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場(난장)의 어원
조선 영조 때 권업 상소문에 최초 등장…과거시험장 어지럽힌다는 뜻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공화국 대통령이 공식 방한하여 정상 회담 후 오찬에서 “우리 키르기스 국민은 한국 국민을 모범으로 삼아 자유를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한국의 민주주의를 배우려 국회 본회의장을 찾았으나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고 급기야는 정회가 선포된 난장(亂場)판을 보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고 한다.?위 난장의 ‘장’은 본래는 과거시험장(科擧試驗場)의 준말이었다. 亂場은 한국의 고전 용어로 조선 영조 때(1725) 우윤 권업의 상소문에 최초로 보인다.
“유생의 무리가 기어이 과거를 폐지시키고자 소를 올리고 마침내는 소란을 일으켜 과장(科場)을 파하기에 이르러, 시험 장소에서 소란을 피운 유생 일부를 붙잡아 가두고 급히 보고하였기에, 신이 낱낱이 장계로 아뢰고 처분을 앙청했었습니다. 그때 수찬 홍만우가 亂場의 원인은 마음대로 빼버리고 소를 올린 일만 중시하여 신을 모함함이 매우 위태롭고 두렵게 하였습니다.”?이처럼 亂場의 최초 의미는 과거시험장을 어지럽힘이었다. 즉, 亂은 타동사이고 場은 목적어였다. 당시 亂場의 결과는 과장을 파하게 만든 것이었는데 묘하게도 이번 국회 본회의장을 파하게 한 난장판과 유사하다.
지금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亂場에 대해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 곳”이라 하고 있는데 왜곡이다. 그걸 읽는 이들은 전국 선비들이 한군데에 모여 온갖 사투리에 왁자지껄한 모습을 연상할 텐데, “일부 선비의 무리가 파장 등을 목적으로 과거시험장을 어지럽힘”이라 해야 적절할 것이다.
그 무리들은 어찌 보면 불교에 나오는 아수라(阿修羅)와 같은 전문 싸움꾼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는 곳은 아수라장이 된다.?엿장수 가위치고 “골라골라” 하는 왁자지껄한 모습의 ‘난장’은 위 난장과는 다른 말로, 한군데에 난전(亂廛)을 벌여놓고 서는 장의 줄임말이다. 요즘의 ‘난장 공연’, ‘미아리 난장 축제’라는 말에서의 난장이 바로 그것이다.?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나라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국회의 난장판을 영구히 종식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당에서 공천을 주는 제도를 없애고 공천권을 지역구민들에게 돌려주면 깡패도 신사가 될 것이라는 김창준 前美 연방 하원의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