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3000먼원 돈가방 주인공 .... 박상은은 누구?

[박효근]

3000만원 돈 가방’ 사건의 주인공인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해운 비리 연루설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검찰은 지난 15일 박 의원의 장남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화, 엔화를 포함한 6억~7억원가량의 현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칼끝은 박 의원이 인천 정무부시장, 경인방송 대표이사,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 인천 지역 국회의원이란 경력을 이용해 해운 업계 등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의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지금까지 선주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을 9개 발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도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3000만원 도난 사건이나, 보좌관 급여를 기업에 대납시켰다는 측근들의 계속된 폭로는 이런 의혹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인천 토박이, 기업 CEO 출신 재선 의원까지…의정 활동 대부분은 해운업 관련

인천 강화가 고향인 박 의원은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다. 대한전선에 입사해 대한제당의 대표이사를 지냈고, 인천 상공회의소 부회장과 경인방송 사장을 맡아 인천 지역의 저명 인사가 됐다. 정치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0년, 유필우 당시 인천 정무부시장이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공석이 되자 공개채용을 통해 정무부시장이 되면서 정치 업무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때의 평판은 꽤 좋았다. ‘경제 전문가’로 통하던데다 발도 넓어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가 차기 ‘시장감’이라는 말이 돌자, 당시 최기선 시장과의 관계가 불편해져 부시장직에선 1년2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으로 인천시장 선거에 나갔지만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 패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한나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지난 18대와 19대 인천 중구ㆍ동구ㆍ옹진군에서 내리 당선됐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각종 선사와 해운조합, 협회 등의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은 의정 활동도 해운업과 관련된 분야를 주로 다뤄왔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직후인 지난 2008년 5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구 도시인 인천에서 바다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며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국토해양 관련 상임위에서 일할 것”이라고 했고, 실제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모습/ 조선일보 DB

국회에서 그는 ‘바다와 경제 국회 포럼’이라는 모임을 주도해 왔다. 이 모임은 정관계 인사와 해운업계 관련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여러 번 마련했다. 지난 2월 열린 ‘바다와 경제 조찬포럼’에는 새누리당 정의화, 김한표, 이채익 의원,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 박정석 고려해운 사장 등 정계와 해운 업계 인사 70여명이 참석했다.

한 선주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친화력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대한제당 CEO 출신으로 정치권에 몸담았기 때문에 이쪽저쪽 사정에 능통하다는 것이다. 바다와 경제 모임도 오로지 박 의원의 힘으로 꾸려졌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경영자 출신답게 일 할 때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이 많았다”며 “다만 기준에 차지 못하면 일하는 사람들을 심하게 다그친 적도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박 의원 역시 자신의 단점을 “권한을 철저하게 사용하는 파쇼(fascio·독재)적인 면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서 밝힌 적이 있다.

인천 지역 해운 업계와의 관계 뒷말 무성

그가 주도했던 바다와 경제 포럼은 대부분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선주협회 등이 후원했다. 이들은 모두 해양 이권 단체로 세월호 사태 후 해양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던 곳이다.

이들 관련 단체와 박 의원은 해운보증기구 설립이나 ‘톤(ton) 세제’ 존속 등 해운 업체를 지원하자는 목소리를 동시에 내왔다. 올해 말 자동 소멸을 앞둔 ‘톤 세제’는 선사의 실제 영업이익을 제쳐놓고, 운항 선박 톤수와 운항일수 등만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 도입 이후 선사들이 이 제도를 통해 아낀 세금은 1조6887억원으로 추정된다. 해운 업계는 이 제도가 폐지되는 것을 극렬히 반대해 왔다.

국회의원 연구 단체인‘바다와 경제 포럼’회원들이 지난 3월 중동 국가 시찰을 나갔다가 소말리아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새누리당 의원 6명이 참가했던 이 외국 방문 행사에는 이번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선주협회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채익 의원 홈페이지

바다와 경제 국회 포럼은 지난 4월 박 의원과 김무성 의원, 유기준 의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톤 세제'가 폐지될 경우 해운업계 매출액 상실이 25조원에 달하고, 선사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주장이 이 토론회의 요지였다.

한국선주협회가 공개적으로 박 의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 2월 해운보증 담당 기구를 연내 설립해 해운사의 신규 선박 발주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전하자, 선주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 환영의사를 밝혔다. 이 성명에는 ‘박상은 의원과 바다의 경제 국회 포럼 회원에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지난 2009년부터 한국선주협회 등에 돈을 지원받아, 외유성 해외 시찰을 다니기도 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박 의원 등 의원 5명은 지난해 5월 해외 크루즈항의 실태와 국내 항만 발전 방안을 찾겠다는 목적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3월에도 역시 박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7명이 청해 부대를 격려한다며 두바이와 오만을 다녀왔다. 이 비용은 대부분 선주협회에서 댔다. 그는 그 달에 톤 세제 영구 존속 등을 골자로 하는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현재 자신의 보좌관 급여를 인천의 한 기업에 대납하게 하고 이 중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 의원의 딸 이사 비용으로 2000만원을 모 기업에서 냈다는 의혹,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한 업체에서 200만원 돈을 받았다는 의혹 등 크고 작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의원의 소환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