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우보이를 상징하는 담배 말보로를 판매하는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 3년 전 10억 파운드 이상에 매입한 영국 기업을 1억 5000만 파운드(약 2633억원)란 매각한다고 영국 BBC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사들인 가격의 7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천식 환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흡입기 제조사인 벡투라 그룹이다. 3년 전 PMI가 이 기업을 인수하기로 했을 때 불필요한 후폭풍이 일었기 때문이다. 폐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흡연인데 담배 제조사가 천식 환자들이 쓰는 흡입기를 판매하는 것이 말이 안되며 위선적이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PMI는 담배로부터 거리를 떨어뜨리고, 전자담배 같은 "연기 없는" 기업들에 눈을 돌리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방어했다.
PMI는 이날 전자 업체 몰렉스 아시아 홀딩스에 벡투라 그룹을 매각하기로 했다면서 "우리 소유와 관련해 외부의 불만과 비판이란 불합리한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몰렉스가 선불 수수료 1억 500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1억 4800만 달러의 잠정적 지연 지불을 하게 된다.
자첵 올착 PMI 회장은 흡입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스페이스(space)에서 혁신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벡투라 매입은 PMI가 추진하는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의 일환이었다. PMI는 담배가 아닌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3분의 2로 늘리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 관련 단체들은 담배 매출로 수십억 파운드를 고려하면서 PMI가 이렇게 맹세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까지 석 달 동안의 재정 보고서를 보면 총 매출 71억 9000만 파운드 가운데 담배 비중이 60%를 넘겼다. 같은 기간 PMI는 글로벌 담배 시장의 23.6%를 수입으로 잡고 있다.
이번 소식은 영국의 노동당 새 정부가 펍에서의 실외 담배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나왔다. 건강 전문가들은 이 계획을 환영했지만, 많은 펍 소유주들은 영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