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남은 건 침묵뿐이었다
옛날에는 이 집이 참 시끄러웠다.
아버지의 낮고 육중한 기침소리, 티브이에서 늘 켜져 있던 뉴스 앵커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모든 소음을 가르며 들려오던 엄마의 목소리. “밥 먹어!”, “아이고, 이 사람 신문은 왜 바닥에 놓고 다니냐?”, “현아 아빠, 오늘 저녁은 비가 오네.”
그 소음들은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얽히고설켜 하나의 삶의 선율을 만들었다. 그 소리가 바로 ‘가족’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에 남은 소리는 단 하나다.
틱… 탁… 틱… 탁…
거실 벽에 걸린 오래된 목각 시계 소리다. 그 시계는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 소리는 집 안의 배경음악처럼, 늘 존재했지만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는 소리였을 뿐.
그런데 그 소리가 이제는 온 집을 지배한다.
아버지가 먼저 떠나셨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였다. 그분의 무거운 발걸음소리와 기침소리가 사라지자, 집은 갑자기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땐 그래도 엄마가 계셨다. 엄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애써 외면하시는 듯했지만, 집 안의 고요함은 점점 더 짙어져만 갔다. 엄마의 목소리도 예전처럼 맑지 않았고, 종종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혼자 말을 걸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마저 조용히 잠드셨다. 아버지의 뒤를 따르듯, 너무나도 순순히. 이제 집은 완전히, 그리고 irrevocably 조용해졌다.
나는 이제 이 넓은 집의 유일한居住者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맞이하는 것은 엄마의 아침식사 준비 소리가 아니라, 침묵이다. 점심때는 아버지가 신문을 보시던 자릴空荡荡로 남겨둔 채, 나는 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저녁이 되면, 나는 아버지의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켠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는다. 그저 화면이 반짝이는 빛만으로도 충분하다.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이 침묵을 깨는 것이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틱… 탁… 틱… 탁…
시계 소리만이 유일하게 내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가끔은 그 소리에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 소리가 너무도 크게, 또렷하게 들려서, 마치 시간이 아니라 내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내 뇌리를 때리는 망치소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은 추석이다. 다른 집에서는 웃음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가득할 시간이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맞은편 소파에 앉아 계실 아버지와, 그 옆에 앉아 떠들썩하게 이야기하시던 엄마를 바라본다. 그 자리는現在 비어 있다. 나는 습관적으로 입을 연다.
“아버지, 추석이라고…”
목소리가 낯설다. 오랜만에 내 목소리를 들어본다. 그 작은 목소리마저도 이 침묵 속에서 왜곡되어 이상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만 같다.
나는 아버지의 찻잔과 엄마의 찻잔을 가져와, 그들 앞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보온포트에서 뜨거운 물을 따라, 녹차 티백을 넣어준다. 증기가 솟아오른다. 마치 그들이 아직 여기 계신 것처럼, 마치 그들이 차를 마시시는 것처럼.
“엄마, 아버지… 잘 계시죠?”
대답은 역시나, 시계 소리뿐이다.
틱… 탁…
나는 그들의 빈 자리를 바라보며, 차가 식어가는 동안 그렇게 앉아 있다. 추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버지가 나에게 화내시던 목소리, 엄마가 나를 위로하시던 목소리, 함께 웃던 소리,甚至 싸우던 소리까지. 그 모든 소음들이 지금의 이 침묵보다 천 배, 만 배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소음들이 바로 삶そのもの이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다.
눈물이 차올라, 빈 찻잔으로 떨어진다. 툭. 그 작은 소리가 방 안에서 unnatural하게 울린다.
나는 드디어 이해했다. 이 침묵은 단순한 소리의 부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 침묵은 사랑의 부재, 삶의 부재, 그리고 내 과거의 부재라는 것을. 이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그저 벽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추억으로 가득 찬 무덤에 불과하다.
틱… 탁…
시계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온 소리가 아니라, 현재의 외로움을 찬찬히, 그리고 무자비하게 세어나가는 소리다.
나는 일어나, 아버지와 엄마의 차를 마신다. 차는 이미 식어서 차갑다. 마치 내 마음처럼.
나는 알고 있다. 이 침묵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이 집을 나가든, 여기에 남든, 이 침묵은 내 곁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因为它已经不是집의 침묵이 아니라, 내 영혼의 침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거실은 어둠에 잠기고, 시계 소리만이 여전히 규칙적으로 시간을 세어나간다.
나는 빈 소파를 보며 마지막으로 속삭인다.
“엄마, 아버지… 저… 너무 외로워요.”
당연히, 아무 대답도 없다.
只有沉默。
只有时钟的声音。
只有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