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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고, 맥주를 사랑해요. 그리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지향하거든요. 그래서 포틀랜드로 정한 거에요! 하하하하! 오우, 그렇다면 정말 잘 왔어요!
미국이 처음이라고 하니 왜 하필 서부의 작은 도시인 포틀랜드에 왔느냐는 질문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네가 직접 선택한 것이나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 대답을 듣고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커피투어 하는 날. 접선할 장소를 메일로 받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가는 내내 이게 남동공단인지 헷갈릴 정도로 크고 육중한 건물 틈 속에서 유독 내가 작게 느껴졌다. 구글앱의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고백하건대,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커피를 마시는 기회나 여유'를 즐기고 좋아하는 것이지, 사실 커피의 맛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포틀랜드에서는 아무 카페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주문해도 '인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하다고하니 커피투어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는데 내가 신청한 것은 Third Wave Coffee Tour다. '제3의 커피 물결 투어'이라는 의미인데 아마 커피를 좋아하고, 공부 좀 했다는 분들께는 너무 익숙한 개념일 거다.
20세기 초반에는 추출한 커피를 동결 건조해서 가루를 낸 커피, 즉 인스턴트 커피의 시대였다. 우리나라에도 미군에 의해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왔고 이는 빠르게 퍼져갔다. 싼 가격도 한몫했지만, 설탕이 귀했던 그때는 일종의 '달달한 음료'로 큰 인기를 끌던 것이다. 이것이 커피가 대중에게 각인된 '제1의 커피 물결'이라고 한다. 그러다 1970년대 미국에 등장한 피츠커피 (Peet's Coffee)와 스타벅스 (Starbucks)가 그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가공한 가루가 아닌 원두 그대로의 커피가 나타난 것이다. 원두에는 로스팅한 날짜, 종류 등을 적어 점차 커피를 찾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맞춤' 커피가 등장했다. 커피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우유를 넣거나 설탕을 넣고, 물의 양을 조절하는 등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커피 시장에 불어온 두 번째 물결이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는? 이 세 번째 웨이브는 이곳 포틀랜드에서 경험 해봐야 한다는 투어팀의 자신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삭막하고 건조한 건물 덩어리들을 지나고 지나 드디어 약속 장소 인 Cup & Bar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큰 테이블 위에는 Third wave coffee tour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있었다. 이미 두 커플이 와 있었고, 이내 한 여자가 들어왔다. 오늘 우리를 맞아줄 이 투어의 호스트 앨리샤 (Alicia)였다. 한 커플은 캘리포니아에서 왔고, 다른 한 커플은 포틀랜드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포틀랜드에 삼 일째 체류 중이고, 앞으로 남은 일주일도 이곳에 있을 계획이라는 내 말에 모두가 놀란 눈치였다. 네가 직접 선택한 여행이 맞느냐는 물음이 이때 나온 것이다 (어딜 가나 하루에 한 번씩은 들은 말이었다). 앨리샤는 먼 곳에서 온 나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진다면서도 격하게 환영한다고 했다.
"달게 마셔도 되고, 쓰게 마셔도 돼요. 물을 잔뜩 넣어 마실 수도 있고 우유나 거품을 넣어 크리미 하게 즐길 수도 있죠. 커피는 그런 거예요. 아무렴 어때요? 다만,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 오게 된 커피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죠. 뭐든 과정을 알면 더 재밌잖아요!"
즐기는 방식을 즐기라는 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앨리샤의 첫마디가 '제3의 커피 물결'의 핵심 가치인 것 같다. 이어서 앨리샤는 커피의 다양한 맛을 나타내는 그림 하나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산미와 쌉싸름한 맛, 너츠 외에도 허브, 꽃, 과일 향 등 다양한 분포도가 눈에 띈다. 이게 정말 우리가 아는 그 커피의 맛이 맞느냐며 휘둥그레진 우리를 향해 그녀는 이렇게 세세한 커피 향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미니 카페모카와 갓 구워진 촉촉한 초코칩 쿠키가 등장했다. 오 마이 갓 .. 이 투어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카페인 Cup & bar의 시그니처 메뉴였다. 사실 갓 내린 커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카페모카가 등장해서 의외였다. 웬 카페모카?라고 물으려는 찰나, 앨리샤는 이곳이 포틀랜드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과 카페모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어딜 가나 커피와 달다구리의 조합은 진리인가 보다.
(에디터 오가닉님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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