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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코너 스크랩 수필 부모님, 사랑합니다
황종원(중앙대) 추천 0 조회 12 08.12.15 16: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주말에 처조카가 장가를 갔다.

요즘 결혼식장에서 비디오를 뺀 스냅 사진만 찍는데 조카는 비디오까지 찍었다.

서울 근교의 도시, 작은 예식장에 200인석을 다 채우지 않은 조촐한 혼례였다.

불혹의 나이를 지난 조카는 초혼, 조카 며느리는 재혼이고 묵혔던 결혼이니 만감이 오고 간다.

내게는 처조카이나 코흘리는 나이부터 자랄 때를 알며 아이에서 청년을 지나 지금은 장년의 나이까지 겪어온 인생 드라마를 알기에 반갑고 기쁘다.

살다보면 상처가 생기고 딱지가 떨어져도 상처는 남게 되기 마련, 보듬고 살자는 게 부부 아니던가.

나는 비디오와 사진을 찍느라고 신랑신부를 따라 다닌다.

내가 살아 온 나이만큼 자꾸 뒤가 켕기건만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이 없다하여도

나는 이 짓을 한다.

결혼식장에서 찍는 전속사진사가 있으나 젊은 부부들이 여행에서 돌아와도 사진은 오지 않을 것이기에 빨리 보여주고 싶은 내 나름의 욕심이다.

비디오를 찍는 일을 그 동안은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테프를 만들어 주었으나 그 일이 점점 쓸 데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집집마다 있던 비디오 기계가 어느 날부터 슬며시 없어져서 내가 만들어 준 비디오를 보지 못하는 집들도 있다.

근래 구한 다카로 영상을 잡아서 나는 시디로 굽기도 하고 메일로 보내 주기도 한다.

친척들의 아들딸들이 결혼을 하면 비디오를 함께 보면 즐겁다.

결혼식장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일을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신에 나의 일은 늘어난다.

비디오를 찍은 영상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일도 한 나절 걸린다.

장편 하나를 만들어 주다가 이번 조카의 것은 영상의 앞뒤에 시작과 끝에 글씨를 넣어서 편집을 해줄 욕심이 생겼다.

시작 부분은 우리 생애 최고의 날이라던 지 결혼식 이야기라던 지 웨딩데이로 쓰면 된다.

끝 부분은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라던지 한 발짝 한 발짝 사랑을 길을 가겠습니다라는 천편일률의 글을 매달아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물론 없을 터였다.

하다 보니 남이 만든 결혼식 비디오를 인터넷을 통해서 보니 눈에 번쩍하는 문장이 있다.

영상의 끝에 글이 흐르는데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온다.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점점 커지고 단단해집니다.

 

이런 행복한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길러 주신 우리 부모님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가는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기만 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못난 저를 감싸주시는 부모님

 

철이 들면서 부터는 쑥스러움에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이 날을 맞아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결혼식 날쯤 이런 편지 한 장을 아들딸들에게 받는 부모는 속 깊은 자녀들의 마음에 감동을 할 것이다.

이런 편지가 아니더라도 말로라도 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하면

부모는 감동을 한다

현실의 아들딸들은 과묵하여 사랑한다는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

제 짝들에게는 온갖 애정 표현을 거침없이 하면서도.

내가 인터넷에서 따온 글을 쓰면서 나는 조카가 이 글이 결혼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뜨면 홀어머니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그러나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나 또한 그런 적이 과연 몇 번이었던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고 싶어도 부모님은 아니 계시다.

호강을 시켜드리지 못한 부모님, 용돈을 충분하게 드리지 못한 부모님.

그 부모님에게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는 말에 인색하였던 나의 교만한 세월이 지금은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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