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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Duck!, Snake Oil Studios GbR 제작
게임 개발자가 '내가 게임 개발을 계속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할 때는 어떤 기분일까. 게임 출시 준비를 하면서도 내내 불안감에 떨면서, 수중에 돈은 없고, '게임이 출시되면 아무도 몰라보지 않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인디게임 개발자가 이럴 것이라 생각한다. 출시될 때까지는 말 그대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지만, 막상 출시된다고 해서 그 바다에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여기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독일 청년들이 있었다. 게임 출시를 했지만 하루에 빵 사먹을 돈도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굶어죽나 싶었던 그들이 불현듯 이상한 기회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 거기서 나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알고보니 구명보트였다.
어느날 페이스북에 어떤 카드뉴스가 하나 올라오게 되는데..
게임뉴스채널 디스이즈게임에서 카드뉴스(1)를 만들어 게시했다. 제목은 '야, 내가 독일회사 하나 말아먹었어!'. 이 뉴스의 원글은 한 네이버 까페에 올라온 흔한 썰(2) 중에 하나였다. 원글에서 작성자는 대뜸 친구에게서 웃긴 전화를 받게되는데, 다음이 그 내용이다.
술을 먹다가 어떤 외국인이 말을 걸더라, 여러가지 알려주니까 외국인이 고맙다고
'나는 독일에서 왔고.. 스마트폰 게임 만들어.. 한번 해봐..' 그러는거야,
오리가 나와서 점프하는 게임인데, 별로 재미없어서 별로라고 그랬어.
근데 맥주를 쏘면서 뭐가 문제냐고 그러는거야. 말하려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게임 이름이 잘못됐다고 했어. 그럼 뭐로 해야겠냐는데,
대충 그냥 '오덕'이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
웃긴 얘기지만, 독일 개발자들은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후 게임은 실제로 'Oh! Duck!' 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게 된다.
독일 청년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갑자기 한국에서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게 된다, 썰 자체가 웃기다보니, 이를 퍼나르기 시작하고 그걸 본 사람들이 호기심에 게임을 직접 해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이슈가 된다 싶으니 게임뉴스채널에서 카드뉴스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썰과 카드뉴스. 한국에 아무 홍보수단이 없던 Oh! Duck!이 순식간에 인기 게임 차트에 올랐다.
Oh! Duck!의 IOS스토어 랭킹그래프.(3) 이 정도면 바이럴마케팅 그 자체..
분명 위 그래프에서 왼쪽에 1월 8일에 출시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이 있다.(...) 하지만 1월 11일 경 그 썰과 함께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랭킹 증가폭은 놀랍도록 급상승해 3일만에 한국 앱스토어 게임 1위를 차지하고 만다. 뿐만아니라 안드로이드 스토어에서도 아케이트게임 부문 2위, 전체게임부분 12위를 달성했다.(4)
개발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럴마케팅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여기 있는 듯 하다. 출시 직후 아케이드게임 부문 1000위권. 그 후로 떨어지기만 하는 랭킹은 이대로 한국 앱스토어에서 사라질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독일 청년이 한국 여행을 와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어플 이름을 정해줬고, 우연히 그 사람이 친구에게 말했고, 우연히 그 친구는 인터넷에 글을 썼다. 그것도 자극적인 제목과 빵터지는 내용으로.
커뮤니티와 SNS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이 게임을 알지도 못했고, 이 게임은 이대로 사라졌을 것이 뻔하고, 독일 청년들은 게임 개발을 그만두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랭킹 1위를 찍을 정도로 Oh! Duck!에게 바이럴마케팅은 엄청 큰 효과였다. 하지만 바이럴마케팅 뿐인 컨텐츠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소문에 끌려 실체를 직접 보러간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면 그대로 소문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고꾸라지기 쉽다. 이 소문의 주인공 Oh! Duck!의 경우는 어떨까?
놀랍게도 그 이후로도 쭉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적절한 바이럴마케팅에는 적절한 컨텐츠가 존재해야만 유저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분명 Oh! Duck!은 단순히 바이럴마케팅으로 뜬 게임이 아니라 사람들을 붙잡아 둘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Oh! Duck!을 게속 플레이하게 만들었을까.
Oh! Duck!의 플레이 첫 화면.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오리가 장애물을 피해 점프하면서 나아가는 게임이다. 얼핏보면 굉장히 익숙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원버튼 게임으로서는 2003년에 출시된 놈1... 부터 시작해서 최근에서 비슷한 게임으로는 길건너친구들이 있다. 길건너친구들 같은 경우는 같은 3D엔진에다가 동물이 장애물을 피해 나아가고, 나아간 거리가 스코어가 되는 방식까지 거의 똑같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게임구성이라 그저 킬링타임용일까, 아니면 외국 초보개발자의 졸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단순한 킬링타임용 게임을 굉장히 재미없어 하지만 이 게임은 모든 맵을 언락하고, 랭킹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왠지 오리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와야할 것 같지만, 아래로 갔다가 위로 가는거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에서는 길이 1개다. 그 길을 따라 오리가 무조건 직진을 하게 되고, 끊어진 길, 장애물 들을 피해 점프타이밍을 맞춰 눌러주기만 하면 오리는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게된다. 어쩌면 굉장히 쉬워보일 수 있겠지만, 이 게임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우선 터치 정도에 따라서 점프 길이가 달라진다. 길게 누를수록 오리가 멀리 점프하고, 짧게 누르면 가까이 점프하는데, 이 터치 정도가 약, 중, 강 마냥 단계로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무척이나 미묘해서 늘 하던 장애물 패턴이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위 사진에서 보듯이 시각적으로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다. 어느정도 플레이를 한 후가 아니라면, 위같은 경우 어? 하다가 점프 강약 조절에 실패에 떨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특히 100m가 넘어가게 되면 패턴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는데, '헷갈리지 않고 점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나무에 숨어있는(좌), 구름에 숨어있는(우) 장애물들. 잘 가다가 만나면 현실 욕 나온다.
위 사진마냥 절묘하게 숨어있는 장애물들도 만날 수 있다. 이게 개발자가 의도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의 배경과 장애물 위치가 절묘하게 겹쳐 안보이는 경우가 있다. 위같이 되면 그냥 패턴을 외워 지레짐작하거나 죽는 수 밖에 없다.(...)
게임을 어느정도 진행하다 보면 장애물의 등장 패턴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패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100m까지 가는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은 거리별로 패턴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0m ~ 100m 의 패턴과 100m ~ 200m의 패턴이 다르다는 것. 이제 100m까지의 패턴이 익숙해져서 쉽네 쉬워! 할때쯤 되면 또다른 패턴이 마구잡이로 나와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심지어 갈수록 패턴이 어려워진다.
Oh! Duck!의 모든 맵 모음. 다 모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획득한 다이아를 사용해 맵을 하나하나 열어갈 수 있다. 처음에 시작하는 집 맵부터 시작해서 15가지의 맵이 준비되어 있으며 각각 배경과 오리의 인상착의.. 가 조금씩 바뀐다.맵 디자인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지루함을 없애주는 좋은 요소가 된다. 주로 세계의 명소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징이 될만한 배경이 3D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다만 다이아 획득 방법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등장하게 되는 다이아의 수에 비해서 맵 구매비용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를 무조건적으로 시청해 다이아를 획득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맵을 새로 구매하려고할 때 랜덤으로 맵을 골라주는데, 이게 무조건 새로운 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맵을 또 뽑는 경우도 있어 돈을 날리게 만든다..(..) 광고시청을 통해서 수익을 내야하는 개발자의 사정 또한 이해가 되지만, 조금 심했다. (플레이타임 반, 광고시청 반..)
15번째 맵으로 '뭐?' 라는 맵이 나온다. 평이하게 진행되는 다른 맵들과 달리 이 맵은 미묘하게 화면이 울렁거린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어렵다. 맵 별로 모두 어느정도 차이점이 있지만 이 맵만 유독 난이도가 높다. 결국 같은 패턴임을 알아채고 진행하면 플레이가 가능하긴 하다..
'뭐?' 맵 플레이영상. 사운드와 실력이 조금 이상합니다.
위에 소개된 게임의 내부적인 요소들 외에, 필자가 발견하지 못한 컨텐츠가 또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면 아케이드 게임으로 충분하지 않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모든 맵을 언락할 때까지의 플레이타임, 이후 이어지는 스코어보드를 통한 랭킹 경쟁 등으로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마련되어 있다. 소문난 값어치를 하기에는 충분했고, 독일 청년들은 성공적으로 가볍고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은, Oh! Duck!에는 앞으로 추가시킬 수 있는 컨텐츠 요소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다. 오리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꾸밀 수 있도록 코스튬을 제공하거나 맵 제작을 공모받는, 디자인 요소 추가. 이벤트를 통한 유저참여 활성화. 랭킹 시스템의 강화. 심지어 플레이어가 직접 장애물 패턴을 만들어 맵을 만드는 커스터마이징 등 다양하고 재밌는 요소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h! Duck!에게 주어진 기회는 어마어마한 소문으로 충분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흥하는 길은 이제 독일 청년들에게 달려있다. 새로운 컨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이벤트를 하거나, 차기작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만족할 퀄리티로 돌아온다면 한국팬들은 충분히 응원하고 즐겨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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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facebook.com/thisisgamecom/posts/1113197292025804
(2) 원글, 네이버 까페 디젤매니아, http://cafe.naver.com/dieselmania/14232864
(3) 제공 앱 애니. IOS스토어 기준. 파란선-전체, 노란선-게임, 빨간선-아케이드게임
(4) 제공 앱 애니. 1월19일, 구글플레이 스토어 기준.
이하 참고)
친구가 독일회사 말아먹은 썰 - 스페셜후기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186168
스브스뉴스, Oh! Duck! 카드뉴스 https://www.facebook.com/subusunews/posts/1364451096903327
어플 통계자료 제공, 앱 애니 https://www.appannie.com/kr/apps/google-play/app/com.hello.ducklings/#
첫댓글 오덕 맵을 다 모으시다니ㅋㅋㅋㅋㅋㅋ오덕의 오덕이시네요 리뷰 잘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귀여워요 ㅋㅋㅋㅋ
ㅋㅋㅋㅋ재미잇네요!! 글 잘봣어요!!!
엇나이거오늘깔아서하는중인뎈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X피하는게좀어려움ㅠㅠㅠㅠㅠㅠ리쥬잘봤어여!!
아..얼마전에 이가 리뷰글 썼었는데...비교된다..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