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잡아먹은 거울 거꾸로 선 나무들 혓바닥을 내밀고 뻘을 밀고 가는 쪽배 물 속 제 그림자를 본다 소를 빠뜨렸다 실수로 아니면 큰 비가 왔을지도 깊은 안개를 마시며 쟁기를 끌고 가는 소의 발굽이 깊다 납작한 사람들이 가라앉은 마을을 갈고 있다 뿌옇게 콧김이 물위에 번진다 끈적끈적 배를 밀면 언제나 뭍에 오를까요 옥수숫대 씹듯이 갈대밭을 바라보는 물에 갇힌 눈망울 해와 달이 번갈아 가며 빛을 뿌려도 보이지 않는다 매달린 것들은 엉덩이를 잡아끌고 뱃속으로 들어오는 습기 피거품 끓어 오른다 피떡이 뭉쳐져서 벌겋게 부들이 솟고 판바우와 바우덕이가 마주 보고 울면 연잎에 혓바늘처럼 누렇게 가시가 돋고 잉어가 울어서 왕버들이 머리를 풀었다지 울음 소리 들린다 검은 침 끈끈하게 고인다 소심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배로 밀고서라도 나가고 싶다 잔등에 갈잎 한 장 떨어진다
서울에서 경남 합천군까지 가는 길도 아득하지만 우포는 흐린 물만큼이나 깊더라 우포는 소의 늪이라는 말인데 내려오는 설화 속에 소는 없더라 힘겹게 살아가지만 생명력 넘치는 조상같으신 우공의 내력을 모르더라. 청춘들의 순정한 사랑 이야기도 넣어야 겠더라 이별 후의 혀는 어떻게 지내고 머리칼 풀어뜨리고 슬퍼하던 일도 전하고 싶더라 민중의 소심줄 같은 꿈도 함께 꾸고 싶더라 세상 사람들에게 우포에 잠긴 이야기 하나 전하고 싶더라. 우포를 돌아 나오는데 바라보는 사람 있는 것 같아 뒤돌아보니 안개 사이로 붉은 눈동자 떠 있고 왕버들 머리를 빗고 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