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시골 할머니의 감동편지
봐라
아가, 어매는 시방 꼬치밭이다.
해가 참말로 노루꼬랑지만큼 남았다야.
뭔 급헐 일 있겄냐.
오늘 허다 못허믄 낼 허믄 되제.
낼도 행이나 비오믄 놀아서 좋고,
빛나믄 일해서 좋고.
요새는 복분자 따러 댕겨야.
돈 삼만완씩 생기는 것도 오지다.
아, 일헌 사람은 내 일에 재미를 붙이고 살아야제.
나 혼차만 된 시상이 어딨다냐.
내가 일헌다 허고 내 자신헌티도 생색내지 말고
노는 것 맹키로 살아라.
어매도 새각시 때사 일이 좋았가디.
내가 일헌 대로 애기들 입에 밥들어간게,
일허믄 어쨌든간에 믹인게, 일에 재미를 붙였제.
꼬치가 참말로 잘 컸어야. 올해는 600주 숭궜다.
이 놈이믄 니그들 칠남매 짐장허고 양님헐 꼬칫가리는 맹글겄제.
봐라, 촌에 산게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일곱 마지기 농사 지서서 니그들 끄니에 양석 대는 것도 재미지다.
밥이 보약이어야. 밥을 많이 묵어라.
아그들도 배가 뽈깡 인나게 잔 믹이고,
어른들도 밥심 나게 묵고 살아라.
어매는 항시 잘 챙겨 묵는다.
요새는 묵은지가 질로 개안허니 맛나드라.
어매 혼자 있다고 거석헌 생각 말어.
나는 한나도 안 심심허다.
밭에 나오믄 천지가 다 내 벗이여. 항!
밤으로는, 어짤 때믄 니그 아부지 사진 쳐다본다.
지비는 거그서 핀안허요 어짜요, 물어본다.
생전 넘 괴롭게 안허고 산 냥반인디 핀안허시겄제.
앞으로 옆으로 우애허고 살아라.
어매는 이날 평상 넘 허고 삼헐 일이 없드만.
저 사람이 조깨 거석허믄 내 맘을 쪼깨 접으믄 되야.
혹간에 나쁜 맘이 들라 그러믄 ‘꿀떡’ 생켜불어라.
그라제, 꿀떡 묵는 것맹키로.
내가 좋으믄 저 사람도 좋은 것이여.
내가 웃으믄 저 사람도 웃는 뱁이다.
앞에 옆에가 모다 내 거울이여.
그라고 아가, 여그 좀 봐야.
여그가 내 금고다. 시숫대야 속에다 중헌 것을 다 너놓고 댕긴다.
빈 몸으로 후적후적 밭에 댕긴께 참말로 핀해야.
늙어진께 요라고 꾀가 는단마다. 머리가 더 좋아진개비여.
하이고, 참말로. 내가 말해놓고 내가 우솨 죽겄네.
첫댓글 어매의 편지에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요로코롬 살면,,,아니될까 싶습니다.
"내가 일헌다 허고 내 자신헌티도 생색내지 말고
노는 것 맹키로 살아라"
참으로 정감이 넘치는 글입니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을 더듬어 보네요!!~~ 인생이 욕심없이 소박하게 살면 행복이 절로 생기나 봅니다 잘 감상하고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그 할매 늘긍게 참 낭창낭창해졌고마이...
고향 말이 그립습니다.
제주도 에서는 제주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초등학교 에서 사투리로 연극공연 하는것을 봤어요.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사투리를 지켜가는 교육마당이 부러웠습니다.
재미있는글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