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개요
- 언 제 : 2021. 12. 10(금)
- 누 가 : ‘그그들’ 4명
- 어 디 : 예산나들이 / 충남 예산군 예산읍, 덕산면 일원
- 날 씨 : 흐림
- 여 정 : 백종원국밥거리 – 향천사 – 수덕사
* ‘송강석’대장 시집발간기념회
나들이여정(앨범)
예산나들이
가는 세월이 아쉬워서인지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12월도 벌써 중순으로 치닫네요.
한 장 남아 달랑거리는 달력을 보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역병이 청정지역(?) 계룡까지 퍼져 피신 차 ‘예산(禮山)’으로 나들이 갑니다. ㅎ
충남 중북부에 자리한 예산은 일찍부터 예절의 고장이었습니다.
중앙부에 넓은 예당평야(禮唐平野)가 있어 60년대 중반엔 인구가 18만이 넘었다는데, 지금은 약 78,000여명이라니 이곳도 인구문제가 심각하군요.
수덕사와 덕산온천이 유명하고, 추사 ‘김정희’고택과 ‘윤봉길’의사의 생가도 있습니다.
사과와 한우의 고장 예산에서 오늘 우리가 찜한 곳은 백종원거리가 있는 장터와 고찰 향천사, 그리고 한국고건축박물관입니다.
옛것에는 역사만큼이나 깊은 따스함과 향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초겨울 소풍길입니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추억 찾아 떠나는 마음은 즐겁습니다.
오찬(장터국밥)
구진 날씨에도 시장은 역동적입니다.
비가 그치자 곳곳마다 시끌벅적합니다.
조금 이르지만, 일단 식후경(食後景)입니다.
백종원 등신대(等身大)가 서있는 60년 전통의 ‘장터국밥집’을 찾아갑니다.
넉넉해 보이는 할머니인상도 좋습니다.
소뼈로 충분히 우려낸 육수에 양념을 넣고, 잘 삶아낸 소머리고기를 얹은 국밥입니다.
건더기가 많은 편인데도, 작심하고 수육까지 시켰더니 양이 꽤 많았습니다.
푸짐하게 쌓아 내놓는 삶아낸 수육 모양새도 예쁩니다.
얇게 썰어 접시에 붙이듯(?) 내놓는 도회지와는 다릅니다.
두껍게 썰어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에다 냄새까지 1도 없으니 꾼들이 찾을 만도 하겠네요.
밥을 넣고 말아 싸악 해치웠더니, 배꼽이 한껏 벌어졌습니다.
맛도 좋은데다가 막초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입니다.
예산8미(禮山八味)중 6미인 장터국밥은 푸짐하고 가격도 착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백종원거리
가던 날이 장날(5일, 10일)입니다.
배도 불렸으니, 우선 장돌뱅이 흉내부터 내볼까요. ㅎ
국화, 국밥, 국수를 즐길 수 있는 삼국축제가 가을에 열리는 곳입니다.
아름다운 국화를 구경하고, 맛있는 장터국밥도 먹으며, 지역특산품인 예산국수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축제입니다.
진즉부터 함 와보고 싶었지만 분하게도 또 놓쳤는데요, 아쉬움에 한 바퀴 돌아봅니다.
백종원국밥거리 -.
예상대로 국밥집들이 많은데, ‘The born korea’ 대표이기도한 ‘백’씨가 컨설팅을 통해 기존 국밥의 질을 한껏 높였다는 평입니다.
애향심 강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군(郡)에 아이디어를 제시해 자신 이름을 붙여 조성했다는데, 전통장터와 연계한 게 특이합니다.
옛 추억이 떠오르는 시장풍경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따뜻한 호떡 한쪽에도 훈훈함이 넘칩니다.
길게 늘어뜨려 화사하게 반짝이는 국수발이 참 곱네요.
‘골목식당’ TV프로에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던 ‘골목양조장’도 찾아봤습니다.
[모유(母乳)와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
아기들이 모유로 커 가듯이 막걸리는 노인들의 젖줄이다]
옛날 어느 재상의 막걸리 예찬론이 생각나 한잔 해보고도 싶지만, 아쉽게도 오후에 점방을 여네요. ㅋ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에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향천사
가을이 지나기 전에 찾고 싶었던 금오산(金烏山) ‘향천사(香泉寺)’입니다.
때가 지났지만, 예까지 왔으니 함 들려야죠.
도심에서 2km 쯤 떨어져 있지만, 마치 깊은 산중에 있는 사찰 같습니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기로 소문난 절답게 담백하고 고졸(古拙)한 공간미와 더불어 오래된 느티나무가 도심소음을 차단해줍니다.
백제의 국운이 다할 무렵인 의자왕 10년(650년)에 의각스님이 세웠답니다.
중국산(?) 부처님을 배에 싣고 오산현 ‘불포’해안에 도착하여 절터자리를 찾을 때 금 까마귀 한 쌍이 날아와 길을 인도해준 곳에 절터를 잡았는데, 기이하게도 향내가 그윽하여 ‘금오산(金烏山) 향천사(香泉寺)’라 지었답니다.
비에 젖은 극락전이 향기를 뿜어냅니다.
나한전 앞의 9층 석탑(충남문화재자료 174호)은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때 망가졌다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죽(烏竹)도 있는데, 강릉 오죽헌보다 더 검다고 하네요.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에도 향기가 배어있는 듯합니다.
이름값답게 넓은 뜨락 어디에도 지저분한 곳이 없습니다.
봄에는 백일홍이 붉게 핀 천불전이 아름답고, 가을엔 단풍이 향천사일대를 붉게 물들여 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답니다.
오랜만에 대하는 참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초겨울의 고찰
묵직한 겨울풍경에 이끌려 조금씩 걸어봅니다.
작은 개울 하나를 건너자 1,516불(佛)이 봉안되어있다는 천불전(충남문화재자료 173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옛날엔 옥돌로 만든 부처님이 꽤 많았는데, 하나둘씩 도둑놈 손잡고 절집을 떠나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는군요. ㅎ
신랑 점쳤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천불전에 들어서서 맨 처음 눈이 맞은 부처님으로부터 자기 나이 수만큼 세어 대면한 부처님을 신랑감 얼굴로 여겼답니다.
작은 현판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휴당(大休堂)’ -.
금오산줄기에 감싸진 아담한 담장이 빙 둘러쳐져 그야말로 ‘크게 쉬기’에 안성맞춤인 선원(禪院)입니다.
[기식곤래면(飢食困來眠) /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선시(禪詩)를 많이 쓴 백운스님이 남긴 말로 모든 걸 쉰 상태에서 정진한다는 뜻이라네요.
잘 쉰다는 것은 그야말로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요?
수채화 같은 풍경이 멍 때리기 안성맞춤입니다.
이끼 낀 부도에서 흐르는 세월을 봅니다.
공평하게도 스님들은 모두 돌덩어리 하나만을 남기고 떠났네요.
지난 가을 ‘노태우’대통령에 이은 ‘전두환’대통령 별세소식에, 잠시 그 시대가 생각났습니다.
떵떵거리며 살았어도 모든 인간들은 그렇게 풍경의 침묵처럼 사라집니다.
온통 나라를 갈라치기 해놓고선 자화자찬만 늘어놓는 위정자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대선정국으로 나라가 바람 잘날 없습니다.
너나없이 깨어있어야 할 때인데요, 어쩜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수덕사
우리나라 전통건축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韓國古建築博物館)’이 덕산에 있다기에 찾았더니, 오매~ 여기도 코로나가 훼방을 놓네요.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인 ‘전흥수’ 대목장(大木匠)의 혼(魂)이 담겼다는 평인데, 아쉽습니다.
할 수없이 발길을 ‘수덕사(修德寺)’로 돌립니다.
작금 사찰들이 돈 냄새만 풍긴다고 빈정대는 이들도 있지만, 소박함에 우아함까지 더해진 대웅전이 있는 수덕사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수덕사는 ‘수덕’각시에 반한 ‘정혜’청년의 창건설화가 전하듯 사랑이야기가 많습니다.
목사 딸로 태어나 변화무쌍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한국최초 여류시인 ‘김일엽’ -.
파란만장한 32년 속세 삶을 접고 1928년 불가에 귀의하여 ‘글 또한 망상의 근원이다’는 스승 만공선사의 질타를 받아들여 붓마저 꺾습니다.
이혼의 아픔을 안은 동갑내기 친구 ‘나혜석’이 수덕사의 여승이 된 ‘일엽’을 찾아와 이곳 수덕여관에서 여장을 풀고 중이 되겠다고 만공스님에게 간청합니다.
허나 무려 일곱 남자와 통정한 ‘김일엽’은 받아줬으면서도 ‘나혜석’은 애욕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걷다가 속세로 나와 따끈한 커피 한잔과 마주합니다.
오후 햇살이 스산함을 뚫고 창가에 내려앉습니다.
발가벗은 나목의 고요한 묵상, 그리고 나이테를 그을수록 차갑게 식어가는 소망의 언저리 -.
외로움이 흩날리는 낙엽 속에서도 내일을 꿈꿉니다.
만찬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계룡에서 저녁 식사하려는 착한 시민들입니다. ㅎ
물 회 찾아 몇 번 들렸던 ‘자갈치’횟집입니다.
늙어가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여울목’회장님을 불러냅니다.
싱싱한 생선회 사이로 얼큰하고 따뜻한 국물이 스며듭니다.
주거니 받거니...
옛날이야기깨나 소환해냅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도 몽땅 끄집어내어 씹어댑니다. ㅋ
지갑이 가벼워져도, 좋은 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늘 행복합니다.
시집발간기념회
멋쟁이 수요산악회 ‘송 강석’대장께서 시집을 냈다는 소식입니다.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수작부리는(^^) 카페 ‘퀼트 & 수작’을 찾아갑니다. ㅎ
창문 밖으로 산 아래 풍경이 예쁘게 펼쳐지는 카페라는데, 밤이라서 아쉽네요.
들어서자마자 작품들이 쫙~, 와 Gallery에 온 느낌입니다.
Quilt는 겉감과 안감사이에 솜이나 모사 등을 넣고 바느질하여 누빈 형태라는데, 깔끔한 분위기로 장식한 작품들이 한국적 느낌을 풍깁니다.
‘사람의 향기’ -.
‘송 강석’대장의 시집 Title인데요,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언제 요로코롬 준비했을까요?
시(詩)는 그 사람의 마음입니다.
삶을 통해 느끼고 체험한 따뜻하고 정겨운 것들을 주옥같이 담아냈다는 평입니다.
오늘을 계기로 더욱 왕성한 활약상을 기대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뜸했던 산우들을 만나 행복했고, 시낭송과 라이브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네요.
멋쟁이 ‘송 강석’ -.
파이팅~! (언제 원수를 꼭 갚아야지~ ㅎ)
에필로그
시(詩)가 있는 초겨울 밤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에 낙엽이 차입니다.
한 곡조 흥얼거리며 터덜터덜 걷습니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의 사이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요.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좋은 날엔 시인의 눈빛 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
아름다운 사연들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
뚜루루루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소리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곰삭고 풍미 가득한 밥상이 그리우면, 또 떠나겠죠.
토욜(12. 11)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예산나들이 기행문과 송강석 시인 시집 발간기념회 소식을 갯바위님 덕분에
잘 감상했습니다. 참고로 예산은 저의 출생지로서 비록 두살때 까지 살고
서산에서 성장해 기억엔 없지만 늘 아련했는데 이렇게 소상히 소개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필력은 여전하시니 향후 김형석 교수님을 능가하시리라 기대됩니다.
예산과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올만에 만나 반가웠습니다. (뒷 담화 좀 나눠야 하는데, 일행들의 재촉으로 아쉬웠습니다 ㅎ)
역병이 물러서는 날을 학수고대합니다.
늘 건승하시길~♡
자문님들의 깜짝 방문에 감동이였어요~~
감사드리고 더 정진하겠습니다.
변함 없는 매혹적(^^) 미소에 기(氣) 좀 받았습니다.
역시 멋쟁이입니다.
반가운 산우들과의 만남인지라 수다 좀 떨고 헤어져야는데, 지금도 아쉽습니다. ㅎ
'태양'님도 잘 계시죠?
유익한 송구영신되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