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24개 단지 일정 못잡아
연내 분양 연초 계획의 절반 안될듯
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 부추길 우려
올해 초 계획한 서울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 중 현재까지 실제 분양된 물량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불어나며 분양이 줄줄이 밀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7∼12월)에도 사정은 비슷해 연말까지 가더라도 연초 계획 대비 실제 분양되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5일 기준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올해 분양된 물량(분양·임대 포함)은 8251채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조사한 올해 계획 물량 4만5359채 중 18.2%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진 것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연내 분양 계획을 두고도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한 단지가 서울 내 24곳, 총 2만7270채 규모로 추산된다. 분양이 늦어지면 조합원의 금융비용도 증가해 부담이 커지지만 공사비 인상 및 조합 내부 갈등 등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일정을 정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1865채)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1441채)이며, 재개발 단지는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6구역(1493채)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분양 계획 물량들도 사실은 작년과 그 이전부터 사업이 지연된 단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2678채 규모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2022년부터 분양 예정 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 공사비 증가 등으로 아직까지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2451채 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도 지난해 분양을 계획했으나 조합장 공백 사태를 겪으며 공사가 중단되는 등 사업이 지연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조1구역은 분양가 책정, 내부 마감재 선정 등 아직 결정할 부분이 많아 연내 분양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필수적이다. 신도시 조성과 같은 대규모 택지 사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감소 추세다. 연초 계획 물량 대비 분양 물량의 비율(실적률)은 2022년 51.2%에서 2023년 78.5%로 올랐으나, 실제 공급 물량은 2만2746채에서 2만127채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둔화로 건설사들이 분양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공사비 인상분을 조합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조합원들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실제 분양되는 물량은 계획 대비 절반도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 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공사비 검증 실효성을 높여 갈등을 최소화해야 공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신축 아파트 10채 중 8채 이상이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되는 만큼 조합 갈등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오학우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시공사에서 공사비를 산정할 때 실제 매입가가 담긴 매입 전표나 계약서가 아닌 견적서만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에서 이런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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