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제 탓입니다” 하고 가슴을 치며 통회할 때 ‘그것들을 네 마음에서 치워라’ 하시는 음성을 듣고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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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3/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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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복음 2장 13-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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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라, 내가 다시 세우겠다
오늘 예수님은 매우 과격한 방식으로 당신의 메시지를 전할 필요를 느끼셨습니다. 도저히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한 성벽 같은 영혼의 상태를 보셨기 때문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우리를 성전이 되게 하고자 그렇게 하셨습니다. 성전으로 존재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기 위해 그렇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성전이 있음을 세상은 어찌 알아보는가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하셨습니다.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이들과 환전상들은 예배를 돕기 위해 허락된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자 “왜?”라는 질문은 사라지고, 욕망을 더 채우고 쌓기 위한 “어떻게?”만 남아 흠숭받으셔야 할 분은 가려지고 하느님이 수익 창출을 위해 판매되고 거래되는 생태계만 남았던 것입니다. 그 안에서 사람의 영혼은 거룩한 집이 될 수 없었으며 하느님은 누추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니 부수고 다시 세워져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참된 성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진짜 성전이신 예수님이 당신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보고 배워야 했습니다. 그분은 당신을 헐어내십니다.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라, 남을 살리는 음식이 되려고 자신을 쪼개십니다. 매일의 미사 안에서 그분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봅니다. 사랑 때문에 자기를 부수는 일이 참된 성전이신 분께서 하는 일이고, 그분처럼 우리도 그렇게 존재하면 우리가 바로 하느님 계시는 거룩한 곳임을 세상이 당연하게 알아보는 것입니다. ‘허물어라. 내가 너희를 거룩한 하느님의 집으로 다시 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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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수원교구)
생활성서 2024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