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에 바란다:
반려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인간사회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1321704 김창민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커지고 있다.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동물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은 매우 크다. 그러나 그 사랑이 한순간의 꿈처럼 끝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로 유기(遺棄)와 학대(虐待)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동물과 삶을 함께 하지만, 누구나 처음에는 동물을 사랑해서 데리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입양한 많은 사람들이 주인에 대한 동물의 사랑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과 연을 끊는다. 동물을 키우고 진료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병에 걸려서, 더 이상 예쁘지 않아서, 이웃집에 피해를 주어서, 결혼을 한다고, 심지어 며칠 휴가를 간다는 이유로 그들을 버린다. 그들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버림을 받아야 하는가? 그들은 단지 주인에게 사랑을 준 죄밖에 없는데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생 아픔을 안고 사는 유기동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양산 자택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찡찡이는 유기묘다. 또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날에는 반려견인 마루와 껴안고 마당을 뒹굴기도 한다. 게다가 선거활동을 하면서 유기견 토리를 입양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평소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그가 동물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허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그의 공약들은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인 것이 많다. 따라서 필자는 현재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설명한 후, 그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코자한다.
1991년 대한민국은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의 차원에서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현재의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6월 11에 발표한 ‘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동물보호센터에 의해 구조된 동물들은 총 8만 9732마리로 1년전에 비해 9.3%나 증가한 수이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매일 245마리씩 버려지는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기·유실동물 중 잃어버린 반려동물이 전체의 10%도 안 되기에 주인에 의해 버려지는 동물이 대다수이고, 그 수도 계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입소된 동물들이 동물보호센터에서 계속 지낼 수 없기에 열흘 안에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으면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안락사된 개와 고양이 수가 1만 7850마리인 것으로 볼 때 매일 50마리씩 안락사되는 것이 아픈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 유기는 늘어나는 1인 가구에서 많이 발생한다. 혼자 사는 이들이 외로움 때문에 반려동물을 입양한다. 문제는 경제적 이유로 연애·결혼·출산·집 마련 등을 포기하고 혼자 사는 이들에게 ‘동물 진료비’는 커다란 부담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건강보험이 없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들은 모든 의료비를 개인이 떠안아야한다. 또 의료비 기준이 없기에 동물병원이나 진료 종류에 따라 비용이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나온다. 이러한 현실은 예방접종에서 잘 나타난다. 동물병원에서 전문의에 의해 예방접종이 이루어져야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지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접종의 가격도 수십만 원에 달해 직접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정접종 비율은 개가 40.8%, 고양이가 45%로 절반 가까이 육박했다. 또 67.5%가 동물병원에서의 예방접종 비용에 부담을 느꼈고, 21.1%는 매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고양이 보호자의 31.4%는 예방접종을 아예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로움 때문에 쉽게 입양을 선택했지만, 막대한 진료비가 반려동물을 유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반려동물은 유기뿐만 아니라 학대로도 고통 받고 있다. 주인의 기분이 나쁘다고 동물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가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으며, 동물을 죽이거나 죽은 동물 사체를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동물학대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적인 공간에서 주로 일어나기에 주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고, 설령 신고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동물학대에서 중요한 점은 동물을 개인재산으로 보는 사고가 동물학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반려동물을 쉽게 만나고 키울 수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요건만 된다면 돈을 지불하고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너무 쉽게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사람을 입양하는 것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또 시장구조가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있다. 김영환 서울시 반려동물중성화센터 팀장의 지적처럼 우리는 전자제품 사듯이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기에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동물을 버리기 십상이다. 필자는 생태시민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학대를 자행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태시민성’은 생태계와 시민성이 합쳐진 개념이다. 보통 시민성(시민권)은 인간에게 부여된 지위, 권리, 의무 혹은 구성원들의 특성을 말한다. 하지만 환경문제와 생태적 위기가 도래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계까지 의미가 확대된 ‘생태시민성’이 등장했다. 이종환(2017, 64쪽)은 시민성을 “다양한 사회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 및 그 시민들의 인식과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으로 정의하였는데, 필자는 이 정의를 활용하여 생태시민성을 ‘생명존중에 대한 시민 인식 및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실천’으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생태시민성이 결여되어 동물권 신장을 위해 그 어떠한 실천도 하지 않는 자이다. 앞서 설명한 유기도 이런 생태시민성이 결여되어 있기에 쉽게 유기를 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우리사회에서 생태시민성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책임져야할 반려동물들을 버리거나 그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있다.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엔 어떠할까? 노르웨이에서는 동물을 죽이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으며, 반려견을 산책하지 않는 것은 동물학대로 간주되기에 3,400~17,000크로네의 벌금을 내야한다. 또 동물복지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 동물학대만 전담하는 ‘동물경찰(dyrepoliti)’을 신설하여 학대받거나 버려진 동물들을 구출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물 보호를 명시해둔 헌법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는 동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에게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하여 동물에 관한 규정을 인지하도록 하고 동물 예절을 배우게 하고 있다. 대형동물은 일정 기간 학교와 같은 훈련기관도 다녀야 한다. 아울러 반려견을 키우는 주인은 주민세와 같이 1년에 1마리당 10만 원가량의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 또 2005년 동물복지법과 2008년 동물복지조례를 통해 동물 학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기차, 버스, 식당, 쇼핑몰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닐 수 있으며, 학대받는 동물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르다. 마치 우리나라가 동물에 대해선 후진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기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유기된 동물들을 구조하고 수용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지 않다. 유기동물은 동물보호법 제1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전국에 28곳뿐이며, 대부분 민간위탁보호소(전국 279곳)에서 관리한다. 보호소 수가 적다보니 연간 10만 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을 감당할 수 없다(현재 수용가능한 수는 총 2만 2000마리다). 수가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5년 유기·유실동물을 관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28억 8000만 원으로 2014년보다 23.5%나 증가했다. 또 보호소마다 수용 가능한 공간, 예산 등이 달라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기간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현실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는 심상정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코자 한다. 먼저 질병 등 경제적 이유로 유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참여형 동물의료보험을 도입해야한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국민들이 세금을 낼 수 없기에 반려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그들이 동물병원에서 보험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전 국민의 22%(2015년 기준)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숫자가 증가할 것이기에 반려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국민건강보험처럼 거대한 동물보험이 될 수 있다. 또 부족한 지자체의 공공 유기동물보호시설을 확대하여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기동물의 경우 야생에 들어가 난폭한 짐승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중성화를 하지 않기에 유기동물 숫자가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보호시설 증축과 확대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또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구에 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관부처로 승격시켜야한다. 전 국민의 20%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환경을 커버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또 장관부처가 된 동물보호국이 동물에 대한 교육이나 프로그램들을 통해 국민들의 생태시민성을 키워야한다. 반려동물은 물건도 상품도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할 가족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상품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교육하는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라는 구절이 있다. 공을 들여 장미꽃을 소중히 여겼기에 더욱 책임이 있다는 이 구절. 여우는 사람들이 그 진리를 잊어버렸다고, 어린왕자는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송이의 꽃을 위해 여우의 말을 되뇌는 어린왕자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꼭 본받아야할 모습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라는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사랑을 준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 사람이 동물에게 사랑을 준만큼 동물은 버려질 때 더욱 아프기에 인간의 선택에 더욱 막중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필자가 지적한 것처럼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제도를 확립해야하며, 국민들이 생태시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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