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콩 돌콩
여름끝. 가을을 예감하며 풀씨들이 익는다. 단연 은빛으로 반짝이는 선을 마구 긋는 바랭이가 압도적이다.
한편 덩굴지는 특징 때문에 정원과 텃밭의 중심부에서는 밀려나 펜스나 두둑에서 열매를 맺는 콩과 식물들이 있다. 우리집에는 돌콩과 돌동부가 자란다. 돌콩은 콩꼬투리가 아기 새끼손가락만 하고 콩알도 두세 개 들어 꼭 미니콩이다. 돌동부는 아기손 한 뼘 만큼은 자라고 알도 한 꼬투리에 열 서너 알 들어 있고 크기도 결명자만은 해서 훑어 모으면 밥에 넣어먹기 좋다. 하지만 이보다 작은 새팥이 있다. 새팥을 보면 돌동부같이 꼬투리가 길다랗지만 알이 1/4로 더 잘다. 이건 밥해먹기는 그렇고 차를 끓어먹으면 어떤 맛이 날까?
척박한 곳에서 콩과식물들이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걸 보면 나도 힘이 난다.
집 앞 도로와 농수로 사이에 경사지는 아스팔트를 깔면서 쏟아부은 돌투성이 땅이지만 잡초들의 각축장이다. 물론 여기까지도 나의 마수가 뻗쳐 간혹 코스모스, 결명자, 애플민트 등을 심어 얼키설키 자라지만 운이 좋으면 흰민들레까지 발견하는 곳이다.
꽃누리장나무와 루엘리아(우창꽃)
어제는 당근마켓을 통해 꽃누리장나무와 루엘리아를 샀다. 작천면의 산자락에 있는 시골마을 골목집에서 샀는데 봉선화 작은 것도 덤으로 주셨다. 작은 마을 동네에 아기자기 꽃을 가꾸는 집들이 있다. 꽃을 가꾸는 분들을 만나면 뭔가 더 반갑고 마음에 통하는 느낌이 든다.
올핸 농가 몇 곳에서 이렇게 식물들을 사서 옮겨 심었다. 노부부가 다채로운 식물들을 가꾸기도 하고, 5~60대 주부들이 그러기도 했다. 정도 정이지만 농작물과 더불어 이렇게 꽃을 가꾸는 집들을 만나고 구경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누리장나무는 냄새로 유명해서 잘 알지만 꽃누리장나무는 원예종으로 들여온 모양이다. 이번에 알게 되었다. 루엘리아는 우창꽃으로도 불리는데 원래는 멕시칸 페튜니아로 불리는 중남미에서 살았지만 베트남에 의료봉사를 갔던 우창선생이라는 분이 이 꽃을 들여와 보급하면서 우창꽃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구근을 보호해 월동을 한 곳도 있다고 하지만 월동이 안 되어 겨울에는 삽목으로 실내에 들여 기르기도 한다고 한다. 어쨌든 모두 정원 한쪽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태풍의 여파로 폭우가 쏟아지고 금강천이 넘치는 모양이다. 재난 문자가 연달아 오고 강진도 이곳저곳 산사태와 침수로 대피와 도로통제 소식이 이어졌다. 이 정도는 아직 심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넘겨도 앞으로 더 큰 규모로 닥칠 호우는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