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장의 실재
이동민
문학 장르를 운문과 산문으로 나눌 때 수필은 소설과 더불어 대표적인 산문 장르에 속한다. 수필은 지금까지 어느 장르보다도 산문 형식의 지문을 강조했으므로 산문체의 문장이 기본이다. 문장을 만들 때는 수필에 관여하는 모든 요소는 수필이 하나로 통합된 글이 되도록 봉사 하여야 한다. 수필쓰기에서 문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은 ‘글의 전개’ 부분이다. 수필의 전개에 주로 사용하는 표현 방법은 묘사와 서술이다.
산문 형식은 뜻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읽는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전달이 더 중요하다.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이 제일 우선이므로, 수필 문장도 의사소통이 잘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장에서 의미 소통이 잘 일어나는 방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간단해야 하고, 쉬워야 하고, 의미 내용이 명료해야 한다. 미사여구나, 설명이 많은 글이나, 너무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문장이 딱딱해지는 것은 수필에서는 좋은 문장이라고 하지 않는다.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려는 문장이라는 점에서 보면 지시어는 될 수 있으면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이해가 빠르다고 했다. ‘영희는 이쁘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라고 하는 것 보다는 ‘영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라고 하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기 더 쉽다.
수필 문장을 미문으로 꾸미려다보면 자연히 형용사와 부사가 많이 들어간다. 형용사와 부사는 단순히 꾸밈으로만 끝나지 않고 꾸밈을 받는 말의 의미를 변형시키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문장의 멋을 내려 미문으로 만들다 보면 의미가 왜곡되는 수가 있다. 문장은 의미가 우선임을 다시 강조한다.
뿐만 아니고 작가가 독자의 독서 능력을 믿지 못하여 직접 장황하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문장이 장황해지면 의미가 옅어지고, 설명의 강도에 따라 본래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기도 한다. 따라서 수필 문장에서 미문과 장황한 설명문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산문에서 내용이 명료한 문장이 되려면 주어가 중요하다. 주어가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주어가 두 개, 세 개가 되는 복합문장은 의미가 명료해지지 못한다. 주어가 여러 개가 나오도록 복합 문장을 만들 필요가 있어서라면 몰라도, 하나의 문장은 하나의 주어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도 서로 호응해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 뿐 아니라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도 서로 호응해야 한다. 형용사는 명사를 꾸미고, 부사는 형용사와 동사를 꾸민다. 예문을 보면 ‘토끼처럼 예쁜 여인’은 호응이 이루어지는 관계이지만 ‘표범같이 예쁜 여인’은 읽기에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형용사와 부사가 문장에 놓이는 위치도 중요하다.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의 바로 앞에 놓는 것이 원칙이다. 형용사에서는 이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진다. 그러나 부사가 들어가는 위치에 대한 규칙은 비교적 느슨하다. 부사가 문장의 맨 앞에 오면 문장 전체를 꾸민다. 그런데도 문장 안의 형용사나 동사를 꾸며야 이해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때는 부사의 위치가 잘못된 것이다. 꾸미는 말의 바로 앞에 놓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언어는 원칙적으로 능동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문장이 수동문으로 표현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면서 영어의 문법이 우리 문장으로 들어와서라고 말한다. 나쁘게 말하면 우리 문장이 오염되었다고 한다. 수동문을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능동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수필의 기본 문장은 일인칭 문장이다. 그러나 사물이 주어가 되는, 즉 사물주어도 흔히 사용한다. 그렇지만 수필에서는 사물주어는 부사로 바꿀 수 있으면 바꾸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사물주어도 문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예를 들면, ‘책(사물주어)은 많은 내용을 안고 있다.’와 ‘나는 책에서(부사) 많은 내용을 얻는다.’는 뉴앙스는 다르지만 같은 의미이다. 그러나 수필은 글 쓰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글이라고 하면 ‘나’가 주어가 되고, 책(사물주어)은 부사(책에서)로 바꾸는 것이 더 좋다.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함으로 접속어를 사용하면 문장이 길어진다. 수필문에서 흔히 사용하는 지시어는 ~며, ~고 등이다. 반면에 접속사는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게 함으로 글이 간결해지는 효과도 있다. 그렇더라도 접속사를 남용하면 좋은 문장이라고 하지 않는다.
접속사 ‘고’와 ‘며’를 예로 들어보자. ‘고’는 두 가지 사실을 대등하게 벌여놓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등한 사실이 연속되면서 문장을 길게 한다. 한편으로는 앞 문장과 뒤 문장이 시간상으로는 순서를 나타내므로, 앞 문장의 결과가 뒤 문장이 되므로 인과관계로서 연속성을 나타낸다. 문장을 간결하게 하기 위하여 두 문장으로 나눌 때는 앞, 뒤 문장이 대등한 관계인지 또는 인과의 관계인지 등의 글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서 해야 한다.
‘며’는 동등한 내용을 나열할 때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문장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 분리할 때는 종속관계가 없는 문장으로 나누면 된다. 이처럼 문장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서 접속사를 없앨 때는 문장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접속사로 앞 문장과 뒷 문장을 연결할 때와 분리할 때는 여러 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러나 문장의 기본은 의사소통이므로 문장이 간결하면 의미 전달이 잘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의 문장은 하나의 뜻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접속사를 남발하여 한 문장에 여러 개의 뜻이 담기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면 문장의 길이는 얼마가 적절할까?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의 일반적인 특성은 있다. 짧은 문장은 쾌활하고 분명한 느낌을 준다. 의사 전달도 쉽게 일어난다. 긴 문장은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내용을 담을 수 있어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반면에 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되기 싶다. 적절한 길이는 내용과 기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짧은 문장이 의사 전달에는 장점이 있지만, 글 쓰는 이가 미숙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문장을 길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글쓰기에서 너무 긴 문장은 피하라는 것이 원칙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완결성과 통일성을 이루기가 어렵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모호해지므로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한편으로 문장을 길게 쓰는 것이 문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이외로 많다고 한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겹문장은 분리하는 것이 좋다. 복잡한 관형절도 길어져서 이해하기가 어려워지면 아예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중복 표현을 피하고, 군더더기 표현도 피하는 것이 좋다. 예로서 ‘등산길에는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단풍잎이 바람 따라 흩날리면서 등에 멘 배낭 위로 떨어진다. 단풍이 떨어지는 산길을 걷고 있으니 ------.’ 라고 하였다면 같은 표현을 중복하였다.
문장의 흐름이나, 문장과 문장의 연결 관계에는 논리성이 있어야 한다. 문장의 흐름은 일반적으로 ‘왜?’에 대한 답으로 구성된다. 그래야만 읽기에서 자연스러워진다. 문장의 논리성은 작가의 주장도 힘을 얻게 한다. 문장에 논리성이 없으면 읽기도 매끄럽지 못하고, 작가의 주장도 덩달아서 논리가 모자라게 느껴진다.
글은 부드러워야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한문을 많이 사용했다. 문장에 한문을 병용하는 것은 자신의 지적 수준을 드러내는 것처럼 생각했다. 한문이 많이 들어가는 문장은 딱딱한 느낌을 준다. 그럴 때는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부드럽게 느껴진다. ‘춘삼월은 만화방창지절이다. 삼월에 꽃이 만개하여 풍광이 아름답다.’를 이렇게 고쳐보자. 삼월이면 봄이 온다. 꽃이 다투어 피는 계절이다. 봄산에는 꽃이 가득 피어서 무척 아름답다.‘ 같은 내용의 문장이지만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한문보다는 서양의 여러 외래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것도 한문처럼 문장을 매끄럽지 못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운율은 시어의 특성이라고 한다. 우리글은 산문에도 나름대로 운율이 있다. 읽기를 할 때 리듬에 따라서 하면 글 읽기가 막히지 않고 수월해진다. 읽기가 물 흐르듯이 하면 문장이 쉽다고 느껴진다. 대표적인 우리글의 운율을 보면 2,3. 3,2. 3,4. 3,5. 4,4. 4,5. 등등이다. 산문을 쓸 때도 리듬을 고려하면 좋은 글이 된다.
문장에 걸맞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퍼즐판을 완성하기 위해 퍼즐 조각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단어도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같은 단어라도 문장의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문장에 적합한 단어가 있다. ‘개’라는 단어도, 반려견으로 산책할 때 데리고 다니는 개와. 집을 지키는 진돗개나 세퍼드 같은 개와, 상사에게 충성을 바치는 충복을 ‘개’라는 상징으로 표현한다. 이럴 때는 ‘개’의 의미가 문장으로 들어가서 맥락에 맞는 뜻으로 사용된다.
수필은 산문체 문장이 기본이지만, 수필에서 의미를 더 확연하게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이라면, 대화체나 서사시체 문장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아니, 함께 사용하여 수필의 효용도를 훨씬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나는 현장감을 살려내기 위해서 회화체를 즐겨 사용합니다.)
수필에서 문장을 만들 때 이런 저런 조건들을 깊이 생각하자. 그리고 읽고, 또 읽으면서 문장을 고치는 습관을 기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