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부인 제 9 회
기흥대가 본국으로 돌아가 호제에게 돌아왔음을 아뢰니
호제가 물어 가로되,
“이번에 조선에 나아간 일은 어찌 되었느냐?”
기흥대가 아뢰기를,
“소녀가 이번에 명을 받들어 큰 일을 치루기 위하여 만리 타국에 갔었사오나 성사는 고사하고 만고에 대적할 사람이 없는 영웅 박씨를 만나 목숨을 건지지 못하고 고국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다른 나라의 원혼이 되었을텐데 소녀가 손이 발이되도록 애걸하여 빌었더니 오히려 용서하여 살려보내오며 이를기를, 폐하에게 욕이 되오며 도리어 엉뚱한 뜻을 가졌으니 또한 금수로 불리워져, 언변이 정직하며 깊히 나무라더이다.”
하고 그동안 지내온 일들을 아뢰니 호제가 크게 노하여 말하되,
“너 따위가 부질없이 나아가 성사는 고사하고 묘책만 일러주고 왔으니 어찌 분하지 않겠느냐?”
하고 또한 귀비를 불러 말하되,
“이제 기흥대가 조선에 들어가서 신인과 명장을 살해하지 못하고 짐에게 욕만 미치게 하였으니 어지 분하지 아니하며, 조선을 넘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분한 마음을 어디가서 풀 것인가?”
하므로 귀비가 또 아뢰되,
“ 또 한가지 묘책이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그대로 행하여 보시옵소서.”
호제가 말하되,
“무슨 묘책이 있느냐?”
귀비가 아뢰되,
“조선국에 비록 신인과 명장이 있다 하오나 또한 간신이 있삽기로 신이의 말을 듣지 아니하며, 명장을 쓸 줄을 모르오니 폐하가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치시되, 남쪽으로 육로에 나아가치시지 말고 동쪽으로 백두산을 넘어 함경도를 거쳐 장안 동문으로 쳐들어가시면 미처 막지 못하여 함락하시기 쉬울 것이옵니다.”
호제가 듣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한유와 용울대에게 명하여,
“군사 십만을 모아 귀비의 지휘대로 행군하되 동쪽으로 백두산을 넘어 곧장 조선의 북로로 내려가 장안의 동문으로 쳐들어가 여차여차 하라.”
귀비가 또 이르되,
“그대는 행군하여 조선에 들어가는 즉시 날쎈 군사를 의주와 경성 장안으로 통하는 길목에 배치시켜 소식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고 아울러 장안에 들어가거든 우의정 집 뒤뜰을 침범하지 말라, 그 집 뒤뜰에는 피화당이 있고 뒤뜰 초당 앞뒤 좌우에는 신기한 나무가 울창할 터인즉, 그 wql 뒤뜰에 들어간다면 성공은 커녕 목숨을 보졶하지 못하여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니 부디 명심하여 유의하도록 하라.”
두 장군이 시킴을 듣고 십만 대군을 이끌어 동쪽으로 행군하여 동해로 건너 곧장 장안으로 향하려고 백두산을 넘어 함경도 북로로 내려오면서 봉화를 끊고 물밀 듯 쳐들어오니 수천리 떨어진 서울에서는 아무도 아는이가 없었다.
이 때에, 충렬부인이 피화당에 앉아 있다가 문득 천기를 보고는 크게 놀라 황급히 상공을 청하여 이르되,
“북쪽 도적들이 쳐들어 내려와 조선 땅으로 들어오고 있사오니 의주 부윤 임경업을 조속히 부르시어 군사를 합하여 동으로 쳐들어오는 도적을 막아내게 하소서.”
승상이 크게 놀라 말하기를,
“나의 생각으로는 우리 나라에 도적이 침입하여 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북쪽의 도적일진데 의주로부터 침범할 것인데, 만약 의주 부윤을 불러 온다면 북쪽을 비워 두었다가 호적이 북쪽을 빼앗으면 무엇보다 위태하거늘 부인께서는 무슨 연유로 염려하지 아나하고 동쪽을 막으라 하시오?”
부인이 가로되,
“호적이 간교가 많사와 북으로 침입해 오면 임장군이 있기에 이를 두려워 하여 의주는 감히 쳐들어오지 못하고 백두산을 넘어 북로를 쫒아 동대문을 부수고 들어와 장안을 쑥밭으로 만들 것이오니 어찌 분하지 않으오리가? 첨의 말을 헛되게 듣지 마시옵고 급히 상감께 아뢰어 막아내도록 하시옵소서.”
승상이 듣고 난 후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급히 궐내로 들어가 부인이 일러 준대로 낱낱이 아뢰니, 상감게서 들으시고 크게 놀라시며 만조백관을 모아 의논하시는데, 자의정 원두표가 아뢰기를,
“북적이 꾀가 많사오니 의주부윤 임경업을 불러들여 동쪽으로 오는 도적을 막아내게 한이 옳은 줄로 아뢰오,
의견이 분분하여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어 아뢰되,
“좌의정이 아뢰시는 말씀은 지극히 불가하온 줄로 아옵니다. 북적이 경업에게 패하였사온데 무슨 힘이 있어 우리나라를 넘보며, 군사를 이르킨다 하더라도 반드시 의주를 거쳐 들어올 것인즉 만약에 의주를 비워두고 동쪽을 지키게 하오시면 도적이 의주를 엄숩할 것이오니 가장 위태로울 것이라, 국가 존망이 순간에 있삽거늘 어지 요망한 계집의 말을 들어 망녕되이 동쪽을 막으라 하시오니 어찌 신명과 지혜 있다 하오리이까? 이는 반드시 나라를 해치고자 함이오니 부디 살피소서.”
상감이 말하기를,
“박씨의 신명함이 사람의 지혜를 초월하는지라 짐이 이미 겪어 본 즉 있거늘 어이 요망하다 하겠는가? 그 말을 따라 동쪽을 방비함이 가한 줄로 아도다.”
하니 그 사람이 대답하여 가로되,
“지금 화평하여 풍년이 들고 국태민안하여 백성들이 격양가를 부르고 있사온데 이같은 태평세계에 요망한 계집의 말을 꺼내어 나라를 놀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곧 민심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오니 폐하께옵서는 이러한 요망한 말씀을 들으사 깊히 근심하신 나머지 나랏일을 살피지 아니하시오니 신은 우너하옵건대 이 요망한 사람을 먼저 국법으로 다스려 민심을 수습하도록 하시옵소서.” 하며
왕면으 한사코 막으니, 모두가 바라보니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영의정 김자점이었다. 소인을 가까이 하고 군자를 멀리하여 나랏일을 제 마음 내키는대로 하는지라 이와같은 소인이 나라를 망하게 하려하니 조정에 모인 모든 신하들이 그 권세를 두려워하여 말을 못하고 있었다. 고이 이에 대들지 못하여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상세히 이야기하니, 부인이 듣고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하기를,
“슬프오이다. 국운이 불행하여 이와같은 소인배를 인재라 하여 조정에 들였다가 나라를 망하게 하니 어찌 비통하지 않으리요? 머지않아 도적이 장안으로 쳐들어 올 것이니 신하된 도리로서 나라가 망하는 꼴을 차마 어찌 보고 있으리오? 상공께옵서는 비간의 충성을 효칙하시어 사직을 지키시옵소서.”
하고 큰 소리로 통곡을 하니 공이 듣고 난 후에 의분이 복받쳐 올라와 슬퍼하고 한탄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고 대궐로 들어가니 이 때는 바햐흐로 병자년 섣달 그믐날이었다. 호적이 동대문을 부수고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니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는지라 백성의 참혹한 모습은 글로써 기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적장이 군사를 호령하여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니 그 주검이 태산 같고 그 피가 흘러 내가 되었다.
상감이 이 때를 맞이하여 황황이기 그지없어 어지할 줄 모르사 모든 신하들을 모아놓고 의논하여 가로되,
“이제 도적이 성 안에 가득하여 백성을 마구 죽이니 나라가 위태함이 눈앞에 있는지라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꼬?”
하시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니, 우릐정 이시백이 아뢰되,
“이젠, 사태가 급하오니 남한산성으로 파천하시는 것이 좋은 즐로 아옵니다.”
상감이 옳게 여기시사 곧장 옥가마를 타시고 남문으로 빠져나와 남한산성으로 나아가시는데, 앞쪽으로 한 줄기 군사가 달려와 좌충우돌하므로 상감이 크게 놀라 가로되,
“이 적을 어느 누가 물리치리오?”
하시니 우의정이 말을 내몰아 가로되,
“신이 이 적을 무찌르겠나이다.”
하고 창을 빼어들고 말을 달여 일격에 무찌르고 임금이 타신 옥가마를 모셔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이때, 호나라 장수 한유와 요울대는 십만 대군을 이끌고 곧장 장안을 빼앗아 들어와 들어와 대궐로 들어가니 대궐이 모두 텅 비어 있는지라 남한산성으로 달려가 성을 에워싸고 부딪히는지라 여러 날 동안 임금과 신하가 성 안에 갇히어 위태로움이 조석에 있었다.
이때, 충렬부인 박씨는 일가친척을 피화당으로 모아 지내게 하였는데, 전란을 당하여 피난하던 부인들이 용골대가 장안에서 갖가지 물건과 미인을 수탐한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도망치려 하므로, 부인이 그 행동을 보고는 모든 부인을 위로하여 가로되,
“이제는 조적이 곳곳에 있사오니 부질없이 왔다 갔다 하지 마시옵소서.”
하니 모든 부인들이 반신반의 하였다. 이 때 호장 용골대가 군사 백여명을 이끌고 장안 곳곳을 다니며 수색하더니 한 집을 발견하여 바라보니 깨끗한 초당이 있고 앞뒤 좌우에 수목이 울창한 가운데 수많은 여자들이 있는지라 용골대가 좌우를 살펴보니 나무마다 용과 범이 되어 서로 수미를 맞대어 가지마다 새와 뱀이되어 변화가 무쌍하고 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그러나 용골대는 부인의 신명함을 모르고 피화당에 있는 재물과 여자들을 겁취하고자 급히 들어서니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검은 구름이 일어나며 번개와 벼락이 천지를 진동하더니 울창한 수목이 변하여 무수한 갑병이되어 전점 둘러싸고 가지와 잎은 창검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놀라게 하는지라 용골대는 그때에야 그곳이 우의정 이시백의 집인 줄 일고는 크게 놀라 도망치고자 하는데 갑자기 피화당이 변화하여 첩첩산중이 되었다.
첫댓글 또 다음 회가 기다려 집니다
내일을 기다립니다
감사 합니다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