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아들 가족과 함께 떠난 이 여행은 풍경보다 더 깊은 의미를 남겼습니다. 바람이 스치는 해안 도로를 달릴 때도, 전망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때도, 그 곁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순간들이 더 단단해지고 따뜻해졌습니다. 며느리의 미소, 아들의 든든한 걸음—이 모든 것이 17마일 드라이브의 절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연이 만든 풍경 위에,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조용히 덧입혀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사진 孫永寅
첫댓글 몬트레이 사진을 보니 해안가를 걷던 기억이 나는구나.
몬트레이의 카멜이란 곳에 내 아우의 영업장소가
있지.
거기서 해안가의 고급주택들을 구경하고 해안가
모래밭을 걸었었지ᆢ
아우는 아무 때고 방문하라고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다시 갈지 모르겠다.
언제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긴 하다.
몬트레이 해변가에 있는 비치의 모래 빛과
그 부드러움에 감탄했다.
이곳의 중간 주택 가격이 약 4백만불(한화 53억)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해변가와 지역에 차이점은 다소 있겠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 계층의
사람들인지 궁금해 지드라.
은퇴노인, 전문직, 해양 생물, 교육직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호화로운 부동산과 놀라운 해안 전망으로 유명한 이곳은 방문자들로 부터 입장료를 받는 유일한 커뮤니티 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데 기여하겠지?
코로나 이후, 항공료가 두배 이상 뛰어
한국에서 미국 여행오는 것도 쉽지가 않겠다.
우리가 한국 방문했을 때(2022년)
환율이 높아 이익은 보았지만
3주 동안 항공료 포함, 그래도 쉽게 한장은 깨 진 것 같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