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조차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8월 2일자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은 “발밑 얼음 다 녹는 걸 모른 채… 尹대통령의 세 가지 착각"이라는 글에서 윤 대통령의 휴가가 사치로 여겨질 만큼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기홍 대기자는 칼럼에서 윤 대통령과 측근들은 지지율은 낮지만 지금 기조대로 열심히 일해 가면 임기 후반기를 무난히 마치고 퇴임 후엔 높이 평가 받을 것으로 여기는 같다며 "착각이다. 전반기처럼 후반기를 보낸다면 윤 대통령은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우려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의 칼럼이 눈에 띄는 이유는 보수의 민심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경남 의령의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며 평생 골수 보수로 지내온 시골 노인분들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열은 그렇게 술만 먹는다며?' '난 범죄자 이재명이라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어 윤 대통령이 착각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국민을 쉽게 설득당하는 상대로 여긴다는 점"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이야기를 꺼낸다. 칼럼은 "윤 대통령이 명품백 문제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해 아쉽다'는 KBS 대담 발언에 이어, '돌려주라 했는데 행정관이 깜박했다'는 최근 설명, 김 여사 출장 조사를 '현직 영부인 첫 조사'라고 의미 부여하는 모습 등은 다 국민을 어수룩한 상대로 본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동아일보> 칼럼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 온라인판에서는 "이런 해명들이 나올 때마다 상당수 보수층은 한숨을 내쉰다.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표현은 점잖은 것이고, 시중에서 도는 표현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나 봐'라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지만, 지면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칼럼의 핵심은 보수층이 윤 대통령의 명품백 해명에 한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고, 대통령의 해명은 국민을 바보로 여길 정도로 어수룩한 상대로 보고 있다고 한 지적이다.
<동아일보>가 지면에는 왜 이 문장을 넣지 않았는지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보수조차도 한숨을 쉴 정도로 윤 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 본문에는 "좌파는 무조건 자기편 역사를 미화하고, 툭하면 사보타주로 생산시설과 국가시스템을 마비시키던 장면들을 연상" 등 전혀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인 기자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장도 있다. 그렇지만 보수조차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우려한다는 지적만 보면 이대로 가면 임기 후반기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절로 든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사면초가를 극복할 길은 하나다. 임기 전반기와 정반대로 하는 것이다. 즉, 싫어하는 사람 얘기를 듣고, '안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하고, 혼자 결정하지 말고 중의(衆意)를 모으면 된다"라고 조언한다. 보수 성향 언론의 조언처럼 윤 대통령이 새로 생긴 민정수석실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바닥 민심을 청취하고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발밑 얼음이 다 녹는 것도 모르다가 바닷물에 빠진다는 경고가 현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