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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김미경
가을아
노을 베어 문 정갈한들녘처럼
아스라이 밀리는 그리움 삼키고
누구보다도 이겨내기 힘든
자신을 허울좋게 치장한 하루의 삶
너울너울 가볍게 벗어버리고
진실의 알맹이로 만나자
가을아
초록 빛깔로 태어나
노란 잎새 빨갛게 물들어 갈 때
해맑은 영혼으로화하고 싶다
가을아
물푸레 나무 잎사귀 청초함 담아
낙엽에다 정갈한 시 한 수 적어
저무는 가을에 띄워보련다.
가을을 닮고 싶습니다/김미경
빗물 먹은 풀잎생끗
물방울 터지고
가을비가 창가로
쭈르륵 미끄러지는
가을 한낮의 오후입니다
내 기억 헤집고 혼자
걸어가던길 따라
살포시 잊고 살았던
이름 하나
쓸쓸한 날이면 떠오릅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울긋불긋 단풍이 들면
해맑은 회심을 꺼내 놓고
낙엽을 모아 심지 불 붙여놓고
붉게 물든 가을 들녘 을
한달음에 달려가서
가을을 담아오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대추나무 주렁주렁 한 소쿠리 담고
빠알간 석류 두 알 입에 털어넣고
웃음 짓던 해맑은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햇살 가득 품은 가을빛 보석으로
넉넉한 가을을 닮고 싶습니다
온통 가을로 깃든 하늘이고
싶습니다.
올해도 가을이 오면
못다한 추억놀이 하려가렵니다
온통 가슴에 행복을
수놓고 싶습니다.
가을 사랑/김미경
어느새 가을이 묻어납니다
한조각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가을을 맞을 채비를
해야 할듯 합니다
비워내지 못한 여름의
향기와 더불어
어느새 상큼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 사랑이 오나 봅니다
가을이 되면
사랑을 꿈꾸고
가을이 되면 행복을
꿈꾸고 싶다고
정작, 가을의 길목에서
난 서성입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생각나는 사람
내일은 오늘보다 더
그리울 것 같은 사람
나의 위안과 안식을 줄
그런 사람
오직 하나의 너로 가슴에
깃들인 사람
가을빛 향기로 내 안으로
들어오는 그대
마음을 열어 사랑을 가꾸며
내일을 꿈꾸며
가을사랑 이 되어 오시는
그대를 맞으러 갑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김미경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 향기 풀풀
날리면서
내 속에 샘솟는 갈증을
불러 일으키겠지요
이 비 그치고 나면
뜨거움 끌어안고
비워내지 못한 설움
모조리 불태우겠지요.
산들 산들 불어오는
갈 바람 타고
잠잠이 견딜 수
있었던 여름
긴 기다림을 열어서
가을 맞을
채비를 하렵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타 들어 가던 시린 가슴
다 벗어던지고
빈 가슴이 되어
짧은 가을 약속을
하렵니다.
달무리 지는 창가에서
손가락 걸면서
사랑을 약속하렵니다.
가을에 묻어온 그리움
김미경
사랑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그리움은
약이 없습니다.
나는 지금 그 찬란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가을에 묻어온
그리움을..
해가 뜨고 별이 지고
숱한 계절이
지날 때마다
수없이 돌아 흐르며
깊어만 가는
듯한마음의 병..
아, 물처럼 바람처럼
그대 곁에서흘러
머물 수 있다면..
갈 바람 소스라치게
흐느적 거릴 때면
어제처럼 또
가을을 둘러메고
속 울음 삼키며
앓고 있나봅니다.
아파서 못 견디는 몹쓸 병을
이 계절 또 앓고 있습니다.
가을 나무/김미경
바람이 흔들고
간 여운에
몸을 떨던 눈빛
기다림에 지쳐
하늘 닮아 버린
가을나무
생의 풍파
한몸에 받아
땅에 맞붙어 살아
온지도 오래
처연한 낙화 소리에
차마 임을 떨칠 수 없어
가슴 헤집는 깊이 만큼
되 살아나는 그리움...
가을 바다/김미경
어제의 발자취
돌아보며
금빛 모래한 움큼
두 손에 모으지만
힘없이 빠져나간다
하늘 돌아 누워버린
내 빈자리 찾아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올
누군가를 위해
파도만 밀릴 뿐
스치는 바람에
소스라치듯 놀라
허망함에 울어대는
비파의 눈물
흩어져 있던
자갈들이 나의
발자취 말해주고
파도는 나를
삼켜버린다
추억에 우는 가을 바다
낙엽지고 한 계절이 다시오면
난 바다의 소라이고 싶다.
국화 꽃 향기 마음에 담아/김미경
항상 가까이 오지 못하는
네가 내 곁에 머무르고
가까이 가지 못하는 내가
네 곁에 기대보면서
언제나 내 맘 속에는
따뜻한 체온이
교차합니다
찬 바람이 더욱
서늘해 질 때
스산한 댓 바람 사이를 헤치며
나타날 것만 같은 네 모습
만화의 국화 꽃잎은
흩어져 허공에 치닫고
오늘 또 한 잎 한 잎
낙엽은 대지를 적셔주겠지요
잿빛에 가린 한나절
점점 멀어져 가는
가을의 여울목에서
허전함에애태우는
내 마음 달랠 길 없을 때
내 너에게로 가서
살포시 안기렵니다.
장미의 짙은 향기보다
마음을 자극하는
국화 꽃 향기를 더
사랑한 너에게로
갈 바람 타고 홀연히
다가서렵니다.
가을빛 그리움/김미경
그대 흰빛 나래
물살 헤치고
그리움으로 오는
물새라면
내 너를 기다린 다면
터질듯 여문 갈대 한
웅큼 꺾어들고
출렁이는 갈대밭
끄트머리에
이렇듯 가만히
서 있으려마.
그대 마른 목소리
불러보고
하나 둘 닫혀진
눈거풀에
사랑한 줌 행복한 줌
입맞추고
일곱 빛깔 꿈을 따
설익은 우리 사랑
깊어가는 가을빛으로
익어가려마.
흔들리는 갈대/김미경
은빛 물결 너울
너울 춤추는
갈대밭 사이로
밀려드는 설움
강물 목젖에다
풀어헤치고
설익은 청춘 마냥
애처롭기만 한데
네 모습 노을 여문
빛 사이로
희끄뭇게 밀려 든다
허허로운 마음
자꾸만
자꾸만
뭍으로만 떠밀려 가고
방황의 그림자 위에
네 모습 걸러 보지만
너울대는 몸뚱아리
허리춤에 꺾인
내 마음 아픔 되어
세월을 낚는다.
가을 한나절/김미경
똑똑 튀어오르는 밤송이
까르르
까르르
발로 춤춘다
갈대가 수줍게
흔들거리고
강아지 풀 볼
가로 가만 가만
나풀거려 가을
내음 가슴속으로
확 퍼져 울린 한나절
밤송이 한움큼 안고
마냥 신기한 아이처럼
나폴 나폴 춤추고
가을 걷이 앞둔
노을 베어문
감사의 저녁
가을 빛 나래
물살 헤집고
행복밀려드는
가을 한나절.
가을 닮은 그대여/김미경
가을빛으로 다가온 향기
노오란 꽃잎 하나
따서 들고
푸르런 하늘빛에 가슴 시려
눈을 감고 하늘을봅니다
초록이 갈색으로
물들 때 쯤
그대 미소는 안으로
안으로 스며들고
일곱 송이 수선화
가슴에 품어
보고싶다는 말 대신
당신께 전합니다.
가을 닮은 그대여!
낙엽 냄새로 젖은 나를 깨워
빈 가슴 파고드는
고즈늑한 노래가 되어
아침이면
그대가 맞이하는
하루를
내가 먼저 열고
당신이 내 하루의
처음과 끝이면 좋겠습니다.
가을 닮은 그대여!
마음 가득 가져가도 되나요.
안으로 안으로만
갈무리한 미소를
내 안에서 꿈꾸면서
자라나게 해도 되나요
맑은 미소를마음에 담고
사랑에 꽃 피워내는
해를 닮은 그대가
내 가슴에 빛으로
뜨면 좋겠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김미경
너의 손을 잡고
가을 무너지는 숲 길을 걸으면
소리없이 부는 바람에도
눈물이 난다
내 너의 가슴에
쑥부쟁이 풀꽃으로 남아
바람을 걷으러 들길을 서면
허수아비 허공을 향한
서러운 눈빛에
남몰래 돌아서
나는 우는데
담쟁이 넝쿨 밑 채송화
철 없는 웃음으로
피어가고 있을때면
우리 함께 부르지
못한 노래가 있어
오늘은 눈물이 그치칠 않는다
마음 속 풍경소리 잠 재우고
불지 않는 바람에도
서럽게 젖어볼까
닫혔던 마음의 꽃이 되어
외딴 사랑의 길에서
나는 흔들리며 피는 꽃...
구름맛 나는 가을 커피
김미경
쪽빛 가을 하늘 담아
어제 말아둔 추억
쑤북히 녹여
구름맛 나는 가을 커피
한손에 든 목이
기-인 오후입니다
빛 바랜 추억은 어느새
갈바람을 타고
내안으로 몰려오고
마른 꽃잎 여섯갈래 위에
울려 퍼지는 흐느낌에
진한 향기 마음으로
안아본 시간
가을...
구름맛 나는
커피 속에는
창가에 퍼지는
햇살 한스푼과
낮게 깔리는 그리움
두수푼 넣어서
바람결에 날아 드는
낙엽 냄새 소올솔 띄워
노을 베어문 그대에게
전해봅니다.
그대와 구름맛 나는
가을 커피 속에
단풍과 낙엽 내음
한껏 들이키며
미루나무 아래서 행복 녹여
그리움 마시렵니다.
단풍나무/김미경
노을은 타지
않아도 붉고
가을이 피는
오솔길은
계절의 신비가
아름답다
푸른빛의 여름은
추억으로 지나가도
가을의 빛은 알록달록
시간에 수를 놓아
자연의 조화 속 단풍잎은
가을로 완성된다
우수수 단풍이 질 때면
바스락 낙엽을 밟고
가을나무 아래서
지친 마음 내려놓고
바람이 흔들고간 여운에
아쉬움 토해놓는다.
가을 빈자리/김미경
해묵은 장농 뒤져서
갈색 치마
꺼내놓고 보니
가을은 나보다 먼저
대문 밖에 와 있었다
언제 누구였을까?
가슴으로
잃어버린 언어
가을 향한 욕심으로
쓰러져 간다
황금 들녘은 가을걷이에
한 묶음 행복 등에 지고도
은빛 갈대처럼
허허 하기만하다
설익은 내 청춘마냥
강물의 목젖에
찌푸라기 띄워 놓고
가을 엮어 긴장된 아픔을 토하고
자신을 표출한 너는
차마 떨칠 수 없는 기도로
헤집는 울음 깊이
만큼 자라난다
어디쯤
지난 가을의 무게를 지고
하늘에 별 한웅큼
헤아려보고
마른 목소리 걸러 놓은 너는
가을 바람 빛 사이로
침묵의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허공에 치닫는 메아리를 따라...
가을 앓이/김미경
갈잎 사이로
질주하던 바람
하늘에 구름 하나 걸어 놓고
이제사 옷고름을 풀어
시름을 벗는다.
불어치던 비바람에
들석이는 세월을 감춘 채
이따금씩 가슴
겹겹이 눌러둔
이내 삶의 무게 달래보며
내 걸음걸음
고쳐 걸었지.
아픈 자리에서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법
살아 있는 이유보다
더 힘겨워 하는
나를 지고 너를 채워
담아 내고 싶다.
한움큼 구토 해내며
자신을 엮어
세월 속에 묻혀진
한밤의 염염(炎炎)한
가을 앓이
나는 돌아 누워
풀빛 무늬로 그려 낸다.
이 가을에는/김미경
이 가을에는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한 줌의 떨리는 詩가 되어
가을 닮은 한 여인이
적어가는
몇 줄의 詩에 당신이
잠시 휴식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가을에는
고달프고 힘겨운
당신을 위해
고즈넉한 노래가
되어
심금을 파고드는
그리움 가득한 노랫말로
먼길 돌아가는
당신을 추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가을에는
삶에 지쳐 굳어버린
당신을 위해
잃어버린 미소와
삶의 빛을 북돋아 주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
되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김미경
아스라이 바람에 밀려
서편 하늘 구름의
가지 끝에 걸린 놀
영겁의 춤 사위을 따라
흐느끼던 불빛을
어둠을 사르면
절망의 아우성으로
붉은 몸부림이 인다.
속살 젖힌 둥선 닳아
살의 아픔 뻗어 오르건만
설익은 내 상심
노을진 강가에 쏟아붓고
뜨겁게 뱉어낸 석류 알처럼
이고 지는 길목에 서 있으려마.
가을에 부치는 편지/김미경
하얀비 내리는 까만밤
멍들고 지친 어깨가
안스러 워보이고
가엾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소리없이 내리는
가을비를 보면서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이라는 한
계절이 익어서
저물어 갈듯 합니다
알 수 없는 아쉬움과
미련이 물밀듯
밀려들고 애잔한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가을 향기 실어
그대에게 보냅니다
지친 도시에서
투명한 눈빛으로
헤매이는 그대를
생각하면서
오늘밤은 가을비를
안아 봅니다
훈기 없는 차가운
가슴으로
바람이 몰고간
언어를 쌓아놓고도
내일이 있으므로
오늘을 달래야 하기에
좁은 가슴은 동그랗게
오므라 들고
낯선 기억과 더불어
희미한 영상을 떠올리며
빗방울 하나 둘
가슴으로 쓸어내려 봅니다.
아무 일 없이 보낸
오늘에 감사하며
내일이면 밝은 태양이
빛추어 줄 사랑에게
짙어가는 가을 하늘
위로 띄우렵니다.
어떤 해후를 기다리며
김미경
비켜 설 수 없는 자리
알지 못할 길모퉁이에서
약속이없이
마주칠 수 있는 그리움이여
서로의 간절함이 사무치어
보고픔의 강을 건너
달이 되고 별이 되어
사랑을 그려 봅니다
전화를 할 수도 있지만
편지를 띄울 수도 있지만
더욱 간절해 지는 것
보고픔의 열매가 되어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이 오면
하나의 가슴이 되어
그리움을 싹 틔워
기다림을 수 놓습니다.
하늘 돌던 바람/김미경
잉크를 풀어헤친 것처럼
파아란 하늘
서걱거리는 소리에
허한 가슴 움켜잡고
하늘 돌던 바람
누구였을까?
내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깨어 하늘
쳐다보았지만
떠도는 구름 뿐.
그대 아직 내게
오지 않았는데
갈 빛 햇살 한 움큼
내 안으로 배꼼히 내민다
하늘 돌던 바람
내 어깨 위에 살포시
가을 구름 타고
내려 앉는다
나보다 먼저 가을바람
타고 오신 그대
국화 꽃 향기로 그대
바람 맞으러 갑니다.
가을아!너는/김미경
아픔을 아는 이는
슬픔을 삼킨다지
울고 싶어도 삼키며
속으로 소리 내어 운다지
고달픈 세상사
이고 진 까닭인 게지
빛 부신 언어들이
나를 휘감는 가을
숙연함을 배우고
원숙한 삶의
알맹이를 얻는 게지
가을빛 소망 담아내는
가을아너는.
그대, 가을에 오시렵니까/김미경
그대, 가을에 오시렵니까?
마음만 보내는 그리움
쑤북히 쌓아놓고
천지에 길 하나 열어놓고
그대 기다려도 된다면
바람 흐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흐르는 시간만 바람
속에 지워보면서
어디쯤 오고 있을 내 사랑
그대, 정녕 가을에
오시렵니까?
가을 속 겨울/김미경
달빛 이 와락 안으며
"너 외롭니?
밥 먹으면
나아 질 꺼야"
꾸역 꾸역 토해낸
진실이
돌아눕던 넋두리
흩어지고
난
자꾸만 세월
속에 꺾여진다
그렇게
그렇게
쩔뚝이며 능청스레
겨울 오겠지.
내 안의 가을/김미경
초록이 부서지면
난 언제나 가을이다.
투명한 하늘이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추억에다 향기를 담으면
난 언제나 가을이다.
창가에 홀로 서면
난 언제나 가을이다.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커피 향이 없어도
녹아 드는 선율이 없어도
풀잎에 바람이 일렁이면
난 언제나 가을이다.
비오는 바다에 홀로 서면
난 언제나 가을이다.
갈잎이 되어 흩어져 버려도
오지 않을 그대의
마음을 맞으로 가는
난 언제나 가을이다.
가을 향기 바람에 나부끼고
김미경
국화 향기 바람에
나부끼고
소담스런 담장 아래로
정겨운 노래
흘러 나오는 아침나절
화사함이 벗 되어 봅니다.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가슴만 내어 주고
목마른 꿈에 취해
당신의 향기가
내 안에 베이도록
마음 열어 봅니다.
시린 가슴엔 늘 그리움이
시가 되어 흐르고
사랑의 향기가 싹 틔워지는
순수한 마음
한 올 한 올 실타래
엮어 가듯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그렇게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가을 향기 소담스런
바람에 담아
여물어 가길 바래 봅니다.
가을엔 눈물이 납니다/김미경
너의 가슴에 한송이
풀꽃으로 남아
바람을 걷으러
들길을 걸으면
허수아비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빛바랜 꽃잎은
어느새 말라
갈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향기
안아 본 가슴 속에
몰려 와 흐느끼고
너의 손을 잡고
낙엽숲 길 걸으면
부는 바람에도
눈물이 납니다.
담쟁이 밑에
채송화가 오손도손
피어가고 있을 때면
함께 불렀던 노래 생각나서
가을엔 눈물이 납니다.
그랬나봅니다/김미경
설익은 지존의 찌푸라기
띄워 놓고도
황토 빛 강물의
끄트머리 위에선
내 상심의 혼혈이었다고
울어대니 말입니다.
뭍 밑으로 자꾸만
떠밀려 가는 것을
출렁이는 물살 때문에
네 모습 걸러 내지 못하고
방황의 그림자 위로
마른 목소리 걸러
내려 했으니 말입니다.
저만치 터질 듯 여문
은빛 갈대 한 묶음
꺾어다
내 황량한 마음 밭에다
뿌려놓고는
퇴색되어가는
계절의 흐느낌을
안으려 했으니
말입니다.
고독보다 앞선
침몰하는 발걸음을
내 의식 빼어가지
만 낯설지 않으니
흰빛 물살 나래
접어 날고 싶어하는
물새가 되어
그리움곁에서
오늘도 그랬나봅니다.
낙엽/김미경
우수의 색깔옷 갈아 입고
터질듯 여문 나무
너울 너울 가을을
춤추고 있더라.
빨갛게 타들어 가는 단풍
억겹의 세월의
흉터 칼날 세우며
둔탁한 언어 가슴에 불 지펴
내가 나를 사냥한
계절을 둘러 메고
바람에 무디어진
퇴색된 마른 임이더라
머무를 수 있어도
머무를 수 있어도
순수를 위한 속
울음으로 터지더라.
가을에는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강인호·시인)
가을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나호열·시인, 1953-)
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시인, 1961-)
솔로몬의 계절
가을,
황금 들녘, 천고마비
풍요의 계절입니다.
아닙니다.
추풍낙엽, 스산한 산천
슬픔의 계절입니다.
그래요.
희로애락, 풍요와 빈곤
이율배반의 계절입니다.
미묘한 생각의 차이가
삶의 무게를 달리합니다.
(이영균·시인, 1954-)
가을 들녘에 서서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시인, 1942-)
가을이 오면
나무야
너처럼 가벼워지면
나무야
너처럼 헐벗겨지면
덕지덕지 자라난
슬픔의 비늘
쓰디쓰게
온통 떨구고 나면
이 세상
넓은 캔버스 위에
단풍 빛으로 붉게
물감을 개어
내 님 얼굴 고스란히
그려보겠네
나무야
너처럼만 투명해지면
(홍수희·시인)
가을편지·1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톡,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가을에는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 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볼 일이다
(박제영·시인)
가을 편지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이성선·시인, 1941-2001)
가을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김용택·시인, 1948-)
가을의 향기
남쪽에선 과수원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傷)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