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오산에 산다고 하면 한참을 설명해야 했어요. 수원 밑, 화성 옆, 권율 장군과 세마대 등 한참을 말해야 위치를 짐작하곤 했죠. 지금요? 오산 모르면 간첩이죠.”
10월12일 경기 오산시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오산천 국화 축제장에서 만난 이희자(45) 씨의 표정엔 오산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화성 동탄으로 이사 간 친구도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오산이 됐다, 친구들과 만나면 “나, 오산 사는 여자야”라고 농담할 정도로 요즘 오산이 많이 변했다고 자랑이다.
사실 기자 머릿속에서 오산은 비행장, 미군기지, 기지촌 같은 다소 ‘회색빛 도시’에 머물러 있었다. 수원 밑,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작은 도시 정도? 하지만 지난 8월 중순 어느 날과 이날 오산을 두 번 방문하면서 기자의 오랜 고정관념은 바뀌기 시작했다. 생각의 변화는 어느 날 날아든 보도자료가 촉발했다.
8월 중순 통계청은 인구동향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232개 시·군·구별 2008년도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을 발표했다. 자료에는 오산이 경기 화성시에 이어 전국 2위(15.5명)로 나와 있었다. 병점, 동탄 등 ‘신도시의 대명사’가 된 화성은 이해가 됐지만 오산은 다소 의외였다. 주민 평균연령이 32.1세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낮다는 통계결과는 슬슬 오산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42.75km²), 전체 6개동(洞)이 전부인 ‘미니 도시’ 오산이 이렇듯 ‘젊은 도시’가 된 이유는 뭘까.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틀간의 취재로도 충분했다. 기자가 만난 20여 명의 오산 시민은 최근 변화하는 오산에 대해 한 자락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다며 기자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환경수도’라고 불러주세요”
10월12일 오산천은 국화전시회(10월9~18일)를 보러 온 가족 나들이객은 물론 자전거 동호인, 아마추어 마라토너 등 다양한 복장의 시민이 어우러졌다. 용인시 기흥구 석성산에서 발원해 화성을 거쳐 오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오산천(총연장 14.67km, 오산시 구간 4.12km)은 오산 도심을 한 폭의 거대한 수채화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 국가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만큼 천변은 S자형 산책로, 잔디밭, 도보여행 코스, 자전거도로 등 다채로운 시민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으며, 코스모스와 국화 등 제방을 따라 늘어선 꽃들은 고운 자태를 뽐냈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오산천이 포함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전체 길이 5.4km의 도보여행 코스는 가족과 연인이 함께 거닐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 해가 지면 각 교량은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화려함을 뽐낸다. 천천히 걷다 보면 일보일신(一步一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남촌 인도아치교 옆 분수대를 지나면 꽃 단지가 길게 늘어서 있고, 오산대 앞 자연학습장에서 남촌대교까지의 1.7km 구간에는 70여 종의 야생화, 그리고 탑동대교 상단 4000㎡ 규모의 연꽃 단지에는 청초한 수련이 섬섬옥수를 뽐낸다. 오산대 앞 보도육교 일대(7160㎡)에 조성된 자연학습장에서는 조팝나무 같은 관목류 5000여 그루와 각시원추리 등의 야생화, 부레옥잠이 방문객을 반긴다.
“1시간 반이면 오산천 일대를 모두 돌아볼 수 있어 걷기에 ‘딱’이에요. 몇 년간 시와 자원봉사자들이 천변을 가꾸면서 오산의 명물이 됐죠.”
오산시 양덕렬 문화공보담당관의 설명이다. 여느 하천이 그렇듯, 오산천도 한동안 시민들에게 외면당했다고 한다. 2001~06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오산천 정비공사를 끝내자 오산시는 보안등과 방송시설 설치, 이동식 화장실 설치, 자전거도로 포장공사, 징검다리 설치에 나섰고 지금의 시민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3년 전 당선된 이기하(45) 시장은 오산시정의 첫 번째 화두로 ‘환경수도’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산시는 임야가 32.7%, 용도지역 중 녹지가 74.3%로 녹지축이 잘 갖춰진 도시다. 21세기 핵심 키워드인 ‘환경’을 활용한 오산시는 오산천뿐 아니라 도심 전체 이미지를 ‘회색빛 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바꿔가고 있었다. 잘 갖춰진 녹지축을 활용한 오산시는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공 도보 트레킹 코스도 개발했다. 2008년 9월부터 최근까지 3억1000만원을 들여 도심 속 자연과 역사를 체험하는 트레킹 코스를 개발한 것.
오산천을 중심으로 동·서부 코스, 시 전체 경계를 답사하는 남·북부 코스 등 문화재, 도심, 자연환경을 하나로 연결하는 총길이 84km의 트레킹 코스는 성인 남자가 23시간이면 전체를 다 답사할 수 있다. 특히 9.7km의 독산 코스(한신대~독산성, 2시간50분 소요)를 걷다 보면 세마대(洗馬臺)와 독산성이 지닌 역사의 향기 속으로 빠져든다. 피크닉장, 수목관찰로, 거미줄 타기 등 다양한 시설도 갖추고 있어 매일 1000여 명이 이 코스를 걷는다.
‘환경수도’의 정점은 10월23일 완공 예정인 ‘맑음터 공원’이 아닐까 싶다. 맑음터 공원은 오산동 제2하수종말처리장 상부와 누읍동 비위생 매립지 상부를 하나로 연결한 대규모 생태공원. 5만2840㎡ 규모에 1420억원이 투입돼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같은 체육시설, 생태연못, 높이 76m의 전망대가 설치됐다. 공원 지하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은 화성 동탄과 오산에서 배출되는 하루 6만4000t의 하수, 그리고 누읍동 음식물 자원화 시설(부지면적 4887㎡)은 하루 50t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만 공원을 거닐다 보면 이러한 ‘혐오시설’ 자체를 잊게 된다.
인근 경기도립 물향기 수목원도 맑음터 공원과 어우러진다. (재)오산시축제추진위원회 김유수 사무국장은 “도시 곳곳에 환경요소를 불어넣음으로써 도시 전체가 녹색도시로 살아나는 느낌이다. 물향기 축제, 국화 축제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축제는 시민 삶의 질을 높인다. 사람들이 오산으로 오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9월 한 달간 오산시 전입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동네마다 도서관
오산시 중앙동 중앙도서관에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층 어린이도서관에는 파스텔 톤의 책장과 의자, 앙증스러운 버섯 모양의 구조물 사이사이에서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어린이도서관 출입구 옆 ‘실버 열람실’에서는 손자손녀를 데려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바둑을 두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조부모와 함께 오는 아이들이 많아요. 손자손녀가 책을 읽는 동안 조부모가 무료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실버 열람실을 만들었습니다.”
중앙도서관 한현 사서담당의 말처럼 도서관 곳곳에 ‘생활친화적 사고’가 묻어났다. 부지면적 2970㎡, 연면적 6421㎡(지하 1층, 지상 3층)로 지난해 12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1층 일부 공간을 갤러리로 꾸몄고, 휴게실은 3층 실내외에 배치해 편히 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운천초교 이지은(11) 양은 “도서관에 오면 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
멀리 있는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숙제(수행평가)를 할 수 있어 좋다”며 연신 자랑이다. 도서관 측은 오산문화예술인협회와 계약을 맺어 다양한 전시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현재 운영 중인 청학도서관(남촌동)과 햇살마루도서관(대원동) 외에 초평도서관(초평동), 양산도서관(세마동), 금암도서관(신장동)을 곧 개관해 동마다 도서관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35만 오산시대의 서막 ‘세교지구’
오산시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어쩌면 세교신도시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문과 방송에서 화성 동탄신도시와 함께 연일 지도를 보여주며 소개했으니 말이다. 오산 세교신도시는 총 입주 가구수 5만3470여 호, 부지면적 11.1km²로 인근 동탄 1신도시(9km², 4만1000가구)보다 규모가 크다. 기반시설 공사가 완료되면 경기 남부권의 신흥 주거단지로 부상하면서 화성 동탄, 평택 고덕지구와 함께 ‘트라이앵글’ 생활권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녹색교통, 저탄소 주택 시범단지 등 ‘녹색성장 도시, 디자인 도시’로 건설한다는 방침이어서 환경수도를 표방한 오산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2004년부터 본격 개발이 이뤄진 세교 1지구는 올해 말까지 2758가구가 입주할 예정. 세교 2지구는 2006년에 보상이 완료됐고, 세교 3지구는 지난 9월 개발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2014년경 입주가 끝나면 모두 15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현재 오산시 인구(15만239명, 2008년 12월 기준)만큼 새로운 인구가 유입돼 바야흐로 ‘30만 오산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세교지구는 서울 도심에서 50km, 수원 도심에서 13km 떨어져 있으며 경부고속도로, 국도 1호선 등 주요 간선도로망과 연결돼 인구 35만명의 자족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특히 오산홍보중 가장 알기쉬운게 평일 버스전용차선이 오산나들목부터 시행되서 지방사람들도 오산을 알더라구요...고속도로에서도 오산홍보효과를
해주니 좋아요.. 근데 갠적으로 오산은 오산시민에게 해주는게 별로없어요...정책이 문제인지 저출산 외치면서 막상 해주는것도 없고 오산 싫음. 오산은 뜨네기들이 너무많음
그래두 우리가 사랑해줘야지 누가사랑해주겠어요..작고 약한도시지만 자부심을가지며좀살아볼려는데 사람들이 그런시골에서 아직도살고있냐구 ..평촌사는사람말이^^;; ..타도시사람들이 많이모르는것같아요 저역시 수원에서살다왔지만 여기사는거 시내가좀불편한거빼곤 살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