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인구 줄어도 ‘생활인구’ 많은 곳엔 정부 지원
‘소멸 위기’ 7곳 생활인구 첫 조사
관광 등 하루 3시간-월 1회 이상 체류
충북 단양은 등록인구의 8.6배 달해
“89곳으로 조사 확대… 재정지원 방침”
충북 단양군의 주민등록인구와 등록 외국인을 합한 ‘등록인구’는 약 2만8000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하나다. 과거엔 서울에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오지’여서 관광객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충주호 등 자연경관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2030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패러글라이딩 관광객까지 늘어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련 게시물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단양군의 ‘생활인구’(지난해 4∼6월 기준)를 조사했더니 26만9700명 정도로 파악됐다. 등록인구 외에 통근, 통학, 관광 등을 위해 단양군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인구가 약 24만1700명으로, 등록인구의 8배가 넘었던 것이다.
● 7개 지역 모두 체류인구가 더 많아
생활인구는 정부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주민등록인구와 등록 외국인 인구를 더한 ‘등록인구’에 통근, 통학, 관광 등을 위해 하루 3시간, 월 1회 이상 체류하는 ‘체류인구’를 합해 산정한다.
행안부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한 단양군과 충남 보령시, 강원 철원군, 전남 영암군, 경북 영천시, 전북 고창군, 경남 거창군 등 7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조사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정부가 생활인구를 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등록 정보와 법무부의 외국인등록 정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정보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산정 결과 7개 지역 모두 체류인구가 등록인구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광 유형’으로 분류된 단양군과 보령시(42만8200명)는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가 각각 8.6배, 4.3배에 달했다. 보령시는 머드 축제가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다만 두 지역의 체류일수는 평균 2.4일로 철원군(4.3일), 영암군(5.9일) 등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두 지역은 30세 미만 체류인구의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며 “짧게 관광하는 젊은층 인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군부대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철원군(17만6800명), 산업단지 출퇴근자가 많아 ‘통근 유형’으로 분류된 영암군(15만8700명)과 영천시(24만3900명)도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2∼4배에 달했다. 거창군(12만3330명)의 경우 거창고 등 교육 환경이 우수해 체류인구가 늘어났고, 고창군(18만8800명)도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생활인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인구감소지역 89곳 모두 생활인구 산정
행안부는 올해부터 생활인구 조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먼저 이번 산정 결과를 각 부처와 지자체에 제공하는 한편으로 올해부터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의 월별 생활인구를 산정해 분기별로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7∼12월)엔 신용카드사의 소비 데이터도 연계해 생활인구의 소비 특성을 세분하는 등 활용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생활인구가 많거나 늘려가는 지자체에 대한 행정 및 재정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같은 국가재정 지원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하는 등 생활인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인구
지난해 1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도입한 개념으로, 등록인구(주민등록인구+지역 내 외국인 인구)에 체류인구(통근, 통학, 관광 등을 위해 하루 3시간 및 월 1회 이상 머무는 인구)를 합해 산정한다.
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