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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대응
김성혁 금속연구원 원장
■ 목 차 ■
1. 들어가는 말
2.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전개과정
3. 한국에서의 적용 사례
4. 4차 산업혁명으로 신제품 출현과 사업모델의 변화
5.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작업공정에서의 변화
6. 재벌위주, 노동배제 기술혁명은 재앙
7. 진보진영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1. 들어가는 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아직 학문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다. 학자들에 따라서 이를 '3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혁명의 연장성'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자본의 이데올로기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여 '기술적 신자유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혁명이라는 용어는 사후 평가에 기초하여 쓰이는 것이므로 4차 혁명이 될 지 아니면 3차 혁명의 2라운드 버전이 될 지는 수십 년 후에 역사가 정리해 줄 것이다. 진보진영에서 아직 합의된 정의가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통상적으로 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향후 더 적절한 용어를 진보적 독자들이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최근 정치이슈는 촛불혁명과 대선이고, 경제이슈는 제조업 쇠퇴와 4차 산업혁명이다. 경제침체와 정경유착으로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는 경제계 수장들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자동화”, “생산성”, “자원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어 협소하게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에서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을 1만개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스마트팩토리는 “분권화”, “자율화”, “네트워킹” 개념이다.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해 획일적으로 돌아가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각 부품과 기계·설비가 독자적인 기능과 목적을 가지고 서로 대화한다. 중앙집중식 컨베이어 시스템이 아니므로 하나의 공정이 멈추어도 전체가 멈추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독일 스마트팩토리의 기저에 어떤 사상과 철학이 있는지, 변화를 추동하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독일은 공동결정법에 의한 수평적 의사결정구조와 노동의 인간화를 중시하는 철학을 배경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설계하였다.
크라우드 슈밥은 예전과 변화의 속도, 깊이, 폭이 다르고 하나의 혁신이 아니라 여러 개의 혁신이 묶어서 일어나고, 하나가 변하면 전체가 변할 수 있으므로, 4차 산업혁명은 제조공장의 변화를 넘어, ICT융합에 따른 물류, 금융, 에너지 등 산업계와 의료 및 건강, 교통, 교육 등 일상생활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주체의 철학과 목적에 따라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사고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경제적 풍요와 여가를 주며, SNS와 블록체인 등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소수가 독점하여 다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고, 로봇에 의해 상시고용이 사라지고 단기 계약이 일반화 되며, 극소수의 거대한 승자와 대다수의 패자가 양성되어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면 재양이 될 수 있다.
언론은 한국의 제조업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료적인 행정 절차나 정보이용의 폐쇄성 등의 규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고용, 환경, 복지, 안전, 노동보호 등과 관련된 규제까지 삭제한다면 곤란하다.
현재 산업계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은 '노동의 인간화', '사회적 안전장치', '공공성 확대' 등의 문제를 배제한 채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실체, 그리고 노동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겠다.
2.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전개과정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제조 4.0)에서 출발하였다.
세계 제조업의 최고 강자인 독일은 대부분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숙련공들은 감소되나 기술을 전수받을 젊은이들이 많지 않고, 미국의 IC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자국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산업의 미래(산업협회, 정부, 노조의 합의기구)가 주최가 되어 2011년부터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였다. 스마트팩토리는 전통제조업의 컨베이어 대량생산을 넘어서는 차세대 맞춤형 생산체제를 지향하며, 몇 개 기업이 아니라 전 국토를 네트워크형 스마트공장 산업단지로 재편한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스마트팩토리 시범공장에서 성과가 나타나자, OECD에서는 생산공장을 넘어서 제조업 전체에 이러한 실험을 확대하는 차세대 제조혁명을 제기하였고,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 의료, 물류 등 전체 산업으로 확대하여 적용하면서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림 1] 4차 산업혁명의 개념 확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사물과 인터넷, 인공지능이 연결된 초지능화된 시스템을 뜻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혁명 시대를 말한다.
최동석 한국 ICT융합네트워크 소장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을 한국 언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맞추어 선정적으로 보도하지만 실제 제조공장의 혁신적인 변화는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이 주도한다. 현실의 물리시스템을 사이버시스템으로 전환시켜서 모의실험을 통해 최적의 상태를 추출하여, 사이버세계의 디지털기술을 현실(물리)세계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사이버시스템과 물리시스템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이 인류에게 주는 함의는 물리시스템이 사이버시스템처럼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에 인간의 의도적 명령이나 명시적 개입 없이도 부품들과 기계·설비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인간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IoT가 전반적인 교통상황을 빅데이터로 수집하여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다. 이를 사이버세계에서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최적화된 운행경로를 알려준다. 이에 따라 현실세계인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실행된다.
이럴 경우 네비게이션 안의 최적화된 사이버 세계와 사람이 이동하는 물리적 공간(현실 도로)이 일치하게 된다.
○ 4차 산업혁명의 전개과정
1) 산업혁명의 시대구분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산업혁명을 4단계로 구분하였다. 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기차와 방적기가 등장하였다. 최초로 말과 사람의 힘을 기계로 대체한 것이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전기가 발명되어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3차 산업혁명 시기는 정보혁명으로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출현하여 공장이 자동화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기는 기계와 제품이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연결되는 초지능, 초연결 사회이다. 이는 202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림 2] 산업혁명의 시대구분
2)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
세계의 데이터 량은 2년마다 2배로 증가하고 있어 10년이면 32배가 된다. 컴퓨터의 데이터 저장용량과 CPU의 처리속도는 지수함수적으로 진화하였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하여 클라우드 서버에 빅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개인 컴퓨터와 연결시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환경의 변화는 과거 4차 산업혁명의 원리가 이론에 머물러 있었던 것을 현실에서 실행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여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고도의 판단(연산)과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복잡한 함수 알고리즘으로 기계학습, 딥러닝 기법을 사용한다. 인공지능은 음성 인식(시리), 사람 얼굴 인식, 알파고(바둑), 인공지능의사 왓슨(암 진단), 통역과 번역(구글), 페이스북(이용자의 패턴 파악), 제조공정의 품질검사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ntenet of Thing)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인터넷과 연결하여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말한다. 최근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공간, 작업장, 수송기기, 도로, 건물, 가전제품 등에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무선통신은 사물, 사람, 기계설비 등 모든 것을 연결시켜 준다. 현재 3G보다 훨씬 빨라진 4G(4세대 LTE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으나 지하철, 백화점, 광화문 집회 등 도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트래픽 체증이 있고, 향후 전 세계에 500억 개 이상의 센서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면 이를 빠르게 처리하기 어렵다. 이에 4G보다 20배나 빠른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25GB 초고화질(UHD) 영화를 10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 1㎢ 내 100만 개의 기기에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지국 내 어디에서도 100Mbps 이상 속도로 데이터도 주고받을 수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의 명칭을 IMT-2020이라고 정했고, 주파수는 2019년 분배하며 국제표준화는 2020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2020년부터 본격화된다고 한다.
<표 1> 4G와 5G 핵심 성능비교
자료 : 미래과학부(2016)
위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의 모든 활동과 모든 생각이 사물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실시간 빅 데이터로 수집되고, 이러한 데이터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인공지능으로 분석되어 과학적인 예측과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3. 한국에서의 4차 산업혁명 도입 사례
글로벌 ICT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국내에 진출해 있다. 구글은 검색, 번역, 포켓몬 고 등을 제공하며 광고비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고, 페이스북은 1600만 명이 넘는 한국 가입자들에게 개인 패턴에 맞게 기사를 올려준다. 가천 의대와 부산대 의대 등 국내 5개 종합병원에서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하여 암진단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네이버 등이 인공지능으로 통역/번역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하여, 통번역 대학원(이화여대, 중앙대) 진학율이 10% 감소하였다.
마이드앱 등 국내 기업들이 음성비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현재 은행, 보험사의 콜센터에서 사람 전화 한 통에 1500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인공지능은 한 통 당 150원~500원이면 가능하다.
금융산업은 개인고객의 카드 소비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자방향을 정하고 자산관리를 해주는 robo-advisor, 은행 지점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생체인증 P2P, 모바일 결제, 인터넷전문은행, 블록체인 등이 이미 도입되어 있고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이다.
한국전력 등에서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하여 고장예지, 수명 예측, 고장자동복구 등을 위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제어시스템 구축”했고, 실시간 계통진단을 위한 전력정보 시각화를 이용한 “송변전 종합 예방 진단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 제조업에서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도입 현황을 보면 전자산업이 가장 앞서 있고, 자동차산업 등 모든 산업에서 대기업들이 뛰어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부터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등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의 디자인을 통일하고, 전 제품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했다. 이 제품들은 패밀리허브 2.0 기술이 적용돼 음성인식을 통해 제품을 제어·관리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제품의 작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4월 출시하는 스마트폰 S8은 음성비서 서비스 빅스비가 개발되어 “빅스비 지금 내 스마트폰 캡처해서 김기수에게 메시지로 보내줘”라는 명령이 가능하고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해서 정보를 주는 비전(vision) 기능도 추가되었다.
엘지전자의 딥러닝 기술 ‘딥씽큐’ 탑재한 에어컨과 로봇청소기, 냉장고 등은 사용자의 사용습관과 제품 사용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하여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 에어컨은 사용자가 머무르는 공간을 스스로 파악해서 집중 냉방하고 로봇 청소기는 사람의 발과 일반 장애물을 구분하여 같은 높이의 물체라도 사람의 발이면 넘지 않고 대기하거나 우회한다.
두산중공업은 8곳의 발전소를 원격으로 운영 중인데 올해 말까지 16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보통 발전소는 2000년대 초까지 각종 정비나 부품 교체를 위해 1년에 10~20일 정도 가동 중단하는데, 하루 중단시 20억원의 매출 손실이 있다. 그러나 원격관리 서비스(RMS)가 적용된 후 ‘쉬지 않는 발전소’가 되었다. 발전소 내 온도, 압력, 유량 등 5만개 이상의 빅데이터 수집해 고장이 날 만한 징후를 사전에 알려주면 부품 교체나 사전 수리를 하여, 셧다운 없이 정비가 가능하다. 이로써 당진 화력발전소 5호기는 RMS 도입 후 21억원의 경비를 절감하였다고 한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2017년 2월 가스터빈 사후관리 및 서비스 부문을 BG로 격상(부사장급)시켜 GE(제너럴 일렉트릭)와 같은 사후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효성은 전력설비 유지보수 분야인 Asset Management 솔루션 개발에 IoT,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하여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장과 유지/보수 시기를 예측하여 고객 설비의 수명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쉽 오션링크를 개발하여 선박에서 생성된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하여 운항 효율 향상과 기자재 수명관리(인공위성으로 육지에서 선박의 기기, 장비 고장 등 탐지)를 할 수 있다. 이로서 기존 생산 중심에서 리스, A/S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림 3] 제조업에 서비스 사업모델 도입
출처 : Chosun & Parters(2017.2.9) 재인용, 불룸버그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여 △조업관리 △품질관리 △인공지능 △버추얼 팩토리 △안전관리 등 다섯 가지 이점을 누리고 있다. 조업관리에서는 압연설비에서는 설비에 장착된 압연기에 IoT 센서 부착하여 롤 사이 압력, 진동, 롤 스피드, 윤활 상태 등 모든 데이터 수집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실시간 자동제어가 가능해 최적의 조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버추얼 팩토리는 3D 가상설비에 실제 조업환경을 부여한 사이버 공장 구현해 생산공정 시뮬레이션하고 신제품 품질 예측 등 조업조건을 사전 검증한다.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고품질의 생산체계 구축할 수 있다.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자는 사이버공장 설비 운전방법을 학습해 작업 오류를 최소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조원을 투자하여 스마트공장을 2020년까지 1만개 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015년에 발표하였다. <표 3>과 같이 전자(삼성, LG), 자동차(현대), 기계(두산, 효성) 등 업종별로 대표기업을 설정하여 납품사/계열사 등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표 3> 정부의 스마트공장 확대 계획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 발표자료 인용(2015.3.19.)
그러나 산자부의 계획은 목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자산업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선진국 수준의 기술과 시스템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하였고, 중소기업은 훨씬 느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이었던 2016년 하반기에 촛불혁명이 폭발하면서 박근혜,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들이 주도했던 모든 사업들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정치색이 옅은 경제 및 산업 차원의 사업은 부처간 조정을 통해서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동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다. 미래과학부는 중소기업에 1만 개 스마트공장 시스템 보급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고(1조원 투자 계획) 또한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경량소재, 스마트시티)를 1조 6천억 원을 들여 추진하겠다고 2016년 하반기에 제출하였다.
[그림 4]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전략
자료 : 미래과학부(2016)
미래과학부의 사업에 대해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7.1.31. 예비타당성 심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미래부의 인공지능 세계시장 진출 목표에 대해서, 한국은 현재 선진국 기술격차를 따라잡기도 벅찬 상태이므로 '격차 해소'로 목표를 수정하라고 지적하였다.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되어 기획부터 다시 해야 하는 실정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이용가능성 조사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전체 평균(5.9점)에도 못 미쳤다. 최상위권은 핀란드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 구미 선진국이 차지했고 일본도 6.2점으로 우리를 훨씬 앞섰다. 정보기술(IT)강국이라 자부하며 첨단 기술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온 자기평가와 객관적 실력 사이엔 꽤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MK THE Biz Times의 아래 그림을 보면, 실제 10개 내외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에서 한국이 존재감을 보이는 분야는 모바일·인터넷·앱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영역의 글로벌 톱 업체들을 보면 한국 업체는 사실상 전무하다. 인공지능의 경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AI브레인 등 미국 업체들이 1~5위를 석권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3D 프린팅도 마찬가지다. 로보틱스에선 일본이 잘나간다. 화낙, 야스카와, 가와사키, 나치 등 상위 5개 업체 중 4개가 일본 기업이다.
자료 : MK THE Biz Times(2017.3.26.)
4. 4차 산업혁명으로 신제품 출현과 사업모델의 변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제품은, 삼성·엘지의 스마트 홈과 음성비서가 대표적이고, 미래자동차에서 전기차(연료전지 포함)와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모델은 제조업의 서비스 사업 진출 확장(제품의 전 생애주기 관리, 사후서비스) 등으로 두산중공업, 효성,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등에서 시행 중이다. 이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 판매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미국의 GE의 사업모델인데 아래 <표 4>와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
<표 4> 사물인터넷에 의한 제조업의 변화
이 장에서는 주로 미래자동차를 중심으로 제품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겠다.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로 한 파리 기후협약이 2016년 11월부터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들이 자동차 관련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표 5> 2030년까지 국가별 탄소 감축 목표
출처 : UNFCCC INDC * BAU : 배출 전망치(평소수준을 기준으로)
이러한 조건에서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상원에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 판매 금지 법안이 통과되었다.
중국 먀오이 공업정보화 부장은 2018년부터 완성사에 전기차 판매 5%를 의무화하고 매년 2%씩 상향시키는 방침을 상반기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메릴랜드, 오리건,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코네티컷 등 10개 주가 2025년까지 '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2만대 이상 차를 파는 제작사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2% 이상을 전기차로 팔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미달한 자동차 수만큼 1대당 5000달러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 목표대로 시행될 경우 전기차 등 무공해차가 33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은 2% 의무를 2018년부터 5%로 상향시킬 예정이다.
[그림 5]에서 보듯이, 한국의 전기차 보급과 인프라 구축이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떨어져, 환경부는 전기차 도입을 위해 보조금 지급 확대와 무공해차 의무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무공해차 2% 규제를 한국에 적용할 경우 연간 2만대 이상 판매하는 현대·기아·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은 모두 의무 판매 대상이 되고, 수입차 업체 중에선 BMW·벤츠·폴크스바겐 등이 포함된다. 정부 관계자는 "2015년 기준으로 8개 회사가 판 차량(약 175만대)을 감안하면 연간 3만 5000대 가량 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 5] 주요국가 전기차 판매량과 인프라
작년 판매량
한편 자율주행 기능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1년에 교통사고로 120만 희생자(전 세계)가 발생하고 있는데, 사고의 94%가 음주, 과속, 부주의 등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주요 국가들에서는 2018년부터 안전규제가 강화되어 '차선이탈방지경보', '자동비상제동' '졸음운전방지', '후진 보조' 등의 기능이 기본사양으로 의무화 된다. 이런 규제들이 강화되면 자동적으로 부분 자율주행이 실행되게 된다. 물론 100% 자율주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자동차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 완성사에 도전하여, 한편에서는 테슬라와 BYD 등의 전기자동차 신생기업, 다른 한편에서는 구글, 애플, 삼성, 엘지 등의 ICT 기업들이 미래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림 6]
내연기관차
[그림 7]
수소 연료전지차
[그림 8]
전기자동차
(패러데이 퓨처)
테슬라, BYD, 로컬 모터스, 패러데이 퓨처, 루시드 모터스 등 신생기업은 전기차 전용라인 또는 3D프린터로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복잡한 엔진과 변속기 기술 그리고 무게중심(엔진·변속기 때문에 앞부분이 전체 무게의 70% 차지)을 잡아주는 노하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기차에서는 이런 문제가 사라지므로 높은 기술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조건에서 신생기업도 전기차배더리와 전기모터만 확보하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내연기관차에서 글로벌 메이커들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전기차 시장에서 되찾겠다는 목표로 20여개의 자국 전기차 기업들이 개발한 차량을 중국 내수시장에 대량 공급하고 테스트를 거쳐서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생산 1위 BYD를 축으로 총 9개의 중국기업들이 이미 세계 전기차 판매 20위권에 진입해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 시대에는 자동차가 기계 산업이 아니라 전자 산업이 된다. 새로운 기능이 개발되면 내연기관에서는 부품을 갈거나 차를 구입해야 하나 전기차의 경우에는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보통신기술에서 수십 년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이 기계 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센서, 디지털 정밀지도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이므로 기존 하드웨어 생산 위주의 완성사들은 ICT 업체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만 해도 ICT 업체들의 미래자동차 진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LG는 인포테인먼트, 전기모터, 센서, ABS 등 자동차 전장품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배더리는 한국 오창(10만대), 폴란드(10만대), 미국 홀랜드(3만대), 중국 난징(10만대) 등 글로벌 28만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아 구글, BMW, 테슬라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은 전략적 차원에서 전장사업부를 두고 디스플레이, 센서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기차배터리는 한국 울산(6만대), 중국 시안(3만대), 헝가리(5만대, 2018년 가동) 등 글로벌 14만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기능 향상을 위해 실리콘벨리에서 여러 개의 벤처기업들을 인수하였고, 지난 달 하만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하면서 자율주행에서 일약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하만은 직원 3만명에 10개국에 공장이 있으며 차량오디오와 인포테인먼트 생산 1위인 세계 최대 전장부품사이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차량 전체를 제어하는 자율주행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SK는 커넥티드카, 텔레메틱스(무선통신, 인터넷), 전기충전소,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톡도 자율주행 택시를 목표로, 디지털 지도를 선점하기 위한 검색 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대기아차는 EV로 아이오닉과 쏘울을 생산하여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공비치를 줄이기 위해 엔진차와 비슷한 구조로 기존 내연기관 라인에서 혼류생산하고 있어 아직 과도기 생산단계로 추정된다. 아이오닉 EV는 2016년 한 해 동안 약 3,700대를 판매했는데 2017년 2월에만 약 2,000대가 팔리는 등 내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신기술의 도입으로 제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되고 사후서비스 영역에 진출하는 등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향후 산업별 부가가치 창출 수준을 비교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 9] 스마트산업의 스마일 곡선
출처 : Global Market Strategy(삼성증권, 2016)
5.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작업공정의 변화
한국 제조업의 생산방식은 1998년 IMF 구조조정 이후 자동화가 시작되었고 이것이 정보통신혁명(전사자원관리시스템, 무선통신망 등)과 연결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자동차, 전기전자 등 가공조립산업은 자동화, 모듈화, 외주화, 글로벌생산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했고, 석유화학,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화학 부분은 설비 자동화, 무선 원격제어 검침, 간접부서 외주화 등을 실행하였다.
전 산업에서 자동화, 외주화, 글로벌생산이 일반화 되어 있는데, 자본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도입되면서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째, 자동화가 엔지니어와 로봇이 주도하고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숙련 배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자동화율이 차체용접 100%, 도장 70%, 의장 14%이다.(헤럴드경제 2016.3.31.)
가공 라인의 90% 이상은 로봇에 의해 자동화되어 프레스, 용접, 도장, 사출 등 3D 작업에서 수작업이 사라졌다. 일부 공정에서 재료를 투입하는 정도만 사람이 수행하고 있다.
조립 라인은 사람과 로봇이 혼재되어 있다. 의장라인은 아직 수작업이 많으나 품질관리 장비인 비전, 토크 매치, 하이비스(터치스크린) 등으로 검사공정이 자동화되고 있다.
[그림 10] 품질 검사장비 비전
출처 : envision
비전은 이물질, 긁힘, 흠집 등 불량을 파악하는데 인공지능 기능이 들어 있다. 현재 완성사에서는 도장 품질검사, 무인공정 품질검사에 설치되어 있고 부품사 등 제조업 전반에서는 압력, 습도, 색깔, 조임 강도 측정(피스톤 홀, 다이캐스팅 내부 결함, 제품 표면, 부품의 조립, 도금, 베어링 결함, 엔진블록 결함 등)에 사용되고 있다.
[그림 11]의 하이비스는 품질문제점을 전자펜이나 터치스크린으로 기록하여,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예전에는 품질문제 등을 키퍼공정에서 볼펜으로 기재하여 정보공유 속도가 느렸다. 이 시스템은 IT기술을 이용해 품질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공정에 즉시 통보를 하고, 불량수정 여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불량제품 사전 방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전자펜에 GPS등 위치센서가 달려 현장감시 논란 도입 늦어졌고 현재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하여 대부분 공장에서 도입되고 있다. 당시 “개개인의 작업이력이나 실수 등이 전산기록으로 남아 악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하이비스 정보로 개별 불이익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설치되었다. “작업량이 늘어 불편하다”는 주장도 있다. 회사 측은 해외공장에서 생산과정 불량 방지율이 적용 이전 85% 수준이었지만 최근 약 96%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그림 11]
하이비스
(터치스크린)
자료 : 울산매일
신문(2014.8.14.)
[그림 12]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출처 : 헤럴드경제
(2016.3.31)
스마트공장 ‘제조업 혁신 3.0’ 지정공장인 현대차(아산)에서는 생산과정을 ICT와 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최상의 결과를 목표로 시범실시 하였다. 아산공장은 7개 차종이 한 라인서 혼류 생산되므로 이종 발생 가능성 차단 목적으로 [그림 12]의 스마트워치에 3가지 항목 즉 차종, 부품명, 세부정보가 표시된다. 작업자는 모니터를 미처 못 보더라도 시계를 통해 정확한 부품 장착을 할 수 있어 이중으로 스크린 할 수 있다. 이종이 장착되면서 스마트워치가 알람을 통해서 알려준다. 이상훈 아산 공장장(전무)은 기존 1.2% 불량률에서 50% 이상 절감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팔뚝에 부착하면 불편함과 감시 우려 등으로 반발이 있었고, 현재 기술적인 문제로 중단된 상태이다.
[그림 13] 세계로봇연맹이 발표한 2013년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
출처 : 한겨레신문 재인용(2017.3.17.), IFR(세계로봇공학, 2016)
또한 신제품 투입시마다 자동화 공정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자동차 앞 유리를 사람을 들어서 끼웠으나 이제는 로봇이 들고 장착한다. 기존에는 자동차 앞뒤 좌석을 사람이 모두 끼웠으나 이제는 앞좌석은 로봇이 장착한다.
정비는 자동차 진단 장비인 OBD 커넥션에 연결하면 고장 발생 부위가 화면에 표시된다. 과거 숙련 정비공이 고장 부위를 찾고 수리하던 역할은 거의 사라졌고 모듈단위로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정비작업이 수리에서 볼트를 풀고 조이는 교체 작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전기전자제품은 PC와 같이 원격수리도 가능하다.
판매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정규직이 있으나 딜러가 늘어나고 있고 삼성전자서비스, 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은 모두 딜러 체제이다.
둘째, 외주화/별도법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핵심공정을 제외한 간접부서를 사내하도급, 파견, 아웃소싱으로 외주화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청소, 경비, 포장, 운송, 설비 보수, 영업판매, 정비 등의 간접부문이 대부분 외주화되었고 직접생산의 조립라인도 외주화 되고 있다. 최근 불법파견 등으로 논란이 되자 조립라인과 가공라인을 통째로 자회사 등 별도법인으로 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사내하도급은 노동부 고용형태 공시 자료에서 비정규직 통계가 잡히지만, 별도법인은 대부분 도급이나 파견업체에서 인력운영을 하고 있지만 소규모이고 대기업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비정규직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외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에 3교대 근무 등 장시간 노동과 일방적인 고용조정(2년마다 재고용, 11개월 근무후 재계약으로 퇴직금 기피 등)으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
셋째, 부품공급조달을 통한 먹이사슬이 고도화되고 있다.
먼저 모듈업체 중심의 관리방식이다. 모듈업체가 공장(부동산)과 설비를 투자하고 아이템까지 결정하면 인력 운영업체(파견근로)가 와서 생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비정규직 모듈공장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물류업체 중심의 관리방식이다. 주간연속2교대가 진행되면서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진 부품사들의 창고보관, 서열작업 등을 서열업체가 대신하였다. 여기서 G업 등은 명의만 빌려주고(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받는다. 서열업체 사업주가 자기 땅에 공장 짓고 설비투자하고 인원관리까지 해서, G기업 명의로 완성사에 납품한다. 완성사 물품대금에서 K기업에 수수료로 제하고 서열업체에 지급된다.
결과적으로 최종조립회사의 계열사인 모듈업체와 물류업체가 부품사의 물량을 가져가게 되므로 부품사들의 작업량이 감소되고, 중간 착취가 증가되며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다.
6. 재벌위주, 노동배제 기술혁명은 재앙
한국은 재벌위주 추격형 성장으로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진입하였다. 기존의 생산방식은 중화학 장치산업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와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이는 수직계열화로 중소기업을 종속(원청 주문대로만 생산, 납품단가 인하, 독자개발 없음)시키고 작업자의 숙련배제 자동화(모듈화, 로봇)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재벌체제의 생산방식은 장기침체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와서는 기존과 같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오른 한국 대기업은 더 이상 추격할 대상이 없다. 이제는 시장 선도자로서 파괴적 혁신(신제품)이 필요하다. 최근 추세는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빅데이터)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또한 소품종 대량생산보다는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 반영하는 다품종 맞춤형생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림 14]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그림 15]
홈 플러스
무인계산대
문제는 몇 개의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신기술, 신공정, 시스템 변화)으로, 대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높아지는데 한국의 노동자들은 노동에서 소외되고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정규직 채용은 20년째 중단된 상태이며, 자연 퇴직자 자리는 로봇 또는 외주화(비정규직)로 대체되고 있다.
미래자동차를 위한 친환경차 부품과 최신설비는 대부분 모듈공장의 종속회사, 만도헬라 등 별도법인 비정규직 공장으로 가고 있다.
회사는 신기술 도입이나 미래 전략을 세울 때 노조와 정보 공유하거나 협의하지 않는다. 다 결정한 이후 작업 공수 등만 협상할 뿐이다.
한국에서의 재벌 위주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을 배제하는 자동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재앙이 될 수 있다. 현재 도입되는 무인시스템은 디지털 혁명 수준인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분위기를 타고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림 14]와 [그림 15]를 보면 패스 푸드, 마트, 학교식당 등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줄과 아파트 관리가 무인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알바생들과 경비원들이 대폭 감원되었다.
물론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간 시스템으로, 고급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카드를 소지하고 주차장 검색대(입구)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인식되어(RFID)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면 엘리베이터가 미리 내려와 대기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 자동검색대도 이후 카드를 소지하면 아마존 고와 같은 형태로 자동결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
7. 진보진영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4차 산업혁명의 목표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고, 사회적 공익을 증진시키고,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 로봇과 인간을 분리 독일 : 로봇과 인간의 협업, 코보
1) 노동 및 중소기업 친화적 산업혁명으로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 발생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첫째,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으로 일자리를 유지·확대시켜야 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늘리며 변화된 조건에 맞게 교대제를 조절할 수 있다.
둘째, 완전 무인화가 아닌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면 생산성도 향상되고 고령화를 보완할 수 있다.
셋째, 너무 빠른 신기술 도입은 고용, 작업방식 등에서 충격이 발생하므로 이해당사자 협의를 통해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넷째, 기술의 변화로 하드웨어 부분은 감원되고, 소프트웨어 부분은 증원될 가능성이 크므로, 교육훈련과 재취업에 노조가 개입하여야 한다.
다섯째, 중소기업이 혁신주체로 설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전속계약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이 창의성 발휘할 수 있게 정부의 각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2) 경제적 풍요로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소득과 부를 재분배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생애 모든 단계에서 교육과 훈련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기본소득을 제공하도록 한다. 빠른 속도로 바뀌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실직하거나 낙오되는 패자를 위한 안전망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 필요한 재원은 공해나 임대료(토지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세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 등에 높은 세금을 물리고,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임대소득에 세금을 높이고, 지적재산권은 사회적으로 형성(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이며 사회적 공공재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특허 등에 대한 소득이 높아지므로 일정 비율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다.
3) 이해당사자 간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해당사자 거버넌스(독일 벤치마킹)는 금속노조가 제안한 산업과 고용 문제 등을 다루자는 제조산업협의회(제조발전특별법)와 유사한 지점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으로 추진되려면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작업장 공동결정제도,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확대(블록체인으로 온라인 투표 가능)로 국민 발의와 소환, 주요정책 직접투표 등을 모색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변화에 대해 러다이어트식 방식으로 찬성/반대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개입 전략을 통해 고용을 유지·확대하면서 사회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업장에서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듯이, 산별노조 또는 민주노총 차원의 산업에 대한 개입전략과 전국적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라인협상 차원의 대응이나 단위 사업장 임단협 전술을 넘어서 산업과 지역 차원의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며, 이는 산별노조의 근본 임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