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 작가의 『문학과 영화로 만나는 아프가니스탄』(푸른사상 교양총서 19).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날로 격화되는 전쟁과 갈등의 역사적 배경과 그 전개 과정을 문학작품과 영화를 통해 만난다. 복잡다단한 현대사의 흐름 속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겪는 고난과 고통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2023년 10월 22일 간행.
■ 저자 소개
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아 등단했으며, 시집 『지는 싸움』 『등 뒤의 시간』 『귀를 접다』와 동시집 『토끼라서 고마워』, 청소년시집 『만렙을 찍을 때까지』 등을 냈다. 시 창작에 머물지 않고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1, 2) 같은 책을 쓰는 한편 우리말과 국어사전에 대한 탐구심을 바탕으로 『국어사전에서 캐낸 술 이야기』 『맹랑한 국어사전 탐방기』 『국어사전이 품지 못한 말들』 『국어사전 독립선언』 같은 책을 출간했다. 문학이 사회와 역사, 특히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르포집 『빼앗긴 노동, 빼앗길 수 없는 희망』 『돈보다 생명을 향해 달려온 사람들』을 집필했으며, 그런 인식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살펴보도록 이끌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우리가 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를 궁금하게 여기며 알려고 애써야 할까? 그건 아프가니스탄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고, 그보다 훨씬 많은 난민이 발생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인간의 존엄이 가장 위협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인류애까지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그게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당장 그들을 구원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을 내올 수는 없더라도 수천 킬로 수만 킬로 떨어진 먼 나라에서도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들을 간직하고 나누려는 노력들이 작지만 소중한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일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 책 속으로
소설의 마무리 대목을 읽으며 제목이 ‘흙과 재’라는 사실을 아프게 곱씹는다. 흙, 다시 말해 대지는 생명의 근원이자 모든 인류의 어머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런 흙 위에 재만 쌓여간다. 아프가니스탄의 대지가 언젠가는 새로운 꽃들을 피워 올리고 새들이 찾아드는 곳으로 변할 수 있을까? 다스타기르가 잿빛 흙을 입안에 넣는 건 그런 소망을 표출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 동안 막막한 슬픔과 늙은 할아버지의 흐느낌이 줄곧 따라 나왔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1990년대 초반에 상영된 국내 영화의 제목인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가 생각났다. 잘라도 잘라도 잘려 나가지 않을 슬픔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47~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