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김병현(23)에게 '혹사 경보'가 내려졌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무리한 등판을 강행하면서도 어째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조마조마했었는데 결국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7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전에서 2이닝을 던진 뒤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가 터지면서 피부가 벗겨졌다. 크진 않지만 올시즌 첫 부상이다. 늘 그랬듯 "던지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씩씩하게 말했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최근의 등판 일지를 살펴보면 우연히 생긴 부상이라고 볼 수 없는 일. 7일 애틀랜타전에서 2이닝을 채운 것을 포함해 올시즌 2이닝 이상 던진 것이 53게임 가운데 9게임이다. 마무리 전문 투수는 웬만해선 1이닝을 넘기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관행상 분명히 무리한 등판이다.
이날 9회말 등판한 애틀랜타의 존 스몰츠가 2점을 내주고 블론 세이브를 하자 연장 10회부터 미련없이 공을 놓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병현은 블론 세이브로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한 뒤 다음 이닝에 또다시 등판해 결국 승리를 챙긴 것이 무려 3차례나 된다.
물론 이같은 무리한 등판은 본인의 악착같은 승부 근성도 크게 한몫 한다. 지난달 29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사보타지성 자원 휴식을 신청한 것을 빼고는 지금껏 코칭스태프가 "더 던지겠느냐"고 물었을 때 고개를 저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은 릴리스 순간 공의 표면을 긁어 회전을 줌으로써 갖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공끝을 살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가장 중요한 부위다. 작은 부상이라고 가볍게 여기다가는 진짜로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애리조나 코칭스태프도, 김병현도 이젠 한번쯤 뒤를 돌아볼 때다.