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식목일에 우리 가족은 가까운 대덕산으로 소풍을 갔다. 맑은 냇물에 가라앉은 낙엽더미를 꼬챙이로 들추어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함성을 지르며 기뻐서 펄쩍펄쩍 뛰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늘 책에서만 보던 도롱뇽의 알집이 숨어 있었다. 마치 투명한 비닐로 싸인 듯한 우무질이 팔찌 모양으로 생겼다. 그 속에는 들깨를 뿌려 놓은 것처럼 검은 점의 알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우리는 노는 것도 잊고 도롱뇽 알집을 찾아낸 것이 크나큰 수확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성들여 집으로 가져왔고 날마다 세심하게 관찰했다. 검은 점의 알이 자라남에 따라 차츰차츰 길쭉해지더니 부화되어 우무질 속에서 알집을 뚫고 나왔다. 조그만 것들이 꼬리를 촐랑대며 커 가는데 얼마나 많은지 바글바글했다.
아이들은 그들의 생태를 알기 위해 생물도감, 백과사전을 펼쳐 보며 적당한 환경도 만들어 주었다. 특히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해야 한다며 산소기도 사서 꽂아 주고 지극히 정성을 들였다.
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맨 채 들여다보고 의논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도롱뇽의 새끼는 올챙이와는 좀 다르게 머리 쪽에 수염 같은 것이 있으며 몸은 제법 길쭉한데완전히 어미가 되려면 3년쯤 걸린다는 것도 사전을 찾아 알아냈다고 떠들어댄다.큰애가 곤충과 동물에 대한 ‘이론가’라고 한다면 작은애는 그들을 키우고 보살피는 ‘사육사’라고나 할까, 언제나 둘이서 마음 모아 돌보는 것이었다.
여름에는 가족이 함께 뜰채를 들고 시골 물웅덩이에 가서 물자라, 물땅땅이, 게아재비, 물방개를 잡아와 키우기도 하고 산 속의 고목에서 잡은 사슴벌레를 키우기도 하였다. 검은색의 멋있는 집게를 가지고 있는 사슴벌레는 우리가 주는 수박이나 설탕물을 빨아먹으며 오랫동안 살았다.
아이들이 워낙 사랑스레 돌보고 있어서인지 여러 종류의 동물 식구들이 잘 지내고는 있지만 행여나 잘못하여 죽으면 어쩌나 하고 내가 걱정하면 아이들은 어느 새 내 마음을 헤아린 듯 책까지 펼쳐들고 와서 곤충의 한살이를 설명하며 안심시키려 든다.
한편 이 아이들은 들꽃들도 좋아하여서 씨앗도 많이 모아 놓았다. 그리하여 우리 집 베란다의 작은 꽃밭에는 제비꽃, 민들레, 엉컹퀴, 산나리, 패랭이꽃이 철 따라 피고 지기 때문에 베란다로 향한 유리문만 열면 산이나 들판에 온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아이들은 장난치기를 좋아하여 때로는 옷을 흙투성이로 만들어와 호되게 야단도 맞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취미를 가진 것이 다행스럽고 기특할 따름이다. 그러나 가끔씩 걱정도 된다. 세상은 점점 악해져 가고 끔찍한 사건들이 빗발치는데 저런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까 염려될 때도 있다. 그저 아이들이 착하게 자라나서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우주의 조화와 자연의 섭리를 주관하시는 신의 사랑까지도 깨달아 주기를 바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할지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이 있으면 미래는 밝아 오는 아침처럼 신선하리라 믿는다. 그저 구김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싱싱하게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수족관을 가득 채우며 꼬물꼬물 헤엄쳐 다니는 새끼 도롱뇽들을 그들의 고향인 대덕산 골짜기로 보내 주겠단다. 맑은 개울물에 놓아주는 날에는 마음껏 헤엄쳐 다니며, 낙엽더미 속에 숨기도 하고 새로운 한살이를 살아갈 테지. 아이들은 섭섭해 하기도 했지만 다음에 또 알집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수족관을 들여다보며 오히려 기뻐한다.온갖 곤충, 동물, 식물들을 귀엽게 여기며 그것들을 사랑하는 두 아이들이 제 또래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도롱뇽을 키우면서 정직한 자연을 배우며, 그 가운데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여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도 배운다면 엄마로서는 더 바랄 게 없겠다. (1992년)
첫댓글 자연을 직접 느끼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모두 문경읍에서 키웠습니다. 혹시 자라서 제 부모를 탓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얘기거리를 많이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