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봉축법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을 하루전에 들었다. 부산지구 임원들과 전화상으로 대책을 논의한 결과 현수막이나 피켓을 이용하여 우리의 뜻을 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막상 당일엔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인 대처가 되는 지에 대해서는 막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우리는 종교화합 대통령을 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행사장 안팎 행인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달아 두기는 하고, 하나는 입구에서 직접 들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시위도 벌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뭔가 작은 몸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몇몇 스님들은 우리에게 찾아와 이런 일에 불교청년회에서 가만 있으면 되겠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불교수호대법회를 개최한 지 몇달이 지났다고 버젓이 그 자가 여기와서 축사를 한다는 말인가!
마음 같아서야 그 자에게 계란이라도 던져 버리고 싶지만 기쁜 우리 행사를 어지럽힐 수도 없잖은가!
불청 임원들이 급히 논의한 결과 몇몇이 행사 주최측인 연합회에 우리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손회장님을 중심으로 몇몇 임원들이 연합회 주요 스님과 마주했다. 그가 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축사를 하는 것은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것은 우리가 당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성적인 방법이었다.
연합회 스님은 "불교수호대법회를 열어서 불자들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야하고 그렇게 실행하기도 했지만, 오늘 같은 자리에서 축사를 막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연합회 주요 스님들과 긴급회의를 해보겠다."라는 말을 하였다.
우리의 뜻을 잘 전달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참석했는데 우리 예의바른(?) 스님들이 축사를 못하게 하는 건 힘든 일이지, 암'
하지만 대통령이 와도 아닌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러잖아도 요즘 각종 행사장에 정치인들의 얼굴 알리기 참석과 축사를 근절시키자는 기운이 일고 있는데 우리 불교계가 그런 일에 더 앞장설 수도 있지 않는가!
드디어 스님들과 내빈들이 입장을 하면서 봉축대법회는 시작되었다.
아니나다를까 박근혜와 이명박도 입장을 했다.
각종 축사가 이어지고 이명박이 축사할 시간만 기다렸다. (왜이리 그 자의 말씸이 이리도 기다려지지! ㅎㅎ)
이명박이 축하할 때 부산불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몹시도 궁금했다. 그러잖아도 내빈소개에서 박근혜보다 확연히 박수 소리가 작았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우'하는 야유도 있었는데.....
두 사람의 축사가 있어야 할 시간에 사회자의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박근혜, 이명박, 정세균(열린우리당) 이 세분은 오늘 축사를 하지 않고 동시에 나와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니 큰 박수로써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저들끼리 축사를 안하기로 합의를 봤나! 그렇지는 안을텐데'
'아니면 우리의 요구대로 주최측에서 못하게 했나!'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례적인 거물급 정치인들의 축사 생략은 놀랍기도 했고,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무적인 생각도 들었다.
오늘 아침, 국제신문을 펼쳐드니 불교청년회가 언급되면서 그들의 축사 생략기사가 난것이 보였다.
정치에 줄을 대거나 빌붙지 않고 오로지 교권 수호를 위해 작은 몸짓을 보인 불교청년회!
오늘 이 아침, 나는 우리 단체에 대한 자긍심과 작은 행복을 느낀다.
첫댓글 봉축대법회 전 답답한 마음이 들어 성필이와 둘이서 지리산명상기행 홍보물을 들고 관객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불자들을 대상으로 명상기행 행사에 자제분들의 참석을 당부하고 동시에 이명박의 종교편향적 행위를 언급했습니다. 대부분의 불자들이 동조를 하며 수고 많다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둘이서 말한 사람이 대략 만명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필이는 도중에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여전히 저는 난감하고 안타깝습니다. 무엇이 호법인지 ...? 그리고 불교연합회 지도부의 입장이 모호하기도 하고...
이런 일에 무엇이 호법인지,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침묵과 고함을 어떻게 열고 닫을 지 우리 불청인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수장으로서 가지는 회장님의 고뇌에 같은 마음을 보냅니다.
나무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