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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등반 (8월 13-15일)
이번 설악산 등반은 창진이가 재준네로 점심을 하러 갔다
여름 휴가를 얘기하다가 2박3일로 어디든 갔다 오자고 해서 창진이가
얼씨구나 하고 그전부터 도전 해 보고 싶던 대청봉 및 공룡능선 거기다가
울산바위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코스로 잡았답니다.
대청봉을 나 개인적으로는 4번 올라 이번에 5번째 등반이 되고,
그 뒤 이어지는 산행은 초행이라 설레이기도 하지만 은근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산장(중청, 희운각, 비선대) 예약은 만원이라,
아직까지 한번도 비박(텐트치고 자는 것)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창진이가 다 준비한다니
믿고 따를 수 밖에.
우리 등반을 위해(순전히 내 생각이니 오해 없으시길), 금주 정기산행도 쉰다고
하니, 계산회의 명예를 생각해서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갈거냐는 물음에 얼떨결에 “응”이라 대답하여 가게됬고,
동훈이 근수중에 함께 갈 사람을 확인하던중 근수가 쾌히 간다고 하니 4사람
한팀이 구성 됬습니다.
이런 야영 등반이 처음이라 늘 통상갖고 다니는 배낭등 장비로는 안 될 것 같아
정환에게 부탁하여 영동교 북단에 위치한 등산 용품점에 가서 큼직한 배낭과
비상식량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지만, 꼼꼼하지는 못했습니다.
창진이가 경험이 많으니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창진, 근수 와 나는 수요산행으로 어느정도 장거리 힘든 산행에 적응이
되 있지만 재준이가 어떨지?
일단 동서울 버스 터미널에서 6시20분에 만나 6시35분 임시 배차된 버스로 한계령으로
출발 하였습니다. 각자 준비해온 배낭의 무게와 부피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설악산이 바위산이라서 도중에 물을 공급받기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충분한 물을 갖고 가려니 더욱더 무거워 집니다.
창진이가 자동차 사고와 수술등으로 속도가 영 예전만 못해,
나 개인적으로는 창진이 페이스에 맞추면 별로 힘들지 않게 갔다 올수가 있다고 생각
했고 재준이와 근수도 따라 갈 수 있겠다 하여,
선두 창진, 재준 근수 그리고 내가 말미에서 쫓아 가는 행대를 이루었습니다.
출발하기전에 재준이 휴대폰 분실로 당황도 했지만, 다행이 곧바로 찾게되어
힘차게 출발 했습니다.
산악회 사진사 2명이 가니 사진은 푸짐하게 찍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한계령에서 중청까지 6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재준이가 쥐가나고 후반부에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많이 늦어 졌습니다.
이번 산행은 힘 들 것으로 예상하고, 환갑때 선물 받아 고히 모셔 놨던 레키 스틱 한쌍을
들고 나섰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중청 대청을 지나 희운각 근처에서 텐트를 칠 예정이었으나, 너무 늦고 지쳐서
중청대피소 근처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칩니다.
외아들 근수와 장손인 나는 텐트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 했습니다.
창진이와 재준이가 끙끙대면서 쳤습니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하어 비닐카버 까지 준비해 와서, 세찬 비 바람에 날러 가지 않도록 꽁꽁 묶어 완성을 했습니다.
일단 텐트내에 네명이 둘러 앉으니 따뜻하고 한기가 가십니다.
우선 번갈아 가며,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재준이가 준비해온 버너로 라면 끓이고,
근수가 씻어온 쌀로 밥을 지어, 허기를 채우니, 살 만 했으나,
밖에는 끊임 없는 세찬 비바람 소리에 혹시라고 텐트가 날라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어느정도 허기 와 온기를 채우니, 바깥으로는 비바람이 쳐서 나가질 못해, 둘러 앉아
고스톱으로 손을 맞추어 봅니다. 누가 땃을까 알아 맞추어 보세요.
다음날을 위해 10시 반까지만 치고, 잠들을 청합니다.
재준이 위쪽 창진 나 그리고 근수 순으로 자리를 잡아 봅니다.
재준이 위쪽이 빗물이 스며들어 침낭을 준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축축하다고 끙끙대고,
바닥에 튀어나온 돌맹이를 원망하면서 뒤치적 거립니다.
창진이는 턱허니 발을 나한테로 올리고, 근수는 비좁은 공간에서 안절 부절 뒤치적 거리며
자는둥 마는둥 바깥 바람소리가 꿈인지 생시인지 오락가락하면서 간간히 들리는
코고는 소리, 그중에도 헤드라이트 키고 우비입고 오가는 등산객들 소리에 잠이 깨기도 하고.....
지금은 추억이된 장수대를 통해 12 선녀탕으로 넘어 올때, 뒤 쳐진 사람들 때문에 다시
뛰쳐 올라가던 기억중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문득문득 하늘을 올려 쳐다 봤을때 보이던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던 별들과 은하수 그 아련한 추억이야 나만이 홀록 간직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 하늘을 볼 것을 기대 했지만,
그별과 은하수대신 이 첫째 밤은 비 바람으로 새로운 추억을 쌓아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천근 만근입니다.
우선 뜨뜻한 라면국물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한 사람씩 짐을 다시 꾸린다음,
텐트를 걷고, 새로운 산행을 준비한후,
어제 늦어서 올라가지 못했던 대청봉 인증 샷을 위해 올라갑니다.
중청산장에서 잔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가 줄을 서서 사진들을 찍는데 짙은 안개와 바람으로
주변 풍광은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중청으로 내려와, 간단히 양치하고 가다듬은후, 다음 목적지인 희운각으로 출발합니다.
계획은 희운각에서 둘째날 비박을 위해 충분한 물을 준비해서 채운후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에서 텐트치고 자고 셋째날 울산바위로 내려오는 코스였습니다.
중청을 떠나 소청을 지나 희운각으로 가는 길이 가파르게 내려갑니다.
재준이 쥐 난 것은 극복을 한 것 같은데, 서서히 근수가 힘들어 합니다.
뒤에서 좇아 가는데, 점점 더 힘들어 하면서 발걸음이 더뎌 집니다.
내려가는 것이라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갈수록 더 힘들어 하는 것이, 오늘 산행 어렵겠구나하고 문득 스칩니다. 아마도 불편한 잠자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인 것 같습니다.
가까스로 희운각에 도착해서 근수가 힘들어하니 그냥 내려가자고 의견을 모아 봅니다.
희운각에서 설악동까지도 통상 3시간 거리인데 5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론은 근수, 재준이는 내려가고,
창진이와 나는 계획데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렇게 두팀으로 나뉘어 창진이와 나는 공룡능선으로 치고 올라 갔습니다.
어제 짐에다가 물을 더 보충하고, 근수가 졌던 텐트 폴대와 바닥 깔개 그리고 비에 젖은
비닐 카버, 무게가 천근 만근인데, 스틱이 큰 힘이 되어 줍니다.
넘어야 할 봉우리는 창진이 등반기를 참조하시고 우리의 조망을 좋게하려고 출발시에는
해가 반짝 나서, 앞 뒤 옆으로 어우러지는 능선과 계곡 그리고 봉우리와 기암괴석
그것들을 풍성케하는 푸른 하늘 흰 구름 그리고 세찬 바람을 버티어 내고 바위 틈으로부터
자리 잡은 나무들...
한고개 한고개 넘어 갈때마다 새로 펼쳐 지는 장관에 감탄하며 중간 지점인 1274 봉인가 하는 곳에 다다릅니다. 이곳이 공룡능선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는 군요.
힘들게 올라온 창진이가 허기가 진다며 햇반과 깻잎통조림을 맛있게 먹습니다.
나는 희운각에서 즉석비빔밥등으로 요기를 해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양갱과 쵸코파이로
간단히 기운을 회복합니다.
아무래도 근수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봅니다. 잘 통화가 되지 않네요.
이제부터는 우리가 비박하기로 한 마등령으로 출발합니다. 아직 그곳까지 2-3시간 더 가야 한답니다. 해가 서서이 기울어 지며 다시 날씨가 심술을 부리며 비 바람을 몰고 옵니다.
이 비바람중에 다시 텐트치고 하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창진이에게 랜턴도 있으니
곧장 내려가 속초에서 먼저간 재준이 근수와 맛있는 생선구이 먹는것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더니, 창진이가 머뭇머뭇 승낙을 합니다. 어차피 공룡능선이 주 타겟이었으니까요.
설악동에서 희운각 공룡능선 마등령 비선대 를 뺑 돌아오는데 통상 9 시간이 걸리고
조금 쳐진 사람들은 10시간 이상도 걸린다고, 그곳 토박이 등산객 한사람이 알려 줍니다.
열심히 통화 가능한 지점을 찾아 재준이 근수와 통화 하여 속초에서 기다리라고 하려고 했는데 간신히 통화가 됬을 때는 이미 속초에 도착해서 버스예약 까지 됬다하여 아쉽지만
먼저 올라 가라고 하였습니다.
비바람이 스쳐가듯 지나가고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데 창진이가 이상해 집니다.
걸어 가면서 토하기 시작하네요. 힘이 부쳐서인가 아니면 아까 먹은 햇반과 깻잎이 문제인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서 간신이 마등령에 도착합니다.
마등령에 앉아 쉬면서 마신 물을 다시 토해 냅니다.
예정데로 라면 이곳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자야 했지만 속초에가서 편하게 쉬기로 했으니
내려가긴 가는데, 창진이 때문에 걱정이 되는군요.
마등령 정상 그곳에서 통영에서 온 부자를 만났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과 50대 초반 아버지 그리고 삼촌이 왔는데, 등반 코스는 새벽부터
오색-대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이랍니다.
아버지가 무리를 하여 무릎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어 아들이 함께하면서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 가고 있었고, 삼촌은 오색에 둔 차를 설악동으로 끌고 오기 위해 먼저 내려 갔다고 합니다.
오색에서 대청까지 얼마나 걸렸냐고 물으니, 3시간 반 걸렸다고 하더군요.
아.. 무리했구나 아들앞에서 힘찬 아버지 모습을 보여주려다 무릎에 무리가 갔구나.
벌써 탈진 상태인데 물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우리가 비박들 하지 않기로 했으니 물이 여유가 있어 충분히 나누어 주고,
이 부자와 우리 팀간의 고난의 하산길이 시작됩니다.
무릎 보다는 복통이 나을 것 같았으나, 갈수록 창진이가 힘들어 합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가 2-3시간 하산길이고 비선대에서 설악동까지 가 3km.
조금 걸어 내려가니 어둠이 짙게 깔려 랜턴을 켭니다.
창진이의 토사가 점점 심해지고 모든 것을 토해 냅니다.
토하고는 몸이 가벼워졌다며 열심히 내려갑니다. 하지만 갈수록 탈진되는지 속도가 느려지고, 통영 부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가는데 끝은 안보이고
어느새 둥근 달이 구름 사이를 들락날락 거립니다.
그 힘든 가운데서도 온 힘을 다해 내려가는 창진이가 경외로웠습니다.
스텝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구호도 해주고 하지만 무거운 짐 때문에 쓰러질 것 같아,
텐트를 지여 줍니다.
그래도 갈수록 쉬는 빈도가 많아지고 길어 집니다.
통영부자의 속도도 우리와 비슷하고,
그 힘들어 하는 모습에 안타까워 하면서도 어떻게든 비선대까지는 내려가서 쉬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힘을 북돋웁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내려가는 창진이가 고맙기도 하고,
바위산이라 완전히 돌 밭입니다.
짐을 덜어주기 위해 조금 더 옮겨 받습니다.
그와중에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창진이 에게도
달의 정기와 바람의 기를 받아 심 호흡으로 이겨 내라고 응원을 합니다.
“야 내가 지금 달 쳐다볼 힘이 있냐?‘ 하고 투정을 부립니다.
정말로 정말로 천신만고 끝에 통영 부자와 거의 동시에 비선대에 도착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창진이는 좀 푹 쉬었다 가자며, 야외 식탁 긴 의자에 담요까지 덮고
드러 눕습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무사히 내려 온 것이 정말 꿈 같았습니다.
11시 반에 도착 했습니다. 늦어도 9시반에서 10시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안도의 숨을 고르며 비선대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더니, 산장이 있어 잠자리가 있는가 하고
물어 보았더니, 만실이라 없다고하니 쉬었다가 다시 내려 갈 수 밖에...
창진이가 누워서 쉬는 곳 옆에서 돌아보니 어느새 보름달이 휘영청 머리 바로 위 비선대를
비추고, 그 달 빛이 누워있는 창진이 얼굴위로 쏟아지면서, 우리의 등반을 힘들었지만 축복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회장님에게 보고 드렸듯이 교교(皎皎)한 달 빛 비선대 폭포 소리 계곡을 스치는 바람
우람한 봉우리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힘들었던 등반을 축복해주는 것 같습니다.
첫째날 밤은 세찬 비바람,
둘째날은 아늑한 달 빛
이나이에 다시 너무나 감동스런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2002년도 월드컵 열렸을 때 우리 회사 직원들과 6월 중순에 한계령-대청-희운각-설악동
등반을 중청 대피소에서 일박을 하며 했던 기억이 납니다. 9년이 넘었는데
재준이와 근수가 한 코스와 동일 했습니다.
재준 근수의 등반도 만만한 것이 아닌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원래 창진이가 세웠던 계획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 계산 산악회의 힘을 보여준 산행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여름 등반의 백미는 알탕인데 설악산 능선 등반에서는 물이 없어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했지요, 환타지아 에서요.
환타지아가 어디냐구요?
비선대..
아니죠. 불법이고 큰일 납니다.
속초에 있는 찜질방입니다.
여러분도 기회 있으시면 속초 환타지아에 가셔서 알탕 한번 하심이 어떨지.
홍성열
창진이 사진과 어우러진 등반기도 좋지만
함께하지 못한 우리 회원님들이 좀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올려 봅니다.
첫댓글 고 스톱 결과 퀴즈 답. 창진 11,000 잃고 근수 7,000 잃고 재준 6,000 따고 성열 조용하게 12,000 땀. 딴돈으로 속초에서 맛있는 생선구이 쏨. (조금 수치에 착오가 있을 수 있슴)
感祝, 感祝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