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아예 대선에 나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이전에 헌법수호를 선서한 적이 있는 사람이 반역(Insurrection or rebellion)에 가담한 경력을 갖게 된다면 대통령 직을 포함한 공직에 선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헌법 규정은 1868년 채택된 수정헌법 14조 3항으로서 반란에 가담한 사실만으로도 공직에 임명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에서 반란혐의에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죄를 주장할 수 있으나 유죄판결 후에는 변명할 근거가 없어진다. 트럼프가 91개 혐의로 기소된 상황으로 볼 때 만의 하나 그 중 반란혐의 하나 정도의 유죄판결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한다. 그렇게 볼 때 트럼프의 대통령 복귀 꿈은 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좀 더 다른 면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배심원 소환장을 받으면 어떻게든 피할 궁리부터 하지만, 배심원제는 미국 사법시스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다. 소수의 법조권력이 판결을 좌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 시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해 죄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하는 민주주의적 장치인 것이다. 배심원은 크게 두 종류다. 중범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원(Grand Jury)과 재판에 참여하는 소배심원(Petit Jury)이 있다. 우리가 아는 소배심원은 12명이 공개 재판에 참여한 후 만장일치 결정으로 죄의 유무를 정한다. 한편 대배심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연방법 위반이나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 검찰은 반드시 대배심을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배심원은 주에 따라 16~23명으로 구성되며 12명 이상이 찬성하면 기소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무려 4회에 걸쳐 각기 다른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지난 3월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을 위해 회계장부를 위조한 34개 혐의로, 6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대배심이 마라라고 사저 내 기밀문건 불법 보관 및 반환 거부 등 37개 혐의로, 8월1일 워싱턴 DC 연방대배심이 2020 대선결과를 뒤집기 위해 선거인단 표결 인준 등 공무집행 방해 등 4개 혐의로, 그리고 8월14일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대배심이 조지아주에서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위조, 공갈, 허위진술 및 허위문서 제출 등 압력을 행사한 13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에 대한 3건의 민사소송이 계류 중이다. 이 기소들의 재판일은 1.워싱턴 DC의 내란 건이 내년 3월4일, 2.뉴욕주의 회계 위조 건이 3월25일, 3.플로리다주의 기밀서류 은닉 건이 5월20일로 잡혀있으며, 4.조지아주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재판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재판 일정들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공은 대배심에서 소배심으로 넘어갔다. 재판이 열리는 4개 지역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배심원 선정작업에 특별히 공을 들일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가진 견해와 경험과 성향에 따라 배심원 구성이 어느 한 쪽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DC의 주민들은 1월6일의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을 생생하게 겪은 사람들이다. 맨해튼은 민주당 성향의 주민들이 많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역시 주민들이 진보적인 편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주는 트럼프가 우세한 지역이다. 이 모든 재판에서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배심원들만이 선정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특히나 트럼프에 관해서는 극단적으로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기 때문에 검찰이 제시하는 사실(fact)과 진실(truth)은 평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배심원 판결은 만장일치여야 하므로, 트럼프는 각 재판에서 단 한 명의 지지자만 있어도 불일치 배심(hung jury)으로 풀려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는 일단 법망의 굴레를 벗어나서 재선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민주당 후보와 싸우는 대선을 치르게 된다. 이제 미국 국민의 손에 그의 재선이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