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에 경도되고 있는 요즘의 문학계에 저윽이 실망감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이면 몰라도 작가지망생이라면 '상'을 갈구하면서도 '상'에 대해 회의를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배부른 소리라고 하셔도 좋겠습니다만...
요즘 올드보이를 비롯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상 수상 등 마치 상을 받으면 세상에서 성공한 듯 취급하는 데 성공이란 세속이 관점이라기 보다 자신 스스로의 평가에 달린 것일 겁니다.
솔직히 저는 '상'을 좋아하는 사람을 '경멸'합니다. 이유는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자의든 타의든 지나치게 추구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사람은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노벨상을 '거부한' 사람입니다. 작가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카뮈는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 비슷한 시기의 한 작가(철학자였던 것 같기도 한데)는 노벨상을 거부했죠. 사실 상을 받고 거부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등단하고 한 두번 정도는 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소위 권위를 거부한다는 사람들이 '상'이라는 '권위'를 추종한다는 것은 진정한 작가적 양심을 저버린다고 봅니다. 저는... 소설가로 먹고 살기 위해 상을 받으려 노력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웬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상이라는 권위를 추종하면 필경 희생자가 생깁니다. 바로 상이라는 권위에 짓눌려 바둥거리는 이름없는 작가들이지요. 그럼 왜 너는 상을 못받을망정 등단도 못하느냐, 라고 물을 줄도 모르지만 등단은 작가 스스로가 양심에 걸고 마음속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작금의 등단 작가 중 소위 등단 작가 같지 않은 자들도 더러 봅니다. 그리고 '상'이라는 '권위'에 종속되지 못해 자신의 이름과 글을 파는 사람들도 더러 봅니다.
물론 인간에겐 적절한 '드러냄'이나 '나르시시즘'의 총족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이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쉽게 자절하거나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죠. 하지만 '나르시시즘'의 빈부격차는 현재 사회의 물리적 빈부격차보다 더 큰 문제를 부르고 있습니다. 소위 유명 탤랜트라는 작자들은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지금 이시간에도 주위의 관심조차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자살이든 사회적 타살이든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분들(10대, 20대 등)이 상을 갈구하는 심정은 저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들이니까, 작가를 지망하는 우리들이니까 그런 데 문제의식을 제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득 최인석 선생의 '세상으로부터 받는 공작금'이라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미 김영하도, 자신의 글실력을 따지기 이전에, 세상으로부터 그렇고 그런 공작금을 받는 자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이 너무 비판적으로 들리실지도 모르고, 한 이름없는 아마추어 작가의 넑두리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권위'의 상징인 '상'을 추종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저도 가급적 앞으로 등단에 필요한 절차를 제외한 나머지 상을 가급적 거부할 것입니다. 등단 시켜줄 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해, 그리고 주위의 평가를 거쳐 등단 작가로서의 수준을 갖췄다고 생각되면 세상의 등단작가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제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잘난 척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상 정도로 받는 작품으로 저의 세계를 끌어낮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경 상을 의식하고 받다보면 기성문단이라는 분위기에 자신의 글을 맞추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고귀한 작품 세계를 온갖 이름의 권위라는 '상'으로 치장하지 않길 바랍니다.
첫댓글 뭐 동일시 같은 거 아닐까요?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과 친분을 맺는다거나, 기쁜 일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것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룬 사람에 대한 동일시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반면, '상'이라는 것의 문제지적에도 동감을 표합니다.
그런 여러 상들... 솔직히 제 글을 평가받아 보고 싶어서 보낼 때도 있는데요, 또 한편으론 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꺼리기도 하고요. 그런 상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실래요? 많은 분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