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나오는 방, 혹은 빨간 꽃무늬 그려진 때 절은 이부자리, 어두침침한 복도와 옆방에서 들리는 이상한 신음소리…. 기분좋게 떠난 여행을 늘 망가뜨리곤 하는 ‘공공의 적’ 1호가 바로 숙박문제다. 이름만 거창하게 무슨무슨 호텔이라고 붙여놓고선 여인숙보다 못한 저급한 시설과 그만큼 저급한 서비스가 늘 문제다. 구경은 둘째 치고, 묵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공간은 없을까. 100점 만점은 아니더라도, 90점은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숙박시설, ‘펜션(Pension)’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펜션이란 한마디로 ‘고급 민박’을 뜻한다. 원래 유럽에서 시작된 펜션은 단어 뜻 그대로 은퇴한 부자들이 연금(펜션) 생활을 하며 명산대천을 돌아다닐 때 묵는 고급 숙박시설을 뜻한다. 천장 높은 로비와 화려한 부대시설에 객실은 수백개씩 되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호텔이 아니라 객실 10개 안팎의 소규모 숙박시설이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있는 ‘마지산장’은 객실이 딱 2개다. 주인과 손님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가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 마호산방 관광지 인근 크게 늘어, 1박 5마원~40만원 다양, 전화 인터넷 예약 필수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스타운’의 경우 아예 계곡에 닭을 풀어놓고 달걀은 마음대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은 집에 온돌, 혹은 서양식 침대방이 마련돼 있다. TV나 냉장고, 샤워시설 같은 편의시설은 기본이다. 여행객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깨끗하고 고급스런 실내,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 정신 기타 등등. 웅장함과 화려함은 없지만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강화도 ‘노을이 아름다운 집’은 TV 촬영이 잦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대부분 유명 관광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해 분위기가 호젓하면서도 볼거리를 쉽게 찾아 나설 수 있다. 창문만 열어 젖히면 바로 계곡과 산, 바다와 강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 저달맞이 산장 그만큼 비싸다. 하룻밤 자는 데 최소 5만원은 들고 1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서비스와 객실, 그리고 여행의 필수조건인‘분위기’에 대한 대가다. 강원도 홍천에서 ‘구름 속의 산책’펜션을 운영하는 박영섭씨는 “점잖고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찾는다”며 “하지만 분위기를 깨는 황당한 팀은 질색”이라고 말했다. 펜션은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된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을 한 뒤 돈을 입금한다. 예약을 지키지 않으면 기간에 따라 위약금을 물게 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미리 시설을 살펴볼 수 있다. 또 방명록이나 게시판에는 그 펜션을 이용해봤던 사람들의 평가가 가감 없이 적혀 있어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펜션 예약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다수의 펜션을 확보하고 업체 자체의 실사를 통해 각 펜션을 평가해놓은 곳도 많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회원제이지만, 가입이 무료라 부담이 없다. 휴가철이 됐건, 주말이 됐건, 인터넷을 뒤지고, 전화통을 붙잡고 시간을 투자하면 반드시 마음에 드는 숙소를 고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유명산장 펜션 이용시 유의 사항
시간 여유를 갖고 예약할 것소규모 숙박시설이라 객실은 늘 만원이다. 여유를 갖고 예약한다. 부대시설을 미리 살필 것 취사시설 및 화장실 공용여부를 미리 알아둬야 불편함이 없다. 식당 유무 여부도 중요하다. 대부분 독립된 취사·샤워 및 화장실이 있지만, 돌다리도 두드리는 게 지혜. 고성방가 금지 손님들의 절대다수가 ‘조용한 휴식’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니 만큼, 서로를 불편하게 할 고성방가와 음주가무는 절제한다. 이를 조건으로 내건 펜션도 있다. 예약 준수 객실이 5개 미만인 업체가 대부분이다. 사전연락 없이 예약을 펑크내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