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서 조영수 동시집저자조영수출판청색종이 | 2022.12.15.
책소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조영수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2022년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이다. 시인이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삶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잔잔한 동시로 태어났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서로 비켜주며 자리를 만드는 지하철 안의 풍경, 멈출 때 잘 멈출 수 있어야 좋은 차라고 한마디 남기는 할아버지, 이제 키 번호 2번이 되었다고 좋아하는 손주들의 모습, 어떤 말로 꾸미지 않고 오로지 순순한 감탄사만 남아 있는 눈이 내리는 날의 서정 등은 동시를 읽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게 스며든다.
조영수 시인은 “이렇게 내 동시집에는 봄도 콧구멍이 있을까? 잠깐이라는 시간은 무슨 일을 할까? 어린이들의 자랑은 무엇일까? 틀린 답은 정말 틀린 걸까? 마음 잇기는 왜 어려울까? 마음이 쏠리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며 생각을 모아 쓴 동시들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소개한다. 동시는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며 그렇게 마음이 밝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밝아진다는 것은 열려 있는 것이다. 마음이 닫히지 않고 열려 있을 때 질문을 하고 또 스스로 대답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동시를 읽으며 생각에 잠길 때, 와 하고 흰 눈발 같은 감탄사가 터져 나올 것이다. 그래도 남는 궁금증이 있을 때 이메일이나 편지를 보내주면 대답해주겠다고 어린이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시인은 “그래, 그래서”라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어주는 사람이다. 이렇듯 이 동시집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잘 들어주는 시집이다.
저자 : 조영수
1959년 대전 유성에서 태어났다. 2000년 《자유문학》에 시,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행복하세요?』와 동시집 『나비의 지도』 『마술』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3회 받았으며 오늘의 동시문학상, 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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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아침 / 조영수
지워졌다
솜털 같은 백설기 같은 솜사탕 같은
깨끗한 그리운 기다리던 보고 싶은
꾸밈말들 다 지워지고
와! 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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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 조영수
나를 보고
꽃 들어온다며
문 열어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꽃 들어가요
문 열어주세요
하늘을 바라보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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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 조영수
고양이 카페에
초록 눈 점박이 고양이가
혼자 앉아 있었는데요
ㅡ그래 그래서
쉬고 싶은지
낯가림을 하는지
본체만체했어요
ㅡ그래 그래서
간식 주고 등 쓸어주고
장난감 쥐로 놀아주었더니
손등을 살짝살짝 핥았어요
ㅡ그래 그래서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어요
ㅡ그래 그래서
다음에 가면
고양이가 먼저 놀자고 할 거예요
일요일에 또 갈 거예요
ㅡ그래 그래
다 듣고 난 그래그래 할머니
ㅡ고양이는 스트레스가 날아갔을까 쌓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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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 조영수
풍선 같다
후우
후우
너도나도 불어
툭툭
주고받고 놀았다.
펑
터져서
누군가의 속울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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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사람 / 조영수
지하철 안
사람들로 빼곡한데
한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문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초승달만 한 틈을 만들자
보름달처럼 자란다
둥글고 환한 자리
휠체어를 탄 사람이 들어선다
보름달 속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