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회] 찬두호산 화운동 요괴 홍애아 (3)
오공은 요괴를 업고 그냥 웃어댔다.
"이 코딱지같은 요괴놈아! 이게 무슨 행패란 말이냐?
이 손공 앞에서 어찌 그리 어리석은 수작을 쓰느냔 말이다.
난 네놈이 어떤 놈인지 환히 알고있다."
"스님! 난 양가집 아이로서
이번에 이런 무서운 재난을 당했습니다.
어째서 나를 요괴라고 하십니까?"
"허허 네가 양가집 자식이던 아니던
너같이 어린 꼬마가 당한 일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없고
몸이 어째서 이리 가벼우냐?"
"난 어린아이라서 뼈가 가늘지요."
"올해 몇살이냐?"
"한살을 먹을 때마다 한근씩 불어도 일곱근은 나가야 할게 아니냐?
그런데 너는 너근도 채 안되는구나."
"전 어릴 때 못먹고 자랐습니다."
"좋아, 오줌이 마렵거나 뒤가 마려우면 미리 말해라."
오공은 요괴를 업고 가면서 삼장을 원망하며 궁리를 했다.
"이 험한 산길에 스승님은 날보고 요놈을 업고 가라지
우리를 속이려는 요괴가 분명한데
이 놈은 아직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니
지금 패대기를 쳐서 죽여버리는 것이 좋아.
그러나 요괴는 요괴대로 이런 눈치를 채고 재빨리 신통력을 써서
사방에서 숨을 들이마셨다가 오공의 등에 대고 훅 내뿜었다.
그러자 금방 천근의 무게가 되어 오공을 짓눌렀다.
"자식 중신법으로 이 나리를 짓 누르려는 짓이로구나."
그 말을 들은 요괴는 오공이 자기를 해치려는 것이
두려워 오공의 등에 형체만 남기고
본체는 멀리 하늘 저쪽에 올라셨다.
오공은 등에 업힌 요괴를 길옆 돌에다 사정없이 메치고
살아나지 못하게 갈갈이 찢어서 팽겨쳤다.
공중에서 이것을 보고 있던 요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저 고양한 원숭이놈 참으로 굉장한 놈이로구나,
더 지체하다가는 이것 저것 다 안되겠구나,
얼른 당나라 중이나 채가야겠다."
그는 한가닥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회익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가 날리고 돌맹이가 날렸다.
삼장은 도저히 말위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고
팔계와 오정도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엎드려 얼굴을 싸쥐었다.
오공은 요괴의 수작임을 눈치채고 급히 뛰어올라 뒤쫒았으나
요괴는 이미 삼장을 채서 어디론가 달아나고 없었다.
이윽고 바람이 멎고 다시 해가 빛나기 시작했다.
오공이 내려와보니 백마는 놀라서 울부짖고 짐은
길바닥에 팽겨쳐저 있는데 팔계는 벼랑밑에 업드려 신음하고
오정은 바닥에 쭈고리고 앉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팔계야, 오정아!...."
"형, 지독한 바람이었어."
오공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겨우 정신을 차린
팔계와 오정은 오공을 붙들었다.
"얘들아! 이제 우리도 여기서 헤어져
각기 제 갈길로 가는데 좋겠다."
재빨리 팔계가 찬성을 했다.
"그래 그래 빨리 헤어져서 각자의 살길을 찾은게 좋아,
서천길이 이렇게 먼데 언제 도착할 수 있겠어."
듣고있던 오정은 머리를 한대 맞기라도 한듯 아찔했다.
"형들은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우리는 전생에 죄를 지었으나
관세음보살의 교화를 받아 마정수계의 의식을 치르고
이름을 고치고 불법에 귀의했어
그리고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서
부처를 배례하고 경을 구하는 것으로 그 죄를 씻으려고 했잖아?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각자 살길을 찾아가겠다는
그 따위 소리를 한다면 보살에 선과에 어긋날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쌓은 덕행을 모두 무너뜨리고 남의 비웃음을 당할껄."
"오정이, 네 말이 옳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스승님은 남의 충고를 듣지 않아.
난 눈이 밝아서 아무리 둔갑을 해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아까 그 바람은 나무에 매달려 있던 그 아이놈이 일으킨거야.
내가 놈을 패대기쳐서 요절을 내려했더니
그 놈이 도망을 쳐서 스승님을 채간거야.
스승님은 늘 내말을 믿지를 않으니 난 정말 실망이야.
오정 네겐 그런 성의가 있지만,
난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어, 팔계 넌 어때?"
"내가 아까 실언한거야, 우린 헤어져서는 않되,
딴 생각말고 오정의 말대로
요정을 찾아서 스승님을 구원하자고."
"그래? 동생들아, 우리 힘을 합해서 서천까지 가보자꾸나.
자, 그럼 짐을 수습하고 말을 끌고 산으로 올라가서
괴물을 찾고 스승님을 구하자."
셋은 등덩쿨을 헤치고 산꼭대기를 향해 골짜기를 돌아서
육칠십리를 갔지만 아무건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산위에는 소나무만 빽빽히 들어 찼을뿐
짐승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오공은 초조해서 몸을 솟구치더니
깍아지른 듯한 벼랑위에 올라 큰소리를
"변해랏!"
금방 그 옛날 천궁을 분탕치던 때와 같이
머리셋에 팔 여섯개 달린 괴물로 둔갑하더니
여의봉을 흔들어 세자루로 변화시켜들고
사방을 마구 갈겨댔다.
팔계가 눈이 둥그래져서 말했다.
"오정아, 큰일이다! 스승님을 못찾으니
형이 발광을 하는구나, 혹시미친게 아닐까?"
오공이 이렇게 치자 사방에서 누더기를 걸친
가난뱅이 신들이 무리지어 몰려왔다.
가난뱅이 신들은 일제히 오공앞에 무릎을 끓었다.
"대성, 토지신과 산신들이 뵈러왔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 왔느냐?"
신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대답했다.
이 산은 육백리 찬두호산이라 합니다.
우리 산신과 토지신들은
한사람이 십리씩 맡고 있으므로
산신이 서른, 토지신이 서른입닏.
어제부터 대성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다 모이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만 영접이 늦어졌습니다.
"부디 용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그일은 용서를 해주지.
그런데 이 산에는 요괴가 몇놈이나 있느냐?"
"대성님 요괴는 딱 한놈 뿐입니다.
우리는 그 놈 때문에 아주 망했습니다.
놈은 향도 지전도 사르지 않고 희생도 바치지 않아서
입을 것도 먹을 것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거지꼴이 되었지요.
그런 요괴가 더 있다면 우린 아예 살 수가 없을 겁니다."
" 그 요괴라는 놈은 어디서 살고 있느냐?"
"이 산엔 고송간이라는 골짜기가 있습니다.
그 곳에 화운동이라는 동굴이 있고
그 속에 한마리 마왕이 살고 있습니다.
신통력이 굉장한 놈으로 우리들 산신이나 토지신을
잡아가서는 문지기나 아궁이지기를 시키고 밤에는
야경까지 돌게 시킵니다.
게다가 밤에는 졸개들까지 오리들에게 재물을
요구하는 형편입니다.
"너희들은 유귀들중에 선인이다.
그러니 재물을 가지고 있을 턱이 없지를 않느냐?
"그렇습니다. 그런대도 놈들이 막무가내로
요구를 하니까 하는 수 없이 노루나 사슴들을 몇마리
장만해서 아침 저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보내지않으면 사당을 부수고 옷까지 홀랑 벗겨갑니다.
이놈들 등살에 우리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대성님, 부디 이 요괴들을 퇴치해서 산속에
생령들을 구해주십시요."
"아마 대성께서도 잘 아실것입니다.
그 놈은 우마왕의 아들로 나찰녀가 낳았지요.
화염산에서 삼백년을 수행하며 삼매진화를 수련했습니다.
그래서 신통력이 무변광대하지요.
우마왕이 아이를 여기로 보내 지키게 한 것입니다.
그의 어릴적 이름은 홍애가이고 호를 성영대왕이라 합니다."
산신들의 설명을 들은 오공은 매우 기뻤다.
토지신과 산신들을 돌아가게 하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팔계와 오정에게 말했다.
"동생들 안심해라, 스승님은 무사하실 것이다.
저 요괴는 나와는 친척이야.
"형, 거짓말마, 형은 동승신주에 살았고 그는 서우하주에 있어.
동승신주와 서우하주는 길도 멀고 그 사이에
엄청 큰 바다가 가로막혀있어.
그런데 어떻게 저놈과 친척이 될 수가 있어?"
"방금 내가 만난 사람들은 이곳의 산신과 토지신들이야.
그들의 말이 그 놈은 우마왕의 아들로 홍애아라고 나찰녀가 낳은 놈이고
옛날에 우마왕을 내가 몸짓이 작은 관계로 형님으로 불렀으니
홍애가 그 녀석은 내 조카가 되는 셈이지.
나와 제 아비의 관계를 생각하면
나를 위해 잔치를 벌려주지는 않겠지만
스승님을 해치지는 않겠지, 자 빨리 찾아가야겠어."
오정이 삼백년이 지난 인연이라며 말렸지만
오공이 큰소리치며 나서는 바람에
세사람은 마음을 다잡고 백마에 짐을 싣고 동굴을 찾아
길을 나섰다. 백리남짓 가자 송림이 나오고 숲속에는
구불구불한 골짜기가 있고, 그 바닥에는
푸른 물이 거품을 날리며 흐르고 있었다.
상류에는 줄다리가 걸려있는데, 그것이 동굴과
통해있는 모양이었다. 일행은
그 자리에서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우마왕의 아들 홍애아가 오공을 숙부라고 인정하고
삼장을 고이 내어주려할까?
삼장의 고기 한점이면 불로장생 한다는데?
흥미진진한 다음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