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쌓이는 공중 / 김중일
일생에 걸쳐 몸 안에는 먼지가 쌓인다.
쌓인 먼지들이 딸꾹질이나 재채기를 할 때마다 몸 바깥으로 조금씩 새어나오기도 하지만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백할 때마다 조금씩 새어나오기도 하지만
켜켜이 먼지가 정수리까지 쌓이면 비로소 숨이 멎게 된다.
화장터 불길 속을 걷다 보면 내 몸 안에 쌓던 먼지가 몸 바깥으로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불길 속에서 이미 몸은 공중이 되었으니
먼지가 가장 마지막으로 쌓이는 곳은, 공중의 바깥이다.
몸 안에 쌓인 먼지는 일생에 걸쳐 공중의 바깥으로 나오려 한다.
하지만 태초부터 우리 몸 바깥은 온통 공중이었으므로, 우리 몸 안이야말로 원래 공중의 바깥이 아닌가.
결국 우리 몸 안팎이 모두 공중의 바깥이고, 다만 공중은 시간처럼 흐를 뿐이다.
먼지는 우리 몸 안팎으로 쌓이지, 공중에는 쌓이지 않는다.
먼지는 공중에 가장 많지만, 시간처럼 흘러가는 공중에는 쌓이지 않는다.
공중의 밤과 낮 사이로 일생 먼지는 쌓인다.
우주의 먼지인 지구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큰 먼지인
저 달은 오늘도 밤새 공중을 타고 공중의 사이에 시침처럼 누운 사람들 얼굴 위로 내린다.
공중을 깊이 찌른 듯 서 있는 망루 위에 사는 사람들
자고 일어나면 얼굴 위에 먼지가 떨어져 있다
먼지가 공중이라는 시간 위에 쌓이는 하나의 경우다.
시집《가슴에서사슴까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