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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다 "
첫 눈
김 목
첫눈이 내린다
지난봄 저 산기슭
새로 생긴 무덤
자그마한 봉분 살포시 덮는다
저 무덤 누구냐 했더니
이승에 사랑을 남겨놓은 젊은 아낙이라 했다
시든 꽃다발 누가 가져다 놓았냐 했더니
젊은 남편의 그리움이라 했다
붉게 피는 진달래는 누가 심었냐 했더니
그것은 어린 아들의 눈물이라 했다
첫눈이 내렸다
온 산골에 첫눈이 덮였는데
지난해 봄 저 산기슭에 새로 생긴 무덤
자그마한 봉분에만 눈이 없다
이른 아침인데 누가 다녀갔느냐 했더니
남아있는 사람들의 사랑이라 했다
[부 록]
자서전(自敍傳) 쓰기
Ⅰ. 자서전(自敍傳)
1. 자서전 쓰기를 위한 준비
(1) 왜 자서전인가?
자서전이란, 자신의 생애를 뒤돌아보며 자신이 직접 쓰는 것으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의 움직임이라 생각하며
기록하여야 한다. 자서전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게 해준다.‘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의 미래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이다. 그 설계도의 주인공인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설계를 할 수 있다.
② 나 자신과 화해하는 치유 효과가 있다.살다 보면 누구나 맘속에 풀지 못한 응어리를 하나둘씩 지니게 된다. 사람들은 이걸 흔히 한(恨)이라고 표현한다. 환자는 정신과 의사와 만나 살아온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상담에 응한다.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응어리를 찾아내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고, 어떤 영향을 미쳤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감정을 바깥으로 분출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카타르시스’(淨化)를 느낄 수 있다. 자서전 쓰기는 나를 이해하고 나와 화해하는 심리적 치유 방법이다.
③ 후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이다.자식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삶을 고스란히 닮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기 때문이다.자식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부모의 삶 자체가 자식들에겐 소중한 유산이다.
2. 자서전 쓰기 요령
(1) 카톡이 글이다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카톡’을 할 줄 알면 누구나 쓸 수 있다.
(2) 글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나.글쓰기는 노동이며 숙련된 기술을 배우는 것과 같다.
(3) 문장의 조건- 낱글자가 단어가 되고, 단어가 의미 있는 문장이 된다.
(4) 말을 글로 전환하기 연습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와 같은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5) 좋은 글이란
① 글이란 의사전달 과정이며 자신이 의도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들에게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② 자연스러운 글이 좋다.③ 문장의 끝을 하나(동일하게)로 표현하라.(~다. ~습니다)
(6) 연보 작성하기나를 설명하는 키워드이다. 담아야 할 내용은?① 언제 어떤 일이 있었을까?언제,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연대별로 맞추어 본다.② 연보 작성의 실제현재까지의 성장과정과 경험을 연보별로 정리유년시절, 고교, 대학 시절, 취업, 결혼, 사회활동 가족과의 관계, 교우관계, 은퇴 후 살아오면서 지켜온 자신의 좌우명, 혹은 후회 등 연보별로 구분하여 본다.
(7)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 뽑기①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찾아라.내가 살아오면서 나를 대표할 키워드를 찾기란 쉽지 않다.② 마인드맵 그리기(나를 상징하는 언어들의 지도)
(8) 자기소개서(자소서) 쓰기
① 자소서 쓰기로 ‘지금의 나’를 밝혀라
② 자소서 쓰기의 실제
(9) 자서전 기획하기
① 자서전 기획의 중요성(글쓰기도 건축이다.)
② 편년체(시간순)와 기전체(주제별)
(10) 자료 찾기 및 취재
① 문서자료 찾기
② 인터넷 검색으로 자료 찾기
③ 인터뷰의 필요성(나를 다른 사람의 추억에서 찾기)④ 현장 답사(추억 찾기 여행)
(11) 자서전을 풍성하게 가꿔주는 기억 씨앗들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상적인 기억, 사건 등을 담아야 한다. (12)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서 있었던 사소한 사건, 재미있는 추억, 가족과의 일화 등을 기록한다.
3. 자서전 집필의 실제
(1) 프롤로그 쓰기
프롤로그(Prologue)는 연극에서 온 말이다. 연극개막에 앞서 작품의 내용이나 작가의 의도에 관해 해설을 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우리말로 ‘도입부’ 또는 ‘머리말’로 순화할 수 있다. 시작될 극의 내용을 소개하고 독자층의 호기심을 끄는 기능이다.
① 책의 서두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
② 거창하지 않고 시행착오가 없도록 어떤 주제와 의도로 쓰는가?
③ 목적과 주제로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 개괄하여 설명하여야 한다.
④ 나열식 정보가 많은 내용 서술하기
⑤ 복잡한 사건 서술하기
⑥ 의미 있고 극적인 사건 서술하기
(2) 에필로그 쓰기
에필로그(Epilogue)는 프롤로그의 상대적 개념이다. 작품의 끝맺음 부분을 말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자서전을 쓴 의견을 구성해 본문이 주는 의미를 정리하거나 해설을 덧붙인다. 글을 썼으면 첫부분과 끝부분을 대조해 보고 일관성 있다고 판단이 서면 글의 전체 구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프롤로그는 문을 여는 글이고 에필로그는 책을 정리하는 마무리 글이다.
(3) 퇴고
① 퇴고의 의미- 쓴 글을 다시 살펴 바로 잡고 보완하기.
② 때로는 고치는 것보다 다시 쓰는 것이 빠르다.③ 퇴고의 요령- 오탈자, 순서, 전문용어 등을 순차적으로 살핀다.
4. 좋은 글 친구들
① 책을 많이 읽어라
② 매일 규칙적으로 써라
③ 독자를 특정해라
④ 수다쟁이가 되어라
⑤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하라
⑥ 꼭지마다 플롯을 짜라
⑦ 스토리텔링을 하라
⑧ 구체적으로 써라
⑨ 서사와 묘사를 적절히 조화시켜라
⑩ 짧게 써라
⑪ 비유법을 활용하라
⑫ 접속어를 활용하라
5. 나의 행장((行狀)
이력서가 자신이 쓰는 스스로의 역사라면, 행장(行狀)은 친구나 제자 또는 지인이 죽은 사람의 집안 내력과 평소의 언행 등을 기록하여 비문이나 전기 등을 쓰는데 자료로 제공하는 것이다.행장(行狀)은 언행과 모양이라는 뜻으로 행동거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력서가 무엇을 했는가를 쓰는 것이라면 행장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옛날 유언은 재산 분배 등과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적었지만, 지금은 자녀가 많지 않고 법에 따라 재산이 상속되기 때문에 굳이 유언이 없어도 다툼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리 쓰는 유언은 대부분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고,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미안했던 일들을 사과하는 내용이 많다.
자녀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있다. 어쩌면 자신의 행장을 남이 아닌 스스로 쓰는 것이다.
(1) 바람직스러운 행장이란
① 떳떳하게 살았고
② 배려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으며
③ 윗사람에게 예의를 잃지 않았고
④ 선택한 일은 현명했다는 내용이며
⑤ 평소에 그런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다짐이 중요하다.
Ⅱ. 내가 쓰는 나의 ‘부고(訃告)’
나의 ‘부고’란 미리 써두는 부고(訃告)이다. 남이 쓰는 부고 대신 자신이 미리 써서 삶과 사랑을 기록해두는 이들도 있다. 옛사람들도 살아있을 때 자신의 무덤에 묻을 묘지명을 미리 써두었는데, 이를 ‘생지’(生之)라 했다. 동일본 대지진 뒤 일본에서도 ‘나의 부고’가 유행하였다.
1. 내가 만일 나의 부고를 쓴다면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자신의 ‘부고기사’를 써 보는 것도 올바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최후를 자신이 쓴다면 아무렇게나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풍경이 다채로운 만큼 죽음의 풍경도 다채롭고, 내 삶의 마지막 장면만큼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준비하고 싶다는 뜻이다. 죽음을 알면서 죽고 싶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자신의 죽음과 장례 절차 등을 ‘엔딩노트’에 쓰며 준비하는 붐이 일어났다.
국내에도 소개된 다큐 ‘엔딩노트’가 계기였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엔딩노트’를 마무리하고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눈을 감는다.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이렇게 보이니 바로 여기가 천국이구나.’였다.
우리는 어떨까. 내 삶의 마지막 장면은 무얼까. 그리고 내가 만약 나의 부고기사를 쓴다면 뭐라고 쓰게 될까. 때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잘 죽는 것은 물론이고 잘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2.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1) 해리엇의 ‘인생 꾸미기’(자서전 쓰기)
잘나가던 광고회사 대표 해리엇(셜리 매클레인)은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까다롭다 못해 괴팍하기까지 한 성격 탓에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해리엇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죽은 다음 신문에 실릴 부고기사 내용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에 자신이 후원하는 신문사의 부고작성 전문기자 앤을 찾아가 자신의 부고기사를 미리써달라고 부탁한다
이해관계에 얽혀 이 괴이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앤은 해리엇이 바라는 ‘완벽한’ 기사를 쓰기 위해 ‘해리엇 인생 꾸미기’에 나선다.‘부고기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꺼내 들었지만, 황혼 길에 접어든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바로잡지 못한 잘못들을 정리해나간다는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곁을 주지 않은 해리엇의 ‘병적’인 까칠함도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고, 이러한 해리엇의 ‘반추’ 프로젝트 여정에 동참한 앤이 문득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건 자동반사에 가까운 결론이다.하지만 안다고 즐길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까칠한 해리엇이 보여주는 괴팍함의 에피소드는 소소하다. 해리엇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불만투성이 소녀 브렌다의 톡톡 튀는 매력은 자칫 우울감에 빠질 수 있는 노년의 여정에 활기를 더해준다.
(2) 너무 늦은 부고(숙부인 김씨 행장)이것은 너무 늦게 도착한 부고의 예이다.“내 아내는 우리나라의 큰 성씨인 안동 김씨이다. 향년 22살. 그중 8년을 나와 함께 살았다. 아아! 당신처럼 현숙한 사람이 중간의 수명도 누리지 못하고 아들도 두지 못했으니, 천도라는 것이 과연 있는지 믿기 어렵다. 곤궁하던 시절에 나는 당신과 마주 앉아 작은 등불을 켜서 밤을 밝히며 책을 읽었다.
그러다 내가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울 것 같으면 당신은 그때마다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다. ‘게으름 부리시면 제 부인첩(夫人帖 : 남편이 큰 벼슬을 할 때 나라에서 고생하며 내조한 부인에게 주는 첩지)이 그만큼 늦어집니다.’ 그때는 어찌 알았겠는가. 18년 뒤에 이 부질없는 문서 한 장을 당신의 영전에 바치게 될 줄을! 그 영예를 누릴 사람은 조강지처 당신이니. 당신이 이 일을 안다면 필시 한숨 쉬며 서글퍼할 테지. 아아, 슬프다!”허균(조선 1569~1618)은 아내가 죽고 18년이 지나서야 ‘숙부인 김씨 행장’을 적으며 몇 번이고 애통해했다. ※ 『성소부부고 제15권』 ‘문부12 행장, 망처 숙부인 김씨 행장’ 일부
(3) 너무 늦은 유언 : 지금 살아있음이 행복이다199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죽고 말았다. 당시 75세의 남편, ‘던켄’과 68세의 아내, ‘체이니’ 부부는, 자녀들의 노력 끝에, 죽은 지 2개월 뒤인 5월 1일에야,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 안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차 안에서 ‘체이니’ 부인이 18일 동안,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다. 결국,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그들이 남긴 글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다.
①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묻히는 바람에, 어젯밤 여섯 시 경부터, 눈 속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해다오, 아이들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구나. 우리는 너희가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리고, 우리가 손자 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다오.
②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과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2시간마다, 5분씩 차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③ 오늘이 3일째이다! 아직 배고픔은 없다. 글러브 박스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 개와 껌 하나를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 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집어 먹고 있다. 직장에 결근해야 하는 문제로, 너희 아빠가 조금 걱정하고 있다.
④ 3월 6일 수요일, 오늘 밤이 6일째의 밤이 된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⑤ 3월 12일, 오늘이 눈 속에 갇힌 지, 12일이 되었다! 한 모금의 물, 한 입의 음식….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몸이 약해져 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를 진정 사랑했으며, 지금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⑥ 3월 18일, 18일째 됨, 너희 아빠가,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주님 곁으로 가셨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하다는 것이다.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매우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잘들 있어라! 너희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결국, 이들 부부는, 눈 덮인 차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들 ‘스킵’과 딸 ‘제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어머니 ‘체이니’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의 어짊과 상냥함은, 어머니를 한 번 만난 사람은, 누구나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이 노부부의 죽음도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자녀들에게 쓴 편지가, 우리의 가슴속 깊은 곳까지,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허락되어 있던,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우리의 삶도, 이 노부부처럼, 가장 절박하고 비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4) 너무 이른 부고(미리 써놓은 부고기사 실수로 노출)반대로 너무 이른 부고의 예이다. 2003년 미국 방송 웹사이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코미디언 밥 호프, 딕 체니 부통령, 피델 카스트로 등 7명의 유명인 부고를 게재했다가 급히 내린 일이 있었다. 언론사들의 관행대로 유명 인사들의 부고기사를 미리 써놓았다가 실수로 노출한 것이다.
(5) 때맞춘 부고 : 묘지명 생지(生之)부고는 때를 타기 마련인데, 때맞춘 부고란 어떤 것일까? 옛사람들은 살아있을 때 자신의 무덤에 묻을 묘지명을 미리 써두었는데 이것을 ‘생지’라 했다.일찍 쓰인 부고는 ‘느긋하고 편안하게 내 명대로 살았으니 맑은 시절에 얼마나 다행이냐.’(홍가신 ‘자명’)라며 자족하기도 하고, ‘결정해야 할 기로에서 우물쭈물하고만 말았을 뿐, 끝내 자신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말았다’(이식 ‘택구거사 자서’)며 한탄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다른 사람이 쓴 글의 과장됨보다는 내가 한 말의 미더움을 취하는 것이 더 낫다.’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탄과 행복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꽃과 같다.꽃은 바람에 흔들려도 땅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결국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하늘을 향해 아름답게 피어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게 흘러가게 하지 말자.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시간을 미워하고, 싸우기에는 매우 아까운 시간들이다.우리의 짧은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사랑하고 위로하고 섬기며 용서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자.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 감사함으로 살아갈 때 꽃향기와도 같은 ‘아름다운 향기’가 우리의 주변을 진동하게 할 것이다
(6) 미리 써 놓은 부고가 늘어나는 추세지난해 미국은 미리 자신의 부고를 써두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남아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은 물론 숨겨왔던 잘못까지 고백하는 사람들이다.‘뉴욕타임스’에 실린 부고기사에 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책 ‘행장’도 출간됐다.
책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기사를 미리 써두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대지진 이후 멀리 있던 죽음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것이 되었다.일본 사람들은 보통 온천을 찾아 쉬며 자신의 유서나 이력서를 만든다. 가족관계, 평소 삶의 철학이나 관심을 미리 기록하고 건강한 죽음을 주변 사람에게 아름답게 전하자는 의미다.
(7) 미리 써 놓은 부고의 종류① 유서(유언)② 이력서③ 엔딩노트④ 자서전⑤ 비명, 묘지명(생지)⑥ 신문에 알릴 미리 써놓은 부고기사 죽음을 헤아리면 도리어 남은 삶이 길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경험을 거친 이들이라면 삶의 기쁨과 슬픔을 매 순간 헛되이 쓰지는 않을 것이다.
Ⅲ. 새로운 삶 준비하기
1. 엔딩노트(Ending Note) 작성
나의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쓰는 엔딩노트(Ending Note)는 아직 맞이하지 않은 죽음을 미리 의식함으로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글을 쓰는 작업은 생각을 깊고 풍성하게 한다.
(1) 엔딩노트 작성을 위한 주제1) 신앙생활에 대해 유언하기-
나의 ‘마지막 유언’지금 당장 보여줄 것은 아니지만, 가족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본다. 거창하거나 멋진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소소하지만 평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생각과 마음을 적으면 된다. 여러 번 고쳐 써도 괜찮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적어보자.
(2) 어떻게 기억될지 돌아보기- 내가 생각하는 ‘품위 있는 죽음’‘존엄한 죽음’,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의 죽음의 현장과 순간은 가족뿐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의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품위 있는 죽음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적어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3) 영혼이 부유해지는 삶에 집중하기- 내가 쓰는 나의 ‘부고(訃告)’부고(訃告)는 ‘사망기’(死亡記)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망자의 이름, 사망원인, 사망연월일, 발인 날짜와 장소, 장지의 소재, 상주의 이름 등이 들어간다. 때때로 과거 활동이나 최근 근황, 그에 대한 사람의 평가와 기억을 담기도 한다. 자신의 사망 기사를 작성해 보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또 사랑하는 가족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 작성한 후 이야기를 나눠본다.
(4) 온유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기- 내가 생각하는 장례식- 나를 만나러 온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은 유가족이나 장례식에 참석하는 조문객 모두에게 신중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고인이 희망하는 장례의식, 장례식의 크기나 분위기 그리고 장례 절차 등에 대해 미리 의사를 밝혀놓으면 실제 진행에 도움이 된다. 가족이 유념했으면 하는 말이나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말을 미리 남겨놓는 것도 좋다.
① 나의 장례식 준비에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
② 이 시간에 가족들이 유념했으면 하는 것
③ 나를 만나러 와준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말
(5) 믿음의 자취를 남기자.- 나의 비문 쓰기-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종교적 말씀나의 비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혹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종교적 말씀. 내가 누구였는지를 보여주며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비문이나 좌우명으로 삼았던 명언을 적어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사연이나 이유가 있다면 서로 나눠본다.① 나의 비문②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종교적 말씀③ 좌우명으로 삼았던 명언
2. 마땅한 곳으로 돌아감
(1) 죽음은 돌아간다는 의미
예로부터 죽음을 두고는 ‘돌아간다’고 했다. 그것은 으레 가야 할 곳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나마 원천으로, 으뜸으로 회귀한다는 뜻이다. 부고의 부는 한자로 ‘訃’라고 쓴다. 보다시피 ‘말씀 언’(言)에 ‘卜’자가 붙어 있는데, 복이라고 읽는 이 ‘卜’은 ‘급히 가다’는 뜻을 갖추고 있다. 한자 사전에서는 ‘卜’이 ‘赴’와 같은 뜻이라고 돼 있다. ‘부임(赴任)하다’의 ‘赴’는 ‘아주 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부고는 떠나감을 알리는 것이 될 테지만, 이것으로 그칠 수는 없다. 그것은 ‘赴’가, 다름 아니라 ‘부고 부’라고 읽히는 한편으로 ‘이를 부’라고도 읽히기 때문이다. 목적한 곳에 가고, 도착하고 이르게 되는 것이 곧 ‘赴’다. 그래서 우리말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돌아간다.’와 한자에서 죽음을 알리는 부고의 ‘赴’는 서로 뜻이 통하게 된다. ‘赴’는 이르러서 마땅한 곳에 이르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 떠나온 원천으로의 복귀함을 의미
‘돌아간다.’는 것은 떠나온 원천으로 복귀함을 의미한다. 타향에 머물다가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의 의미이다. 그래서 ‘돌아감’은 가서 마땅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귀향과 다를 바 없다.그래서 죽음을 의미하는 돌아감은 모처럼 방학을 맞아서 제 고향의 집으로 돌아가듯 해야 하는 것이다. 기왕 떠나온 것이면, 돌아가기 전에 해서 마땅할 일, 어김없이 치르고 마치고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죽음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과일이 늦가을이 들어서 익을 대로 익고서야 비로소 낙과, 이를테면 과일 떨어짐을 하는 것을 닮아야 한다. 주어진 일, 해서 마땅한 일들을 보람차게, 뜻깊게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3) 정열을 바쳐 인생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는 그만큼, 미리 기획하고 노리고 벼르고 한 일들에 마지막으로 최대한의 정열을 바쳐야 한다. 인생의 최후 일전의 결말이 죽음이 되게 해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서도 내가 거둔 유종의 미를 가려가며 낱낱이 말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부고는 돌아갈 곳으로 돌아감을 통지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유종의 미’로 인생을 마무리 짓게 됨을 알리는 통지서가 되기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는 데서 그쳐야 한다. -끝-
첫댓글 한번쯤 써보고 싶기도 한데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저는 "OOO 人生 使用 說明書"라는 제목으로 10여전 부터 기록하고 있어요~
제가 소년시절부터 살아온 세월에대한 회고록이라고 할까요.
언제인가~ 완성 되겠지~ 생각하며~ 1년에 한번정도 수정 보완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