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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고가도로 아래 문을 연 비콘그라운드
도심을 가로지르는 회색빛 고가도로. 어둡고 삭막하게만 느껴지던 고가도로 하부가 달라졌습니다. 쓸모 없이 방치되던 공간을 쓸모 있게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2일 정식 개장한 부산 비콘(B-Con)그라운드가 대표적입니다. 비콘그라운드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 수영고가도로 하부 공간에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복합생활문화공간입니다. 레고 블록처럼 쌓인 색색의 컨테이너가 회색빛 콘트리트 구조물 아래 어둡고 칙칙했던 공간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고가도로 아래 레고 블록 같은 컨테이가 쌓여 있다.
수영고가도로는 부산항과 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주요 도시고속도로인 번영로의 일부입니다. 부산항에서 수도권으로 물류를 운반하는 중요한 도로로 큰 역할을 하지만 고가도로 때문에 주변 지역이 단절되고 낙후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도시 재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다 고가도로 하부 공간을 활용한 문화 공간을 만들기로 했고 비콘그라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부산항을 상징하는 컨테이너로 만든 비콘그라운드.
비콘그라운드는 부산(Busan)의 'B'와 담다(Contain)의 'C'를 합쳐 만든 이름입니다. '부산의 문화와 감성을 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산 컨테이너'라는 또 다른 의미도 있어요. 부산항을 상징하는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공간이자, 매일 컨테이너 트럭이 오가는 길 아래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비콘그라운드는 총 길이1㎞, 면적 1979㎡, 2층 규모로 되어 있습니다. 총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구역마다 다른 콘셉트의 컨테이너 시설을 만날 수 있어요.
수영고가도로 아래 6개의 콘셉트로 나뉜 공간이 있다.
비콘그라운드는 부산 지하철 3호석 망미역을 중심으로 두 구간으로 나뉩니다. 1번 출구 방향에는 장애 예술인들의 작업실이자 체험 공간인 '패밀리데크'와 주민들의 사랑방,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는 '커뮤니티그라운드'가 있습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하지만 체험, 대관 등의 공간 위주라서 실제로 보고 즐길 거리는 적은 편이에요. 다만, 포토제닉한 컨테이너가 많아서 사진 찍으며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구간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비콘그라운드 안내도
비콘그라운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도가 있어서 첨부합니다. 실제 고가도로 하부를 활용하다보니 구역이 나뉘기도 하고 구역도 커서 한번에 이해가 어려웠어요. 그러나 중간중간 안내도가 잘 나와있어서 천천히 따라가며 둘러봤어요.
비콘스퀘어의 운영 사무실.
망미역 2번 출구 방향으로 비콘그라운드의 메인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망미역 사거리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 건물은 비콘그라운드의 운영 사무실로 축제, 이벤트가 열리는 비콘스퀘어의 중심입니다. 이 아래엔 비콘그라운드 전용 주차장이 있어요.
고가도로 아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만든 구조물과 시설
지난 2일 개장식 때는 플리마켓과 공연 등이 열리기도 했는데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축제, 이벤트 등 외부 행사는 당분간 축소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가도로 아래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어서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고가도로 아래 어둡고 칙칙한 공간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이따금 고가도로의 소음, 진동이 느껴지긴 했는데 그게 없었다면 고가도로 아래라는 느낌이 안 들 만큼 밝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던 비콘그라운드였어요. 밤에도 새로운 야경맛집으로 꼽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쇼핑그라운드엔 맛집, 카페, 상점이 모여 있다.
비콘스퀘어를 지나면 이어지는 쇼핑그라운드는 아마 이곳을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관심을 가지는 곳일 것 같아요. 고가도로 아래 컨테이너로 만든 쇼핑 공간이라. 맛집과 카페도 입점해서 다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쇼핑그라운드 아래엔 전용 주차장을 갖췄다.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니 주차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쇼핑그라운드 인근에 '망미단길'이라고 불리는 카페, 맛집 거리가 있어서 함께 돌아보기에도 좋은 위치고요.
쇼핑을 하며 쉴 수 있는 쇼핑 그라운드.
쇼핑그라운드라고 해서 상가 같은 개념은 아니고 다양한 브랜드의 쇼룸 개념의 매장들이 입접해있습니다. 아이디어 상품이나 사회적 기업들의 상품을 볼 수 있어요. 중간중간 쉼터도 마련돼 있고요.
색색의 컨테이너를 배경으로 포토존도 갖춰져 있다.
컬러풀한 컨테이너를 활용해서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군데군데 마련해두었더라고요.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아서 머지않아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색색의 컨테이너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비콘그라운드.
쇼핑그라운드는 빨간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여러 색의 컨테이너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간마다 다른 컨셉이 있고 안과 밖에서 보는 분위기가 달라서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 2층 오가며 비콘그라운드를 구경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1층과 2층으 오가는 계단이 군데군데 있어서 오르내리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1㎞에 달하는 공간을 1, 2층 오가며 구경하다 보면 꽤나 시간이 걸립니다.
컨테이너마다 눈길 끄는 비콘그라운드.
힘들 때쯤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카페인 충전할 수도 있고 디저트를 즐겨볼 만하고요. 중간 중간 쉬어가며 비콘그라운드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안내도를 보며 위치와 시설을 확인한다.
어디쯤 왔나 컨테이너에 설치된 안내도를 보며 중간중간 체크해볼 수도 있어요. 화장실이나 휴게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으니 편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열린 공간인 플레이그라운드.
컨테이너 아래 탁 트인 이 공간은 다양한 행사, 플리마켓, 공연 등이 열리는 '플레이그라운드'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서 사용이 가능한데 코로나19로 한동안은 큰 행사가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탁 트인 공간이 고가도로 아래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를 날려버린다.
컨테이너 대신 골조만 남겨둬서 개방감을 준 열린 공간이라서 편하게 오가는 분들이 많았어요. 고가도로 아래는 단절된 공간으로 인식되곤 했는데 사람들이 편하게 오가고 쉬는 공간으로 바뀐 게 신기하더라고요.
숲처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푸른 숲 사진으로 만든 포토월이 고가도로 아래 칙칙함을 날려주기도 하고요. 고가도로 하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웹툰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전시, 체험공간인 아트 갤러리.
청년소셜벤처기업이 입주한 파란색 컨테이너로 만든 'B소셜그라운드'를 지나면 웹툰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전시, 체험 공간인 '아트갤러리'가 나옵니다. 비콘그라운드의 마지막 구역이고요. 내부에선 작은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요. 주황색 컨테이가 회색 고가도로 아래 상큼한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아트갤러리 근처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F1963'이 있어요. F1963과 함께 비콘그라운드를 돌아보기에도 좋은 동선이랍니다. 아직 입점 준비 중인 매장이 있고 코로나로 많은 행사가 열리진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고가도로 아래서 다양한 컨테이너와 공간을 둘러보는 기분이 색달랐습니다. 국내에 수백 개의 고가도로가 있지만 하부 공간은 대부분 쓸모 없이 방치되고 있는데요. 비콘그라운드 같은 시도가 이어져 단절되고 낙후된 공간이 새롭게 변화되길 기대해봅니다.
<비콘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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