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748)... 최초 코로나 유전자지도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 전사체 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ronavirus Disease 2019ㆍCOVID-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 유전자(RNAㆍ리보핵산)의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전자 지도’를 국내 연구진이 완성했다. 이에 코로나19의 진단 기술 개선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정보(遺傳情報)를 담당하는 핵산(核酸)이 RNA(ribonucleic acid, 리보핵산)으로 이뤄진 RNA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체내에 침투한 뒤 바이러스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突然變異)가 잘 일어난다는 점이다. DNA(deoxyribonucleic acid, 디옥시리보핵산) 바이러스에 비해 RNA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한 번 복제할 때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형태 유전자 약 3만개로 이뤄진 게놈(genome, 유전체)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인 인체세포에 침투해 유전 정보가 담긴 RNA를 복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 RNA를 생산한다. 이 하위 RNA는 바이러스 입자 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 외피(外皮) 등)을 만든다. 복제된 RNA와 단백질은 인체 세포 안에서 완성체를 이루며 이후 세포를 탈출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킨다.
서울대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교수가 발표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에서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의 특성을 파악하고 아킬레스건(腱/힘줄, achilles tendon)을 공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기술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김빛내리 단장팀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으로 코로나19 RNA 전사체(轉寫體) 분석 연구를 실시했다. 유전체 분석 및 헬스 케어 전문기업인 (주)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도 연구에 참여했다.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for Basic Science)은 국내 유일 기초과학 연구 전담기관으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창조적 지식 확보와 우수 연구인력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되었다. 네이처 출판그룹(NPG)이 최근 4년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100개 대학ㆍ연구기관을 ‘네이처 인덱스 라이징 스타(Nature Index 2016 Rising Star)’로 선정했는데, 기초과학연구원이 11위에 올랐다.
전사체(Transcriptome)는 전사(轉寫)를 의미하는 ‘transcription’과 전체를 의미하는 접미어 ‘-ome’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전사체란 전사 산물 전체를 포괄하거나 특정 발생 단계 또는 생리적 환경에서의 세포 내 전사 산물의 총합을 의미한다. 보통은 모든 RNA들의 합을 의미하지만, 실험에 따라서 messenger RNA(mRNA)만의 총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사체학(Transcriptomics)은 전사체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전사체를 이해하는 것은 유전체의 기능적 요소를 해석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며, 세포들과 조직들의 분자적 구성성분 규명, 발생 과정과 질병 메커니즘(mechanism)을 이해하는데 기여를 한다. 정해진 세포주(cell line) 내에서 어느 정도 고정된 유전체(genome)와는 다르게, 전사체는 외부 환경상태에 따라 변하기 쉽다.
김빛내리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게놈)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감염된 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생산하는 전사체 전체를 해독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Cell, 4월9일자)에 발표했다. 기존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 RNA만 해독한 반면,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인체 내 숙주세포에 들어가 증식하면서 복사한 RNA와 하위 유전체 RNA 등을 모두 해독한 것이 특징이다. 즉 게놈은 일종의 ‘바이러스 종합 설계도’이라면, 전사체 지도는 불필요한 부분을 뺀 ‘핵심 설계도’에 해당한다.
전사체 분석은 미생물에서 동물, 식물에 이르기 까지 모든 종류의 생물체를 대상으로 유전자의 발현 조절 분석에 활용된다. 예를 들면, 줄기세포와 암(癌)세포의 전사체 연구는 세포 내 분화 또는 암 발생 과정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고 있으며, 난자(卵子)의 근원이 되는 난모세포(卵母細胞, oocyte)들과 배아들에 대한 전사체 분석은 조기 배아 발생과정을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과 신호전달체계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된다. 또한 약물의 안정성을 판단하거나 화학적 위험 평가에 사용될 바이오마커(biomarker) 발견 등에도 사용될 수 있다.
‘유전체 지도’를 자동차 설계도에 비유하면, 설계도에는 자동차가 어떤 모양이고 어떤 부품을 썼는지는 나타나지만 어떻게 움직일지는 추측만 할 수 있다. 이에 실제로 차가 어떻게 달릴지는 차를 움직여 보면서 데이트를 모아 분석해야만 한다. ‘유전체 지도’는 바이러스를 정지화면으로 보는 것이라면, ‘전사체 지도’는 바이러스가 숙주(사람)에 들어와서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대사를 하지 못하고 숙주(宿主)가 되는 다른 세포에 기생해야만 살 수 있다. 이에 바이러스는 숙주에 침투해 다양한 전사체를 만든다. 연구팀의 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전사체의 구성과 변형을 찾아냈으며, 이 변형 부위를 연구하면 바이러스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인 장혜식 교수는 계산생물학자이다.
RNA와 DNA는 컴퓨터가 이해하기 쉬운 디지털 정보에 가깝다. RNA는 염기(鹽基) 4개(A, C, G, U)가 구슬을 꿰듯 이어지는데, 염기가 조합된 서열이 유전정보가 된다. 그 정보를 컴퓨터 파일로 옮겨 패턴을 분석한다. 수백만 개에서 수억 개까지 분석하려면 프로그래밍으로 자동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요즘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생물학자와 의학ㆍ역학(疫學) 전문가를 위시하여 물리학자, 의료장비를 연구하는 기계ㆍ전자공학자까지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과학자들이 어느 하나의 주제에 몰입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드문 일이다. 즉 세계가 한 연구실처럼 협력하고 있다.
이번에 전사체지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치료약이 완성된다거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면 이 지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동물원에 가서 관람할 때 마구 돌아다니다가 폐장 시간이 되어 미처 보지 못한 동물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동물원의 상세한 지도가 있으면, 동물원의 숨겨진 곳까지 알아서 찾아갈 수 있다.
영국의 명문대학인 사우샘프턴대학교(University of Southampton) 연구팀이 2015년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유리 등에서 5일 이상 생존하지만 구리 표면(구리 함유율 60% 이상)에서는 30분 이내에 사멸되었다. 원자번호 29 그리고 원소기호 Cu인 구리(銅, copper)는 적갈색의 무른 금속이며 열과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다. 자연에서 금속 형태로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금속 중 하나로서, 인류는 기원전 9000년부터 사용하였다.
구리 항균(抗菌) 필름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influenza)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개발됐지만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구리 이온(copper ion)을 결합한 마스크, 구리 필터가 들어간 공기청정기 등도 개발되고 있다.
살균(殺菌) 작용을 하는 구리가 세균과 접촉하면, 구리 이온이 세포에 흡수되면서 세포막의 껍질을 파괴한다. 이어 구리 이온이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세포의 영양분 등을 잃게 만들고, 대사작용(代謝作用, metabolism)을 방해해 죽게 만든다. 같은 원리로 구리 이온이 바이러스를 만나면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을 파괴하고 동시에 바이러스의 DNA/RNA를 분해해버린다.
물론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을 비누로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잘 씻는 것이다. 비누 분자는 물에는 잘 녹지 않지만 기름에 잘 녹는 탄화수소(炭化水素) 사슬과, 물에 잘 녹는 카르복시산염(carboxylate)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에 잘 녹는 성질 덕분에 비누가 물에 잘 풀려서 거품이 많이 나는 것이며, 기름에 잘 녹는 성질로 더러운 때의 기름 덩어리들이 피부, 옷 등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물과 기름에 모두 잘 녹아드는 비누의 분자 구조 덕분에 비누가 인지질(燐脂質, phospholipid)로 둘러싸인 세균의 세포막에 침투해 세균을 파괴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세포막이 없는 대신 단백질이 유전물질인 DNA나 RNA를 둘러싸고 있다. 이 단백질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은데, 비누나 손 소독제 성분인 에탄올(ethanol)이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에 닿으면 모양이 일그러져 활성(活性)을 잃게 되며 인체로 침투할 수 없어 감염력(感染力)을 잃게 된다.
이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비누를 사용하여 30초 이상 올바른 손 씻기와 소독제로 손 소독을 자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마스크 착용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를 생활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회적 거리는 멀어져도 서로의 마음은 가까이 유지해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48) 202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